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독수리' 엘리엇, 삼성에 '먹튀'를 노린다
'잔인한 독수리' 엘리엇, 삼성에 '먹튀'를 노린다
  • 박기영 기자
  • 승인 2015.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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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먹튀’의혹을 받고 있는 엘리엇이 내건 명분은 주주들의‘권익 보호’다. 삼성도 가만있지 않았다.‘ 자사주매입’카드를 꺼내들어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엘리엇은 곧바로 가처분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발 빠른 대응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엘리엇의 이런 행태를 두고‘행동주의 펀드의 대표적 모습’이라는 반응이다.

그동안 엘리엇이 보여온 투자행태를 보면‘피도 눈물도 없는 벌처펀드’라는 평가가 어울린다는 것.

엘리엇, ‘ 몇달을기다렸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지난 11 일“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은 불법”이라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또“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이사회가 강압적으로 불법적인 합병안을 추진하는 것은 삼성물산 순자산의 58%가 넘는 7조 8500억 원을 삼성물산 주주들로부터 제일모직 주주에게 아무런 보상 없이 우회 이전하려는시도”라고 비난했다.

이어“삼성물산 자사주가 합병 결의 안건에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주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히 가처분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지난 4일‘경영권 참여’를 목적으로 삼성 지분 7.12%를 취득했다고 발표한고 일주일여 만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엘리엇의‘시나리오’속에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 됐다.

이런 의혹은 엘리엇이 정정공시를 통해 삼성물산 주식 773만2779주(4.95%)를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엘리엇은 지난 2 월 경부터 5% 미만의 삼성물산지분을 꾸준히 보유해왔다.

그리고 합병발표이 후 절묘한 시점에 339만3148주를 추가 취득, 총 보유 주식수가 1112만5927주(7.12%)로 늘린것이다. 삼성의내부정보를 토대로 준비를 했거나, 이런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실제로 과거 SK와 소버린의 경우와 이번 상황이 흡사하다는 점에서 이런 의혹들이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독수리’ 엘리엇

이번 일을 계기로 엘리엇의 행보도 주목을 받았다. 엘리엇은 과거 페루 국채, 콩고 국채, 그리스 국채, 아르헨티나국채등정세가 혼란스러운 나라나 파산직전의 기업들(델파이, 오웬스코닝 등)을 상대로 투자하고 그 대금을 회수했다.

아르헨티나는 이로 인해 기술적 디폴트상태에 빠졌고, 알베르토 전 페루대통령은도피중에 전용 비행기를 담보로 잡혔으며, 콩고는 국제지원금으로 투자보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벌처펀드는 그 어원 자체가‘죽은 동물의 시체를 뜯어먹는독수리(vulture)’이다.

일반적으로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의 채권이나 국채를 낮은 가격에 사들이고 나서 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더 많은 돈을 받아내는 헤지펀드를 말한다.

삼성,‘적극적’방어나서

삼성은 지난 10일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물산 보통주 5.76%를 제일모직 제휴사인 KCC에 매각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10일‘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처분결정)’공시를 통해 보유 중이던 자사주 5.76%(보통주 899만557주)를 KCC에 주당 7만5000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공시에 표기한 처분 목적은“회사 성장성확보를 위한 합병가결추진 및 재무구조 개선”이다. 경영권 방어가 목적이란 해석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삼성물산은 자사주 매각설에 대해“고려하지않고 있다”며“주주들의 설득 작업을통한우호지분확보에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으나, 정작 주주명부폐쇄를 앞두고 갑자기 입장을 바꾼것이다.

이로서 삼성물산은 우호지분을 13.39%에서 19.75%로 늘려 조만가 벌어질 엘리엇과의 표 싸움에서 승기를 잡았는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엘리엇과의 분쟁과는 별개로 KCC와의 협력에 따른 시너지로 주가상승 등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반응도나오고있다.

엘리엇 발표에 반응‘싸늘’

주주를‘대변’한다는 입장을 앞세운 엘리엇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엘리엇의 발표를 본 외국인들이 그날부터 이틀 연속 26만여주를 순매도하면서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율은 이로써 전날 33.79%에서 33. 61%로 낮아진것.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엘리엇소송이 삼성에게 득이 되지는 않겠다고판단했다“는설명이다. 각계에서도 반응은 차가웠다.

새정연 김기준 의원실도 보도자료를 통해“이미 엘리엇은 10일 삼성물산 종가(7만5000원)를 기준으로 1600억원(수익률 24.7%)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렸다”면서 “합병 전후 불공정거래나 공시의무는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조사하고 향 후 먹튀로 인한 투자자피해 방지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강조했다.

한국거래소도 나섰다.

거래소시장감시위원회 관계자는 11일 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사회적으로큰이슈인만큼이번사태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등 규정에 어긋난 매매가있는지, 이 틈을 타서 부당 이득을 취하려한 세력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말했다.

자사주 매각, 드믄 일아냐

엘리엇이 삼성의 자사주 매각이 불법이란 주장에 대해 삼성물산은“이사회의 자사주 매각 결의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적법하고 정당한 결정”이라고반박했다.

이번 자사주 매각은 사업 다각화와시너지제고등애초의합병 목적을 원활하게 달성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

또 단기차익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보호하고, 대규모유동성확보를 통한 재무구조개선등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자사주 매각을 통한 경영권 방어는 드문 일은 아니다. 당장 올해 2월에도 사례가 있다.

당시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엔씨소프트는 자사주 195만주를 넷마블게임즈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우호지분을 확보한 바 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넷마블게임즈 지분과맞바꿔8.9%의의결권있는 지분을 확보했다. KT&G와 칼아이칸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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