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4.29 재보선을 분석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4.29 재보선을 분석한다”
  • 김길홍<언론인·한국미디어서비스 회장>
  • 승인 201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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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홍 회장

선거는 크던 작던 아무튼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국회의원후보를 내세운 정당이 치고 박고 싸우는 바람에 선거현장 보다는 정치의 중심이 되는 여야정당이 더욱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서울 관악, 성남 중원, 인천 서을 강화, 광주 서을 등 4개 지역의 4.29 재보선의 금년초 전망은 제일야당의 당수로 정치전면에 나선 친노의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예비주자끼리 한판승부를 벌일 것으로만 예상했다. 전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정치적 흥행 이벤트로까지 생각되지 않았다.

재보선 초반에는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집중공격하는“국민의 지갑지키는 경제정책정당”의 새로운 야당이미지를 앞세워 승부를 걸었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선거초반부터 지역일꾼론을 부각시키면서 지역발전을 위한 힘있는 여당의 선택을 호소했다. 야당의 선거전략은 생활정치의 실리를 추구하였으나 집권당도 아니며 다수당도 아닌 야당으로서 실천가능성이 떨어지는 경제정당을 표방한 것자체가 현실감각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3월말 이완구 국무총리와 전현직 대통령비서실장 등 실명을 밝힌 친박핵심 8인의 금품수수 메모와 육성녹음을 남기고 자살한 경남기업 성완종 전 회장의 리스트가 터져나오면서 재보선의 선거양상은 급변했다.

새정치연합은 급하게 선거전략을 수정했다. 도덕성과 청렴성을 인정받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측근들과 현직국무총리가 당사자로 지목된 금품수수 의혹사건을 대여공격의 주 타깃으로 삼아 정권심판론을 선거이슈로 삼았다.

재보선 야권후보의 분열로 선거전을 낙관했던 새누리당은 권력실세들의 메가톤급 부정비리 의혹에 크게 흔들렸고 당혹했던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 중심제하의 집권당 김무성 대표가 박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거론하기 힘들었던 국무총리의 사퇴검토를 진지하게 요구했다. 대통령의 해외출장중에도 총리의 자진사퇴를 압박했고 검찰 수사중인 핵심측근들의 비리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뚝심과 용기를 보여주었다. 선거기간중 권력핵심에 있는 사람의 금품수수설에 대한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와 엄정한 처벌요구 등으로 역공의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이 총리가 자진사퇴의사를 밝힌 것을 전기로 김 대표는 성완종 전회장이 노무현 대통령시절 두차례나 특별사면의 특혜를 받은 사실을 들어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표의 해명을 촉구했다. 당시 상황을 측근으로서 제일 잘 아는 문 대표가 명쾌하게 사실여부를 답변하지 않아 오히려 역습을 당했고 박 대통령 측근의 비리의혹을 희석시키는 전략적 미스를 범했다. 민심의 소재와 흐름을 적절하게 선거전에 활용한 홍보기법도 유효했으며 재보선지역의 야권후보난립도 4:0 완승의 주요원인으로 작용했다. 반면에 전략공천을 포기한 문재인 대표는 광주에서 당선된 천정배후보와 정동영후보의 탈당과 출마를 만류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 자신의 측근을 관악 등에 친노후보로 내세워 호남의 전통적 야당지지표를 결속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패배를 자초한 것으로 분석된다.

4.29 재보선은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향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등 정치지형의 변화가 전망된다. 정부와 여당은 내년총선과 그 다음해 대선 승리를 목표로 경제살리기와 경제활성화 및 연금개혁 등 4대개혁에 올인하여 민심끌어안기와 민생경제 회복 및 일자리창출 등을 통해 국민생활의 안정과 향상에 매진할 것 같다. 동시에 경쟁과 협력의 새누리당 대통령 예비후보들이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해 7.30보선과 올해 4.29재보선의 연전연승으로 여권 대통령 후보 선두주자의 위치를 굳히고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협력을 우선으로 한 새누리당 우위의 권력지형을 서서히 넓혀나갈 것이 확실하다. 김 대표가 대세를 장악하고 권력의 중심에 진입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국회와 당에서 김 대표의 발목을 잡았던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 실세들은 이제 서서히 퇴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정가의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서 검찰은 반드시 대통령 핵심측근 금품수수 의혹의 진실을 국민 앞에 밝혀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정부와 여당은 정권의 도덕성위기와 국민여론의 비난에 직면할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재보선에서 완패한 친노의 문재인 대표가 리드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우선 내년총선부터 걱정하는 지도부와 소속의원들이 많아졌다.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선거보다 자신의 운명을 좌우하는 총선의 당락에 더욱 신경을 많이 쓴다. 야당의 의석과 권력의 버팀목 역할을 오랫동안 튼튼하게 해온 호남지역 유권자들의 지지표가 분산되거나 양분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앞날은 정말 암울한 비극을 맞이할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 대표가 친노, 비노의 편가르기를 계속하는 한 야당의 대통령 당선과 총선승리는 바라보기 조차 힘들 것이다.

정치가 정파나 계보에 연연한다면 정권교체나 선거의 승리는 보편적으로 힘들고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아직도 새정치민주연합은 4.29 재보선의 패인을 정확하게 분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김대중, 김영삼 시대의 야당을 다시 회고해야 한다. 지도그룹이 살신성인하고 반대진영의 계파보스를 포용하는 배짱 있고 통큰 야당지도자를 이제는 시대의 변화만 탓하고 다시 찾을 수 없는가?

강한 야당이 있어야 강한 여당도 공존하는 법이다. 문재인의 새정치민주연합은 거듭나는 각오와 자세로 야당혁신의 모범을 보여야 이 위기를 극복하고 차후의 승리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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