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스, 팬택 인수 사물인터넷으로 다시 태어난다
옵티스, 팬택 인수 사물인터넷으로 다시 태어난다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5.0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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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제 펀드’로 불리는 스카이레이크가 파산 위기에 몰린 팬택에 부활의 손길을 내밀었다. 스카이레이크는 경영 위기에 빠진 회사를 인수해 되살리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팬택의 화려한 부활이 이뤄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카이레이크는?

▲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대표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진 전 장관은 장관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2006년 “IT분야 유망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겠다”며 스카이레이크를 설립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옵티스 지분 22.46%를 가진 최대주주다. 옵티스는 빛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ㆍ재생하는 광학디스크 드라이브(ODD) 제조사다. 2004년 삼성전기는 ODD용 ‘광픽업’(레이저를 디스크에 쏴서 데이터를 읽는 부품) 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정한다. 당시 이주형 대표는 삼성전자 비디오사업부에서 일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해보겠다’며 옵티스를 설립해 분사한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ODD 사업을 위해 설립한 합작법인 ‘TSST’ 지분을 매입해 경영에 참여한 바 있다. 카메라가 초점을 자동으로 맞출 수 있도록 렌즈를 구동하는 장치(AFA)와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등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5995억원, 영업이익은 150억원을 기록했다.

‘사물인터넷 진출’ 목적 인수

▲ 이주형 옵티스 대표
옵티스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팬택 인수에 나섰다. 영상ㆍ음악을 저장하지 않고 바로 내려받아(스트리밍) 사용하게 되면서, ODD에 쓰이는 저장 매체인 CD나 DVD 사용량은 줄어드는 추세에 접했기 때문이다. 주력 제품인 ODD의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휴대전화ㆍ사물인터넷(여러 기기를 통신 기술로 연결해 원격으로 제어하는 기술)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팬택을 선택했다. 휴대전화 제조사인 팬택은 사물인터넷의 핵심인 통신 관련 기술을 포함해 4099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또 최근까지 사물인터넷 관련 부품을 생산해 왔다.
옵티스가 팬택 인수에 성공하면 연구개발(R&D)은 국내에서 담당하고, 생산 라인은 동남아시아에 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으로부터 판매를 도와주겠다는 투자의향서(LOI)를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ㆍLG전자 등 ‘체급’이 훨씬 큰 대기업과 직접 경쟁했던 팬택과 달리 중저가 제품 위주로 동남아 등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부활 롤모델 ‘샤오미’

삼성전자 출신의 두 대표가 이끌게 될 새로운 팬택은 샤오미처럼 중저가 휴대전화를 생산하고 온라인 판매 전략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옵티스 측은 ‘제2의 팬택’의 모습으로 동남아시아와 같은 틈새시장을 겨냥한 중저가 휴대전화 전문 제조업체로 그리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옵티스는 판매전략을 샤오미처럼 ‘온리(Only) 온라인’을 영업방침으로 세우며 팬택이 글로벌 유통망 구축에 미흡했던 점을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

조심스런 “신중론” 의견

옵티스는 팬택 인수 대금을 4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 금액의 5%에 해당하는 20억원을 이미 계약금 격인 이행보증금으로 지불한 상태다. 매각이 무산되면 돌려받을 수 없다. 따라서 옵티스의 인수 시도는 이전에 비해 신뢰성ㆍ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사물인터넷 시장에 진출하려는 제조업체가 팬택 인수를 시도하는 것도 사업적으로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팬택과 옵티스 측은 실사(實査)를 거쳐 다음 달 17일까지 투자 계약을 결정할 예정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팬택 채권단에 회생 계획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계획서에는 1조181억원에 달하는 팬택의 부채(2015년 1분기 기준) 처리 방안 등이 포함된다. 승인을 받지 못하면 인수가 불발로 끝날 수 있다.
팬택 직원들은 옵티스의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분위기는 조심스럽다. 팬택 관계자는 “분명 기뻐할 일이고 내부적으로 기대감도 있지만 괜히 ‘김칫국’ 먼저 마시는 꼴이 될까봐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못하는 분위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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