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털이 '인터넷 지도·사전답사' 기본
빈집털이 '인터넷 지도·사전답사' 기본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0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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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서울 빈 집 '제 집 드나들 듯' 2억원 가량 훔쳐

여름휴가철을 맞아 빈 집을 노리는 빈집털이범들이 올해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그 수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 지도 검색 서비스를 통해 범행을 일삼은 이들이 덜미를 잡혔다. 대전서부경찰서는 3월부터 최근까지 대전과 서울, 대구 등지의 빌라와 다세대 주택을 돌아다니며 빈집에 들어가 금품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박모(39)씨를 지난 29일 불구속 입건했다.

5년간 천여 곳 털었다

박씨는 인터넷 지도 검색 서비스를 이용해 방범이 취약한 주택가 밀집 지역을 사전에 확인했다. 이후 빈집을 범행 대상을 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같은 수법으로 20차례에 걸쳐 5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5년간 서울을 휘젓던 전문 절도범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이모(57)씨는 20103월부터 최근까지 83회에 걸쳐 서울 강서·양천·관악·동작·금천구 일대의 빈집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23600만원 상당의 현금과 귀금속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씨는 밤에 오토바이를 타고 주택가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빈집을 물색했다. 찾은 후에는 가스배관이나 담을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절단기와 드라이버를 이용, 창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금품을 훔쳤다.

피해자 주택 인근에서 이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그의 동선을 파악하려 CCTV 400여대의 영상을 분석했다. 결국 이씨가 처음 CCTV에 포착된 지점과 40가량 떨어진 곳에 주차된 그의 오토바이를 발견했고 잠복 끝에 검거에 성공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범행해 전부 기억나지 않는다훔칠 물건이 없는 가난한 집에는 오히려 내 돈을 놓고 나왔고 신혼집에서는 예물은 손대지 않고 현금만 훔쳤다며 의적 행세를 한 것처럼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런 진술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가난한 집에 돈을 놓고 오고 신혼집 예물은 손대지 않았다는 진술은 이씨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믿을만한 증거나 피해자의 증언도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5년간 벌인 범행이 천여 건에 이른다는 이씨의 진술을 토대로 여죄를 캐고 있다.

디지털 도어락 쉽게 풀어

빈 사무실도 빈집털이범의 먹잇감이다. 앞서 23일에는 빈집털이로 붙잡혔다가 교도소에서 출소한 한 남성이 서울 서남부권 일대의 빈 사무실만 털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교도소에서 2008년 출소한 조모(52)씨는 한동안 회사원 생활을 하며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범행의 유혹을 떨칠 수는 없었다. 20111월 다시 범행하기로 마음먹은 조씨는 전직을 선택했다. 교도소에서 만난 스승을 통해 빈집털이 대신 빈 사무실을 터는 방법을 전수받았다.

조씨는 사전 답사를 통해 폐쇄회로(CC)TV 위치를 철저히 파악했고 만에 하나 실수로 CCTV에 잡히더라도 추적을 피하려고 바꿔 입을 옷을 미리 준비했다. 인적이 드문 자정 시간에 불 꺼진 빈 사무실을 털 때는 노루발못뽑기(일명빠루’)로 문을 부수거나 디지털 도어락을 풀었다.

그는 사무실 디지털 도어락 비밀번호는 대부분 네 자리이고 잘 변경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

누른 흔적이 많은 번호를 임의로 조합하면 조씨는 디지털 도어락을 아무리 길어도 1시간 안에 풀 수 있었다.

사무실에 침입해도 주의에 또 주의를 기울였다. 컴퓨터 뚜껑을 열어 CPU나 그래픽카드를 훔치거나 상품권 등을 들고 나왔다. DSLR 카메라같이 덩치가 큰 물건은 눈에 띄어도 손대지 않았다.

조씨는 45층 저층 건물에 입주한 사무실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한 주에 34일 동안 집중적으로 빈 사무실을 털면서 심지어는 한 건물에 있는 사무실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이렇게 4년 반 동안 범행을 이어가며 빈 사무실 500여 곳을 털었다.

하지만 조씨는 언젠가 붙잡힌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결국 경찰의 끈질긴 CCTV 추적 끝에 꼬리를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빈 사무실 털이를 당하지 않으려면 사무실 주변에 CCTV를 설치하거나 디지털 도어락 비밀번호를 다섯 자리 이상으로 조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른 사람이 모르도록

최근 보안전문기업 ADT캡스도 장기간 집을 비우기 전 신경써야 하는 빈집털이 예방수칙을 공개했다.

이 예방수칙에 따르면 먼저 출입문 잠금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출입문 비밀번호는 아예 바꿔두는 것이 좋다. 고층을 노리는 스파이더형빈집털이에 대비해 창문이나 베란다 문도 잠근다. 가스 배관이 빈집털이에 이용되지 않도록 날카로운 배관 덮개를 설치하거나 특수형광물질을 발라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집 앞에 우편물·전단지·우유 등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다. 거주자가 장기간 집에 없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게 좋기 때문이다.

우유 같은 정기 배달물은 휴가 기간 동안 배달을 중지시키고 아파트의 경우 경비실에 신문을 수거해달라고 요청해두는 것이 좋다. 우유 투입구나 현관문에 달린 렌즈 등 외부와 연결된 틈도 미리 차단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범죄 발생률이 높은 저녁 시간 이후에는 집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라디오나 텔레비전이 켜지게끔 예약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다.

ADT캡스 관계자는 지난해 78월은 이상신호 접수가 월평균보다 18% 많았다집을 비우기 전 보안 상황을 꼼꼼히 점검해 범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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