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뒤에는 '화이트 칼라', '블루 칼라' 모두 없다
20년 뒤에는 '화이트 칼라', '블루 칼라' 모두 없다
  • 박기영 기자
  • 승인 201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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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20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일의 미래 세션’에서 국내외 일자리 전문가들이 미래 일자리에 대해 논의했다. 결론부터 살펴보면 내용은 그리 반갑지 않았다. 현존하는 일자리 중 30%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 역시 일자리의 급격한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한국 고용노동부 역시 최근 발간한‘2015 한국직업 전망’을 통해 노동시장의 격변을 점쳤다.

반복직 수명은 ‘20년’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일의 미래 세션’에서 전문가들은“기계화와 컴퓨터 기술 발전으로 20년 뒤 현존하는 일자리의 3분의 1 정도가 없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세대 간, 정규직ㆍ비정규직 간 갈등 문제가 전 세계에서 폭발 직전 상황까지 가면서‘세계 3차 대전’을 방불케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일의 미래’의 저자인 린다 그래튼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앞으로 20년 뒤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직업은 사라지고, 창의적이고 분석적인 직업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라질 일자리로 생산직, 노무직, 단순 사무직을 꼽았다. 생산직 뿐이 아니었다. 그래튼 교수는“수퍼컴퓨터와 로봇이 간단한 의료 처방은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의사도 줄어들 직업에서 예외가 아니다”고 했다. 다만 단순 노무직 중 청소부, 노인요양사, 트럭 운전사 등은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곤란하거나 기술 발전 속도문제로 20~30년간은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블루 칼라’뿐만 아니라‘화이트 칼라’역시 안전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업종 특성상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는 주식중개인이나 회계사는 컴퓨터로 대체되고, 기계조립은 더이상 사람이 아닌 로봇이 대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인공지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창의성이나 분석력에 기반을 둔 직업은 존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예로 법률가, 금융·컴퓨터 전문가, 학자, 미디어직, 예술가 등을 꼽았다.

같은 자리에서 짐 클리프턴 갤럽 회장은“전 세계 노동 가능 인구 30억명 가운데 12억명만이 적절한 일자리를 갖고 있다”며“전세계적으로 취업을 못한 젊은 층의 혼인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 세계적인 사회문제를 거론했다. 특히 한국은 산업 구조 등으로 인해 일자리 감소가 더 두드러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이마셜 알릭스 파트너스 공동대표는“그동안 한국은 제조업의 강점으로 경제를 키웠지만, 그만큼 기계가 대체할 부분도 크다”며“한국 산업에서 전방위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경련 이승철 상근부회장은“앞으로 20년 뒤 젊은 세대가 주도권을 쥐면 구세대에 대해‘일자리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했다.

로봇‘, 10년안에2배’

이런 전망들은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최근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보고서를 인용해‘로봇관련 기술과 성능이 향상된 반면 로봇 가격과 운용비용은 감소하고 있다’면서‘10년 내에 일자리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BCG가 지난해 25개국 21개 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작성된 해당 보고서는 전세계적으로 로봇으로 인해 인건비가 약 16%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국가들로는 한국 33%, 일본 25%, 캐나다 24%, 미국과 대만 22%, 중국 18%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또 현재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자동화 작업은 현재 약 10%수준에 불과하지만 오는 2025년에는 23%까지 늘어난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현재의 15%에 달하는 인력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뜻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할 서킨 BCG 선임 파트너는“이는 점차적으로 숙련된 노동자가 필요해지리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BCG는 특히 일부 국가들의 산업 로봇의 활용은 더 활발해질 것이며 현재 전 세계 로봇 구매량의 80%를 차지하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독일 5개국은 향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로봇의 전반적인 산업 침투는 노령화, 고임금 등 특징을 가진 선진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대표적인 저임금 제조국인 중국에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특정한 반복적 작업을 하는데 투입되는 로봇의 도입비용은 10여년 전과 비교해 10분의 1에 불과하다.

또 BCG는 향후 10년간 도입 될 로봇의 4분의 3가량이 운송장비, 컴퓨터, 전자제품, 전기 장비 및 기계에 이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고용부

세계적으로 노동 시장에 대한‘격변’전망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고용정보원 역시 지난 달 21일‘2015 한국직업전망’을 통해 10년후 노동시장을 점쳤다. ‘2015 한국직업전망’에서는 10년 뒤 크게 줄어들 직업에 사진사, 초중등 교사 등이 꼽혔다. 고령화 및 저출산 등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영향이다. 건설기능직 등 신체적으로 고되거나 어려운 3D 직종도 청년층의 취업기피로 인력난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포함해 증권 및 외환중개인·상품판매원, 낙농·어업 등 32개 직업도 근로자의 고령화와 수요 감소 등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10년 후에도 현재 일자리를 유지할 직업은 시각디자이너·통신공학기술자·투자 및 신용 분석가·감정평가전문가 등 68개로 분석됐다.

이와 같은 일자리 문제들에 대한 대안으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대학 교육 유연화, 일자리 대타협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클리프턴 회장은“통계적으로 학생 1000명 가운데 5명 정도는 성공한 기업가가 될 자질이 있다”며“한국 학생 1만 명을 창업가로 육성하면 수십만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래튼 교수는“직장을 다닐 때‘제2의 직업’을 위한 경력을 준비하라”고 했다. 또“100세 시대에는 맞벌이를 해야 한다”면서“아내가 일하고 남편이 살림을 하는 것도 어색해하지 말아야 한다”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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