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시평] “친박·비박 싸움, 현대판 사색당쟁 보는 것 같다”
[공정시평] “친박·비박 싸움, 현대판 사색당쟁 보는 것 같다”
  • 김길홍 회장
  • 승인 201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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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길홍 회장

최근 새누리당의 비박(非朴)친박(親朴), 새정치민주연합의 친노(親盧)비노(非盧)의 갈등과 반목은 감정에 치우친 권력투쟁의 극치(極致)와 현대판 사색당쟁(四色黨爭)을 다시 보는 것 같다.

사상과 이념이 다른 정치인이 모인 정치판에 이해((利)관계가 일치하지 않고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국가를 운영하고 국정을 다루는 정치현장에는 적어도 유권자인 국민을 생각한다면 최소한의 도리와 염치는 지켜야하는 것이 정치인의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한다.

요즈음 나라 안팎의 사정은 정말 어렵고 급박하다. 메르스 전염병을 잡지 못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고 침체한 경제마저 영향을 받아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민생이 위기를 맞았다.

동맹관계를 유지했던 한일의 외교는 시간이 흘렀어도 아직 복원되지 않았다. 대통령과 여야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개혁과 민생을 외치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는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항상 지지부진하고 늑장을 부렸다. 약속을 지키고 실천하는 정치가 실종됐다고 비난이 쏟아져도 모두가 변명할 말씀이 없을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야당은 그렇다 치고 현직 대통령이 당적을 보유한 집권 다수당인 새누리당의 사생결단하는 집안싸움은 그야말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야당은 아직 민주화가 미흡하다고 주장하지만 세상이 많이 변했다. 확실하게 민주화가 된 모양이다. 역대의 보수정권에서 현직 대통령이 친정(親庭)이라고 할 수 있는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인 원내대표를 찍어 배신의 자기정치를 자행한다고 먼저 공격하고 이에 작심한 듯 맞서는 원내대표의 대응은 정말 처음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원내대표가 정면충돌하는 볼썽사납고 민망한 장면을 연출했다. 권위주의정권 시절에는 통치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항명하는 여당의 유력한 정치인과 당 고위간부들을 정보기관을 동원하거나 대통령이 직접나서 당사자들을 설득해 정부여당의 권력과 체제를 일사불란하게 운용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10.2 항명파동과 3선개헌안 및 윤필용장군 사건의 처리가 그러했다. 전두환 대통령의 학원안정법안 폐기와 대통령 간선제(4.13 호헌조치) 철폐 및 6.29 민주화선언 등도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예정된 수순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여당인 새누리당의 역할과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판하고 그의 사퇴까지 공개적으로 요구한 언론 보도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새누리당 지도부와 대통령비서실의 본분을 포기한 정무(政務)감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 연금개혁안과 국회법 개정안은 529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대통령이 재심의를 요구한 625일까지 한달 동안 공동운명체와 한몸을 다짐했던 당청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유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당지도부 및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무특보 등 청와대 참모들이 여당역사에 처음 보는 이같은 불행한 초유의 사색당쟁을 고의로 연출했다는 오해를 받기가 쉽다. 대통령 뜻을 거역하고 당청간의 불협화음을 빚어온 장본인인 유승민 원내대표를 제거할 좋은 빌미로 삼을 기회를 청와대가 기다렸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현재의 당청 권력 구도하에서 한달여 시간이면 충분히 협의하고 사전 조율하여 대통령 거부권행사를 둘러싼 충돌과 내분을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그렇게도 강조해 오던 대통령정 사이에 통합과 소통의 정치, 포용과 배려의 정무감각이 조금이라도 살아 있었다면 보기 흉한 당청 정면충돌의 위기와 비극은 사전에 충분하게 예방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여당의 최고지도자인 박 대통령을 포함하여 당 대표와 당사자인 유승민 원내대표, 친박실세, 대통령 참모들이 모두 손놓고 기다리다가 국민들과 야당 보기에도 민망한 국정운영의 실세와 핵심들이 당·청의 파국위기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

대통령과 청와대와 당의 친박 실세들이 비박의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대표 등 현직 당지도부를 압박하는 행위는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위험천만한 권력투쟁을 벌인다는 국민적 오해와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유승민 대표가 박 대통령에 굴복해 자진사퇴하든 끝까지 버티든 간에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앞으로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또 친박비박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은 치유하기 힘든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 예견된다.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이며 당직은 없지만 명실상부한 집권여당의 최고지도자로 대접받는 박 대통령은 엄존하는 친박과 비박의 당내 파벌 경쟁에서 이제 중심을 잡고 좀더 초연하고 중립적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친박 실세 최고위원들이 비박 유승민 퇴진의 총대를 메는 모습은 옛날 파벌정치와 보스정치를 닮는 것 같아 시대착오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퇴의 명분과 이유가 당당하고 합리적이라면 차라리 비박의 당중진이 나서는 것이 모양새가 오히려 좋았을 것이다.

여기서 분명하게 당청의 고위층에게 국민의 경고를 전해야 할 것 같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민의 지지와 선택을 받아 국정의 운영을 책임진 정치지도자와 집권여당이다. 산적한 국정의 현안해결은 뒷전으로 미루고 감정의 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친박, 비박의 사생결단식 싸움에 급급하다니 실망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 야당은 원래 계보중심의 당 운영과 파벌싸움에 밤낮을 지샌 것이 보통이다.

보수여당은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통일민주당의 김영삼씨가 903당합당으로 민자당에 합류하면서 여당에도 파벌정치가 생겨났다. 야당은 몰라도 적어도 막중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자주 책임져온 해방후의 전통 보수여당에서 이제 백해무익한 파벌정치의 악습을 퇴출시켜야 한다.

조선조 중기 임진왜란을 목전에 두고도 사색당쟁을 일삼다가 전국토가 유린되고 숱한 백성이 전쟁에 죽고 굶주린 비극의 교훈을 정치인들은 상기하고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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