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우진감독 , <순간> "세대간 갈등 다룬사회고발 영화 만든다"
[인터뷰]조우진감독 , <순간> "세대간 갈등 다룬사회고발 영화 만든다"
  • 박기영 기자
  • 승인 2015.0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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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진감독이 돌아왔다. 초대 기자출신 영화감독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붕어빵’‘, 이혼녀’등 작품활동을 이어온 조 감독이 이번에는 세대가 변하는 과도기적 비극을 그린‘순간’을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져주목받고있다. ‘ 순간’은 치매를 가진 노인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 동시에 구세대와 신세대를 대비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연은 허장강 2세인 허기호 씨가 맡을 예정이다. 그는 배우 허준호의 형이기도 하다. 조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스크린에 담아내고 싶었던 시대상을 담담히 털어놨다.

“공감과 공분을 동시에 표현해내고 싶었다”

조 감독은 자신의 영화‘순간’을 설명하기에 앞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꺼냈다. “누구나 이별을 준비한다”말의 울림이 잦아 들자 조 감독은 설명을 시작했다.

“저는 이 영화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어요. 누구나 이별을 합니다. 그것이 늦던지 빠르던지 차이가 있을 뿐이죠. 사람이 살아가면서 몇 번의 이별을 경험할 까요? 셀 수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모든 순간들이 가슴 한켠에남아있죠.”조 감독은‘순간’의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가슴 속에 뭔가가 울리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시나리오를 보고‘이거다’싶었죠.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공감과 공분을 동시에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일어 날 수 있고 혹 누군가는 이미 겪은 일이겠죠. 그리고 그것은 모두가 잊을 수 없는 순간일 겁니다. 설사 시간이 지나 그때의 감상은 잦아들더라도 언제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다시 살아나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 버리죠. 그런 것이 이별입니다”며 감상을 전했다.

이어“이번 작품은 치매노인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치매, 알츠하이머, 이젠 흔해 빠진 단어죠. 치매에 걸리면 모든 걸 잊어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중간 중간 제정신이 돌아와요. 마치 잊었던 추억이 가슴속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것처럼 바로 그 순간을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반드시 제 손으로 세상에 그려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설명하면서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제가 그려내는‘순간’은 특정 세대에 대한 비판이 아닙니다. 심지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악역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시대가 변했을 뿐이죠. 이미 지나가버린 시대의 잣대로 현재를 살아가는 세대를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라고 했다.

그리고“이 작품을 보고 나면 분노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당연하고요. 하지만 제가 그리고 싶었던 것은 그 분노를 불러일으킨 세대에 대한 비판이 아닌 변해버린 시대에 대한 향수와 카타르시스입니다”고 설명했다.

그는“하지만 이 비극적인 모든 상황이 지극히 한국적입니다. 너무도 친숙한 모습으로 그려졌죠. 그게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입니다”고 덧붙였다.

진부한 소재 획기적 구성

사실‘치매 노인’이라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특이한 소재가 아니다. 개그에서는 단골 소재이고 각종 영화에서는 가슴 아픈 사랑을 비롯해 덧없는 욕망 등 여러 부분에서 사용됐다. 세대간의 단절 역시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직접 경험하는 현상이며 현재 진행형으로 진행되어가는 문제다. 여러 감독들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런 관점에서 조 감독의‘순간’은 진부한 소재를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치매’가 상황적 소재나 스토리 진행을 위한 소품이 아닌 메인 아이템으로 쓰인 것은 드물다. 물론 <내 머릿속의 지우개> 같이 주요 소재로 사용된 적도 있으나, 젊은 여성이 치매를 가지고 있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의외성에 무게를 실었다.

무엇보다 영화 <순간>의 시나리오가 가지는 몰입감은 진부한 소재를 얼마나 획기적으로 사용하면 이런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을까 하는 놀라움을 가지게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시나리오를“지나칠 만큼 한국적이고 무심코 지나칠 만큼 흔한 이야기가 지나치게 가슴 아프다”고 평했다.

기자출신 영화감독

조우진 감독의 평가에는 언제나‘제 1호 기자출신 영화감독’이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 실제로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1978년 월간‘샘터’편집장, 1989년 월간‘스크린’편집장, 1990년 주간‘일요신문’편집국장, 1990년 주간‘연예영화신문’편집국장, 1992년 주간‘연예정보신문’편집국장, 1994년 주간‘연예타운신문’편집국장을 거쳐 2008년 현재‘일간연예스포츠’주필을 역임하고 있다. 조 감독은 기자 경력만큼 날카로운 분석과 문제제기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조 감독은 자신이 연출을 맡은‘붕어빵’(2005)과 에로틱 멜로 드라마‘이혼녀’(1993)에서 그 능력을 증명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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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의 주연은 원로배우 홍윤정(70) 씨가 맡았다. 홍 씨는 74년 <여대생 가정부>로 데뷔하여 <칠거지악><여자의 성><길><그해겨울은 따뜻했네> <애마부인3> <미스터맘마> <애니깽> <저하늘에도 슬픔이>등에 출연했다. 그 연기력을 인정받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상할 정도로 연이 없었던 탓에 이번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게 됐다.

낸시랭 씨의 친부이자 원로 팝가수로 유명한 박상록 씨와 36년 동안 15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 역사의 흐름의 중심에 서 있었던 배우 김희라 씨와 호흡을 맞춘다. 서현철 씨가 각본과 각색을 맡았고 촬영감독에는 정재승 씨가 맡게 됐다.

또 김문옥감독의 할아버지의 호루라기, 아웃사이더, 똥례 등에서 강렬한 존재감으로 주목을 모았던 악역전문 배우 김재겸 씨가 변해버린 시대의 어두운 면을 표현할 예정이다.

조 감독은 해당 영화의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현재 시나리오 마지막 탈고가 거의 끝났다. 곧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달 중순이나 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개봉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해외 영화제 일정에 맞춰 진행을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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