[인터뷰]‘폴라로이드’로 감독 데뷔한 ‘장나라 아빠’ 주호성 감독
[인터뷰]‘폴라로이드’로 감독 데뷔한 ‘장나라 아빠’ 주호성 감독
  • 박기영 기자
  • 승인 2015.0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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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성 감독 인터뷰

주호성 감독
-‘카다르시스’보다는 ‘훈훈한 힐링 영화’ 
-‘장나라 아빠’에서 ‘주호성 감독’으로

세간에 ‘장나라 아빠’로 잘 알려진 주호성 씨가 첫 영화 ‘폴라로이드’로 영화감독 데뷔를 했다.

하지만 주 감독의 경력을 둘러보면 화려하다. 연극배우, 연극연출부터 성우, 영화배우, 영화 후시녹음, 영화연출 등 40여 년 간 대중예술의 거의 전 분야에 걸쳐 두루 활약했다.

세간이 ‘장나라 아빠’로 기억하는 것은 딸인 장나라 씨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로서는 더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예술인’으로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주 감독은 그런 시선에는 이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인’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의 색으로 대중에게 전할 뿐이라는 것. ‘폴라로이드’는 16일 개봉했다. 다음은 주호성 감독과의 일문일답.

‘폴라로이드’를 왜 찍었나?

▲영화는 젊을 적부터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우리나라 영화는 거의 흥행위주다. 때리고, 부수고, 죽인다. 이런 영화는 분명히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그러니까 ‘잘 팔리는’영화지만 ‘좋은 영화’냐고 묻는다면 답하기 어렵다. 대중예술이 대중에게 전하는 것 중에는 ‘카타르시스’도 분명히 필요하겠지만 좀 더 긍정적인 영향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요즘 어린 아이들이 ‘마음에 안 들면 때려도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더라. 자신과 가치관이 다르면 폭력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것이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부분이 대중문화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가치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이다. 특히 요즘에는 아무리 19세 미만 관람 불가를 걸어놔도 인터넷으로 다 볼 수 있다. 사실상 규제나 통제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9세 관람가니까’ 하면서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만을 풀어내는 것에 예술인으로서 책임의식을 느꼈다. 당장 영화관에 부모가 자식의 손 붙잡고 가서 볼만한 영화가 거의 없다. 그래서 ‘착한 영화’도 괜찮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폴라로이드’를 찍었다.  

언제부터 준비했나?

▲영화를 구체적으로 결심한 것은 중국에서 활동할 때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비교도 안되게 커다란 나라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가 거의 일방적으로 수출을 해왔다. 경제, 문화 모든 것을.

영화 같은 경우 굉장히 복합적인 산업이다. 영화에는 단순히 상업적 측면 외에도 많은 것이 담겨 있다. 가장 큰 것은 ‘문화’의 전파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외국 영화를 보면서 그 나라의 문화와 가치관을 학습한다. 자연스럽게 배운다. 그 파급력은 대중매체 중에 가장 강하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너무 흥행위주의 영화밖에 안 만들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영화 이미지 자체가 ‘폭력적’이라는 것이다. 이러다가 중국에 금방 따라잡힐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느와르영화에서 홍콩을 이겼다고 안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흥행위주’의 영화도 좋지만 다른 종류의 영화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과의 문화교류도 활발히 해서 한국영화가 폭력적이라는 편견도 좀 줄이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영화를 한·중 합작 영화로 만든 것이다.

착한 영화라고 했다. 사실 영화계를 가장 잘하는 사람으로서 이 작품이 흥행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솔직히 말해서 우리 영화는 작은 영화다. 예산 자체도 작았고 같은 시기에 큰 영화들도 많이 개봉한다. 눈에 잘 띄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중에게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중예술의 장점은 ‘다양성’이다.

그것도 가슴 따뜻한 다양성이라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선택해주시면 감사하겠지만 그렇지 못한다고 해도 겸허히 받아들일 생각이다. 다만 이 영화를 선택해주신 관객분들께는 그 분들의 기대에 최선을 다해 부흥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영화를 만들면서 힘들었던 점은?

▲내가 연기지도를 꽤 오래했다. 그러다보니 제자 중에 상당히 이름 있는 친구들도 꽤 있다. 영화를 찍으면서 그 친구들에게 ‘부탁해 볼까’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더라. 그 친구들도 스케줄이 있고 소속사가 있는 입장이니 선뜻 응해주기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 단적으로 이번 영화 주연인 양밍은 중국에서 활동할 때 배우가 아닌 스텝을 하던 친구다.

예전부터 그 친구를 배우로 점찍어 놓고 있었는데 이번에 영화 촬영을 하게 되면서 다시 가보니 배우가 되어 있더라. 소속사도 있고 나름대로 자리도 잡기 시작한 그런 배우가. 다행히 그 친구가 자기 사장에게 ‘스승입니다’하고 잘 부탁해 줘서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었다.

▲ 주호성 감독과 '폴라로이드'의 아역 배우

촬영은 순조로웠나?

▲순조로웠다. 24일간 촬영일 예정이었는데 25일 만에 끝났다. 보통 24일간 촬영 예정이면 2-3달은 가볍게 넘긴다. 하지만 우리 영화의 경우 정말 쉬는 날 없이 쭉 찍었다. 딱 한번 일산에서 촬영을 한적이 있었는데, 그 날 오며가며 쉰 것 빼고는 거의 풀로 촬영했다. 고생스러웠을 텐데 잘 견뎌준 모든 스텝들과 배우들에게 고맙다. 대신 영화를 90%이상 청주에서 촬영하다보니 진행이 좀 수월했다.

수많은 촬영 현장을 다녔지만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된 촬영은 아주 드물었다. 사고라면 주연인 양밍이 아이를 업고 뛰는 장면을 4번 정도 찍다가 거품을 물고 실신했다. 자기도 부끄러운지 깨고도 한참을 안 일어나더라. 보통은 웃고 넘길 일인데 몇 년 전에 우리 스텝 중 하나가 과로사한 일이 있었다.

물론 우리 작품 다 끝내고 다른 작업 도중이었지만 도움을 상당히 많이 준 것은 맞다.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 현장 분위기가 싸했다. 다행히 금방 기운을 차렸다.

▲ 주연 배우 정재연과 주호성 감독

영화에서 ‘가족애’를 강조했다. 그리고 본인이 가장 시달렸던 루머도 가족 때문이었다.

▲맞다. 딸과 관련해 많은 루머가 있었다. 심지어는 내가 ‘(장)나라 등에 빨대를 꼽고 업혀다닌다’는 소리까지 하더라. 하지만 이런 것은 연애인 가족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가족이 다들 연애인이다 보니 서로 ‘도덕적으로 잘하자’고 말한다. 나라도 나라 오빠도 항상 처신을 잘하려고 노력한다. 이번 영화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평소에 항상 ‘잘하자’하다 보니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영화 같은 것보단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제는 의식 자체가 그런 쪽으로 흐른다. 상업적 목적보다는 공익적 목적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장나라는 안 나오나?

▲그 질문 정말 많이 들었다. 지겨울 정도다. 이 영화 만들 때 제일 많이 들은 말이다. 우선 대답부터 하자면 나온다. 찬조출연으로 학교 담임선생님 역으로 3컷 나온다.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느낀 것이 나는 아직까지 ‘장나라 아빠’구나 했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니, 별로 할 말은 없다.

사실, 내 딸 나라를 영화에 출연시켰으면 훨씬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나라의 인지도면 투자도 훨씬 쉽게 받았을 것이고 더 큰 영화를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이 시나리오에 ‘장나라’라는 배우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딸에게 100%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권하지 않는 것이 맞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뿐이다.

영화를 만들기에 충분하고 넘치는 경력이 있다. 그런데도 ‘장나라 아빠’가 먼저인가?

▲사실 젊은 친구들은 나를 잘 모른다. 내 목소리는 거진 다 알텐데 주호성이라는 사람은 잘 모른다. 옛날에 티비 만화영화 ‘배추도사 무도사’에 배추도사 성우가 나다.

내 경력이라도 찾아본 사람들은 특별히 그러지 않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뭐, 내가 뭐라고 말한다고 어떻게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러려니 한다. 또, 투자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러는 것도 이해는 간다. 내가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하고 싶은 말이 뭐였나?

▲그건 관객들이 평가해줄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가슴 따뜻한 ‘가족애’ 외에도 여러 가지 생각할 점을 넣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해 만들었을 뿐이다. 보통은 완성본을 2-3개 정도 만드는데 나는 12개를 만들었다. 편집에 따라 다른 느낌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한국어, 중국어 2가지 언어로 촬영됐기 때문에 선택지가 더 많았다. 그걸 일일이 보고 편집하느라 고생을 좀 했다. 나는 시나리오를 거의 내 식에 맞게 많이 고치는 편이다. 그래서 일이 더 많았다. 한·중 합작으로 만들어진 것도 내가 변경한 부분이다. 고생한 만큼 자신은 있다.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 주실지 모르겠지만, 실망시켜드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는 연극 한편을 준비 중이어서 무리겠지만 나중에 ‘도살풀이 춤’에 관한 영화를 찍을 계획이다. 독립군들을 찾아다니면서 위문공연을 벌이는 예인들의 이야기다. 이건 실제 내 수양어머니 이야기다.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그 분 이야기를 계속 마음에 품어왔다. 이번 영화로 경험을 많이 쌓았으니, 꼭 대작을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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