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온라인 판매 시작 "자존심 버렸다"
샤넬, 온라인 판매 시작 "자존심 버렸다"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0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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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가 콧대를 꺾고 있다. 이들의 발걸음은 그동안 외면했던 온라인 시장을 향하고 있다. 그동안 명품업체들은 수공업이라는 전통적 이미지를 내세우고 화려한 매장실내장식에 집중했다. 하지만 직접 매장에 들러 물건을 사는 소비자 대신 온라인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철옹성 같은 자존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샤넬, 온라인 판매

올해 초 스위스 시계·보석 그룹 리치몬트의 온라인 쇼핑몰인‘네타포르테’를 두고 치열한 인수전이 벌어졌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과 이탈리아의 명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육스(Yoox)의 대결이었다. 결국 지난달 말 육스가‘네타포르테’인수에 성공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또 2억유로(약 2300억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두 전자상거래 업체는 명품 업체와 직접 손잡고 직전 시즌 남은 재고와 팔리지 않은 제품을 사들여 온라인에서 할인가나 아웃렛 매장 수준 가격에 팔아 인기를 끌었다. 두 업체의 매출을 합하면 13억유로(약 1조5500억원)다. 명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시가총액을 합산하면 약 31억2000만유로(4월 31일 기준)에 달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명품 전문 애널리스트 플로어 로버츠는“육스와 네타포르테 합병은 이 브랜드에 온라인을 선택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뒤이어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도 그동안 화장품 등 일부 제품에 한정하던 온라인 판매를 내년부터 전 품목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온라인 판매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태도에서 180도 변화된 것이다. 이미‘네타포르테’를 통해 액세서리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샤넬은 앞서 가격도 인하하기로 했다. 3대 대표 상품‘2.55 빈티지’,‘ 보이샤넬’,‘ 11·12’등을 비롯해 일부 제품들의 중국가격을 평균 20% 깎았다. 이번 할인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제품들도 차례로 가격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온라인 판매에 나선 것은 샤넬뿐만이 아니다.

루이비통·불가리 등을 보유한 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아르노 회장은 최근 열린 연례미팅에서“우리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며“더 많은 상품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LVMH는 그동안 펜디와 겐조, 에밀리오푸치 등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브랜드 상품만 온라인에서 직접 팔았다. 루이비통은 액세서리, 시계, 보석만 인터넷에서 판매했다. 그러나 이제 핸드백, 구두, 의류 등 주력 제품도 온라인 마켓을 통해 판매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명품 기업의 가격 낮추기와 온라인 판매는 큰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버버리가 중국 전자상거래 티몰에 과감히 입점하는가 하면 조르지오아르마니, 휴고보스, 페라가모 등도 잇따라 전자상거래 업체와 손을 맺거나 직접 온라인몰 개설에 나서 변화의 흐름에 동참했다.

프라다는 핸드백과 신발, 액세서리를 온라인에서 판매 중이다. 인기제품인‘사피아노’가방을 작은 버전으로 만들어 기존 제품의 절반 가격에 아시아 시장에 내놨다. 단 자사 의류는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구찌는 의류까지 온라인 판매 품목에 포함했다. 또한 구찌는 온라인 전용 제품을 따로 국내에 출시, 화려한 플라워 무늬의 100만원대 백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부패 정책 등의 영향으로 매년 성장세를 보이던 중국 명품시장이 지난해 8년 만에 처음으로 뒷 걸음질을 치는 등 시장 분위기가 위축된 탓도 크다고 판단했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명품 소비가 전년대비 1% 감소한 1150억 위안을 기록했다.

저우팅 제품품질연구원장은“소비자들의 소비 습관과 생활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샤넬의 전자상거래 진출은 당연한 일”이라면서“샤넬이 최근 가격을 내리며 전 세계 동일가격 정책을 시작한 것도 온라인 판매 서비스의 준비과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돌파구‘온라인’

현재 전체 명품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 비중은 5% 정도를 차지한다. 신발과 핸드백 등 가죽 제품군은 8%로 조금 더 큰 수치를 보인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 판매의 성장세는 놀라울 만큼 가파르다. 지난해 온라인에서 판매된 전체 명품은 122억유로로 전년보다 24% 성장했다. 이는 전체 명품시장이 2% 성장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명품 시장 분석 전문가인 마리오 토르텔리는“최근 명품 산업은 신흥 시장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정체돼 있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온라인 판매에 주목하고 있다”며“전체 명품 시장 매출의 62%는 어떤 식으로든 온라인의 영향을 받고 있고 순수하게 매장에서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는 점점줄고있다”고 말했다.

유로모니터는 최소 5년 내 인터넷을 통한 명품 구매가 전체 명품 매매 플랫폼 중 40%가량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명품업계 평균 성장률은 4년 전 10% 이상이던 것과 달리 올해 5%에 그치는 등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명품 매출액은 해마다 15~25%가량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여전히 트렌드를 거부하는 움직임도 존재한다. 한 명품 업체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고객들은 여전히 매장에서 직접 옷을 입어보고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받는 등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 한다”며“온라인 판매가 성장하더라도 주류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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