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검사’홍준표 검찰소환‘방패 전략’
‘모래시계 검사’홍준표 검찰소환‘방패 전략’
  • 조경호 기자
  • 승인 2015.0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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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60) 경남지사가 지난 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홍 지사는 90년 초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모래시계>의 주인공이다. 검사시절 홍준표 지사는 슬롯머신 비리를 저지른‘제6 공화국 황태자’박철언을 구속시켰다.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국회의원이 됐다. 집권당 대표까지 지냈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게‘성완종 리스트’가 악몽으로 다가왔다. 권력과 맞서 싸우던‘모래시계’검사는 결국‘권력’때문에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지난8일 오전 9시 50분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검찰청에 홍준표(60) 경남지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홍 지사는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8인 중 제일 첫 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게된다.

홍 지사는“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고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이런 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검찰에서 소명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측근을 통해) 윤승모 씨를 회유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그런 일) 없다”며 짧게 답한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경 한나라당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성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있다.

검찰은 당시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을 건네받은 윤승모 전경남기업 부사장이 국회를 찾아와 홍 지사 측 보좌진에게 쇼핑백에 든 1억원을 건넨 것으로 보고있다.

앞서 홍 지사 측에서 윤 전 부사장을 상대로 회유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검찰은 홍 지사를 상대로 성 전 회장에게서 1억 원을 받았는지 실제로 돈을 받았다면 어떤 성격의 돈이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하지만 홍 지사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 검찰수사를 진행하는 김진태 검찰총장과는 사법시험 동기다. 이젠 김 총장이 칼을 들었다면 홍지사가 방패로 칼을 막는 형국이다.

‘배달사고’일축했던‘홍준표 검사’

홍 지사는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인공이다. 1993년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시절 슬롯머신 업계 비호세력 사건을 수사하면서 제6공화국 황태자로 불리며‘권력’이던 박철언 전 장관을 구속했다. 이 사건을 소재로 <모래시계>가 만들어졌다.

박 장관 사건과 홍 지사의 사건은 닮아 있다. 박 전 장관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전달자 홍모 여인의‘배달사고’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홍은“뇌물사건 중물증이 없는 경우가 80%는 된다. 현금거래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며“물증 없이 유죄가 확정된 대법원 판례가 한둘이냐”고 했다.

박 전 장관의 주장은 홍 여인의 증언에 묻힌 것이다. 이번엔 홍 지사가 성완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수수한 의혹에 대해 배달사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초‘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뒤 홍 지사는“대표를 빙자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성 전회장이)그 사람들한테 로비를 했을 수도 있다.

측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돈을 전달했을 수도 있다. 그 사람이 사기꾼일 수 있다”고 했다. 이 후 전달책으로 윤승모 씨가 지목됐지만 이번에는 윤 씨의‘배달사고’를 주장하고 있다.

홍 지사는 박 전 장관에 대한수사 당시 배달사고에 대한 주장을 증인의 증언으로 기소를 했다. 이번엔 자신이 배달사고를 주장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잣대를 들이댄다면 윤승모 씨의 증언만으로 홍 지사는 구속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검찰수사의 결과는 알 수 없다.

다만 검찰이 홍지사를 리스트 8인 가운데 처음 소환한 만큼 어느 정도 증거자료를 확보한것으로 보인다는 게 검찰 일각의 목소리다.

홍지사 언론플레이 덫에 걸렸나

홍 지사는 지난 4월 13일 이후 매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남을 통해 적절한 언론플레이를 했다.

이것이 오히려 덫이 됐다는 분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홍 지사는 사건 초기에는 다른 정치인들처럼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법리에 근거한 해명을 내놓았다. 지난 6일 홍 지사는“검찰이 유일한 증인인 윤승모씨를 한 달 동안 통제 관리하고 10여차례 조사하면서 진술 조정을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는 검찰이 짜 맞추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기 충분했다. 그는 수차례 검찰의 수사방법에 불만을 나타냈다.

홍지사는“일이 있을때마다 언론에서 미리 공방전하는 것은 옳지않다고생각한다”고했다. 이는 검찰이 수사방향을 언론에 알려 한곳으로 모아간다는 의미다.

특히 금품 전달자로 거론된 윤승모씨에 대해서는“2011년 경선 때는 직접 조직에 들어오지 않고 당시 한나라당 내 민주계 사람들을 상대로 전국적으로 뛰어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해줬다. 저한테는 참 고마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6일에는 억울함을 드러냈다. 홍 지사는“고인(성완종)이 왜 그런 메모를 하고 돌아가셨는지 무슨 억하심정으로 메모를 남기고 돌아가셨는지 거기에 대해 알길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에는‘올무’에 걸렸다는 표현도 썼다.

홍 지사는“지금 내가 성완종 리스트란 올무에 얽혀 있다”며“왜 이런 올무에 얽히게 됐는지 그것을 다시 한번 검토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달 29일부터는 성 전 회장의 메모와 녹취가 증거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했다.

홍 지사는“성 전 회장의 메모는 반대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아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며“메모나 녹취록은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에서 작성된 게 아니어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반박을 내놓았다.

법의 속성을 잘 아는‘내가 전문가’라는 자신감으로 변호사도 서둘러 선임하지 않았다. 홍 지사의 장외 변론에 검찰이 지난 2일“검토 결과 성 회장의 메모는 증거능력이 있다”고 밝히자 홍 지사는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팻감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과 청와대를 겨냥했다.

팻감은 바둑 용어로‘패를 이기고자 다른 곳에 두는 수’를 말한다. 검찰 수사가 옥죄어오자 정치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홍 지사는 이어“성완종 사건에서 나를 수렁에서 건져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 다른 분들은 정치세력이 뒷받침되지만 나는 나홀로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어 고심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홍 지사의 언론플레이는 검찰을 자극시키기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처음에는 부인하다 나중에 법리적 해석까지 하면서 검찰 수사에 혼선을 줬다는 것이다.

지난 4일 검찰 소환이 임박하자 홍 지사는 출근길 언론 취재에 더 이상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찰 소환 하루 전날인 7일 홍 지사는 돌연 휴가를 내고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정치인생 20년

홍지사의 검사인생은 행복하지 못했다. ‘박철언 사건’이 후로‘스타검사’로 이름을 날렸지만 검찰 조직 내에서 소위‘말 안듣는’검사로 낙인찍혀 한직을 전전했다.

1995년 결국 사직했다. 같은 해 김영삼 전 대통령에의해 정치에 입문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서울 송파갑에 당선됐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후 2001년 동대문 보궐선거에서 부활해 18대까지 내리 4선을 하면서 사무총장, 원내대표, 최고위원, 당 대표를 지내며 거물급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성완종리스트’에서 그가 어떻게 빠져 나올 것인가에 홍준표 지사의 정치인생이 달려있다. 홍지사와 검찰의 수싸움이 어떻게 진행 될 것인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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