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들강 살인 사건, 14년 미스터리 윤곽 잡혀
드들강 살인 사건, 14년 미스터리 윤곽 잡혀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0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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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수 DNA, 피해자 몸서 발견된 정액 일치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캡쳐 1.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 사건의 범인은 무기수 김 씨가 맞는 걸까. 14년 넘게 미제 상태로 남은 이 사건의 범인을 잡는데 공소시효의 제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전남 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은 1차적으로 공소시효 연장, 2차적으로는 공소시효 적용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도 있다.

이 사건 발생일은 2001년 2월 4일이다당시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에서 광주에 살던 여고생 박수연(당시 19)양이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기이한 사건

 

박수연 양은 성인 발목이 조금 넘는 강물에 엎드린 자세로 누워있는 모습으로 발견됐다광주광역시에 살던 여고생이 연고도 없는 나주의 강변에서 스타킹만 신은 채 알몸으로 발견된 사건이었다그러나 단 한 가지 증거인 정액이 발견됐다.

사건 당시 시신에서 정액이 발견돼 용의자로 특정될만한 200여명을 대상으로 DNA 조사를 벌였지만 수사는 진척되지 않았다수연 양이 엄마에게 선물 받아 항상 손가락에 끼고 다녔던 반지마저 없어진 상태였다.

새벽녘 잠깐 나간 줄로만 알았던 딸이 주검으로 돌아오자 아버지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유일한 단서였던 정액마저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되지 못한 채 미제로 남는 듯 했다.

그런데 지난 2012사건 발생 11년 만에 드디어 DNA가 일치하는 사람이 밝혀졌다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한 남성이었다그는 지난 2003돈을 노리고 교도소 동기와 전당포 업자 2명을 유인해 살해한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던 무기수 김 씨였다.

경찰은 11년 만에 그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하고 강간살인죄로 검찰에 송치했다그런데 2년이 지나서야 내려진 검찰의 판단은 뜻밖에도 불기소처분이었다유전자 감식 결과 피해자에게서 나온 유전자와 김 씨의 유전자가 일치했지만 김 씨가 부인하고 다른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찰 조사에서 수연 양을 전혀 모른다고 말했던 피의자 김 씨는검찰 조사에서는 수연 양과 성관계는 했지만 살인을 저지르진 않았다라고 진술을 바꿨고 이를 근거로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캡쳐 2.

 

재수사 검토

 

2007년 12월 법 개정으로 살인죄 공소시효는 25년으로 연장됐으나 이 사건은 이전 법률(공소시효15)의 적용을 받아 2016년 2월 3일 공소시효가 만료될 것으로 일부에서는 알려졌다.

이는 일반 살인사건에 해당하는 경우다그러나 경찰은 강간 등 살인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10년 4월 성폭력 특별법이 개정되면서 DNA 등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할 수 있도록 했으며 경찰은 피해자의 몸에서 DNA를 확보해 둔 상태다이에 따라 공소시효를 2026년 23일까지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해석하고 있다.

더욱이 강간 등 살인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2013년 4월 법이 개정됐다.

이전 성폭력 범죄 가운데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사건도 마찬가지다이번 사건의 범인을 강간 등 살인죄로 기소한다면 공소시효의 제약은 전혀 없는 셈이다다만 범인을 검거했을 때의 이야기다.

경찰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무기수 김 씨에 대한 재수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현직 형사범죄학자변호사 등이 꾸린 미제사건 포럼은 사건 초기부터 전체적인 수사가 부실했다고 보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기로 해 관심을 끌었다.

 

절도가 습관된 사람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드들강 살인사건 미스터리사라진 반지에서는 김 씨의 DNA를 배재하고 사건을 다시 재구성했다미성년자였던 수연 양이 대중교통도 끊긴 새벽 1드들강을 어떻게 갔던 걸까.

가족들은 수연 양이 종종 오락실을 가기 위해 외출했다고 말했다또한 시신을 발견한 뒤 산 근처까지 모두 유품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전문가는 폭행이나 구타의 흔적이 없는 수연양의 시신을 보고 여고생 수연 양이 크게 경계하지 않을 만큼의 호감형 얼굴에 수연 양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지만 운전을 할 수 있는 20 초중반 남성을 피의자로 내다봤다.

특히 전문가들은 사라진 반지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고 분석했다자신의 흔적을 깨끗이 없앤 범인에 대해 보통 살인을 저지른 다음에는 현장을 빨리 떠나고 싶어 할 텐데 반지를 빼갔다는 건 정신적으로 여유가 굉장히 있었다는 뜻이다절도가 습관이 된 사람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그야말로 사소한 금품을 빼가는 건 과거에도 비슷한 욕구 때문에 같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인 것 같다라고 했다.

2001년 4월 개 절도 혐의로 구속된 김 씨는 앞서도 동종 전과가 있었기에 가중 처벌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고작 개를 훔쳐 수감됐다당시 타고 다니던 차도 팔았다.

이 무렵 김 씨는 교도소 안에서 또다른 범행을 계획했다자신이 금괴가 있다고 수감자에게 거짓말하고 이에 속은 수감자가 출소 후 현금 13000만원을 가진 전당포 주인을 데리고 오자 두 사람을 모두 차례로 목졸라 살해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개 절도오토바이 절도 등 절도 상습 전과가 있는 사람이 순식간에 치밀한 계획적 살인 범행을 저지른 점이 의아하다는 것또한 2명을 죽이고도 흉기나 수면제 등 준비하지 않은 것은 앞서 그가 동종 범죄를 저질렀을 때 손쉽게 성공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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