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대 소통, 막걸리로 풀었죠" 영화 '막걸스' 김기영 감독
[인터뷰] "세대 소통, 막걸리로 풀었죠" 영화 '막걸스' 김기영 감독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0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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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게임’ 감독의 신작, 영화계 주목...막걸리 특허낸 여고생들 실화 바탕
▲ 영화 '막걸스'로 돌아온 김기영 감독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한국영화가 가뭄에 콩 나듯이 제작되는 요즘. 거칠고 자극적인 소재가 난무하는 가운데 따뜻한 웃음을 끌어올린 가족 영화 한 편이 나왔다. 그 중심에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막걸리가 있다. 여고생들이 막걸리를 개발해 큰 이슈를 모았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막걸스. ‘진실게임의 김기영 감독이 이번에는 충북 충주를 배경으로 봄햇살 같은 청춘의 희망과 감동을 녹여냈다. 5월 가정의 달, 개봉 전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김기영 감독을 만나봤다.

 

소녀들의 막걸리 공부

 

영화 막걸스는 지난 2010년 국립중앙과학관 과학전람회에서 즉석 막걸리 개발로 특상을 받은 충주 예성여고 학생들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소재의 독특함과 사실성은 제작 당시부터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들개’ ‘우담바라등의 각본을 맡은 충무로의 베테랑 지상학 작가와 안성기·하지원 주연의 진실게임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기영 감독과의 합작품.

김기영 감독은 당시 대종상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던 영화 진실게임으로 배우 하지원을 데뷔시킨 바 있다. 그 해 하지원은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휩쓸며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막걸리와 여고생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들고 나왔다.

실제 고등학생 소녀들이 막걸리 공부를 시작한지 6개월 만에 자신들이 개발한 막걸리로 특허를 받았습니다. 교사와 함께 양조장의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개발했다고 해요. 왜 하필 막걸리였을까, 굉장히 흥미로웠죠.”

영화는 아버지의 유산인 신제품 막걸리를 개발하려는 여고생들의 분투와 성공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미성년자인 이들이 막걸리를 부흥시키기 위해 개발에 나서는 동안 좌충우돌의 에피소드가 더해진다. 소녀와 막걸리라는 이질적인 조합은 순수한 열정 안에서 사랑스러움을 자아낸다.

주인공인 초롱(홍아름)이는 착실한 모범생인데 이 때문에 만취 상태로 등교해 주사를 부리기도 해요. 소녀 가장이 된 후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온 막걸리 제조업에 친구들과 함께 뛰어들게 된 거죠.”

 

 

세대 화합, ‘막걸리처럼

 

배우 홍아름이 만취 소동조차 밉지 않은 재기 발랄한 초롱역을 연기했다. 청순한 초롱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영화의 경쾌함을 한껏 살린다. 데뷔 때부터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호평을 들어온 홍아름은 최근 tvN 드라마 울지 않는 새에서 활약 중이다. 김기영 감독도 원래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말로 그를 소개했다.

여기에 진지함과 코믹함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연기파 배우 임원희가 가세했다. 임원희는 우스꽝스러운 외모에 짓궂은 성격이지만 의리파 생물 선생님인 '장똘' 역할을 맡았다. 택견의 일인자인 '장똘'은 뛰어난 생물학 지식으로 학생들이 국내 최고의 맛을 가진 막걸리를 만드는데 큰 도움을 준다.

전통주인 막걸리를 만드는 여고생과 전통 무예 택견을 하는 교사. 젊은 감성의 코믹영화 안에서 이들의 캐릭터는 사사건건 부딪치며 사제 간의 믿음을 향해 움직인다. 학원폭력 왕따 등 오늘 날 학교가 직면한 문제들도 이야기에 담겼다.

영화에 등장하는 오곡 막걸리는 여러 가지 재료를 혼합해 만들어진 하나의 완성품이죠. 갖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학생들과 교사들도 이 막걸리 개발을 통해 서로를 용서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창조 경제녹여내

 

세대 간의 화합이 이야기의 중심축이라면 젊은이들의 막걸리 제조는 창조 경제를 이끌어내는 또 다른 요소다. 스스로 꿈을 찾아 달리는 캐릭터들이 현 정부의 핵심 가치인 창조 경제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정석, 학벌을 좇는 사회 안에서 자신의 길을 찾은 아이들의 모습은 중장년층을 향한 메시지가 된다.

청춘을 그려낸 영화답게 풋풋한 신인들도 등장한다. 공부보다 자신의 외모 치장에 관심이 많은 초롱의 단짝 공주 역에는 영화 써니의 김민영이,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강호 역에는 그룹 틴탑의 창조가 맡아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다.

특히 창조는 화려한 아이돌의 외형에서 벗어난 검은 머리칼과 수수한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창조는 잘생긴 외모와 운동 실력으로 학교에서 인기가 많지만 형편이 어려운 초롱을 곁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고교생으로 변신했다. 이 영화로 처음 연기에 도전한 그다.

이같은 신인들이 신선한 매력을 발산하는 동안 고은미, 로버트 할리, 김영옥, 양택조 등 능수능란한 배우들이 영화의 따스한 정서를 채운다.

 

 

새로운 시도, 새로운 온기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가 제작하고 충북도와 충주시가 제작 지원한 막걸스는 탄금대와 호암생태공원, 비내섬 등 충주의 관광명소와 충주 시내에서 촬영됐다.

세계 최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택견과 2013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충주세계무술축제 등 충주의 문화자원을 배경으로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공개 오디션에서 선발된 충주시민들이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도 했고요.”

이들 25명은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충주의 문화와 관광명소 홍보는 물론, 충주 영화팬들에게도 즐거운 추억이 됐다.

특히 이 영화가 충무로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시나리오 작가들이 직접 제작에 나선 첫 영화라는 점이다.

작가들이 나서 영화를 제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시나리오 작가들의 어려움은 2011년 최고은 작가가 생활고와 지병으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널리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도전장을 내민 ()한국시나리오 작가협회는 1992년 영상작가전문교육원을 창립해 지난 21년간 수백 명의 시나리오 작가, 감독, TV드라마 작가들을 배출한 바 있다. 국제 영화제를 석권한 감독과 천만관객돌파 영화의 작가들을 길러낸 곳.

무엇보다 생존의 기로에 놓인 영화인들과 각 영화단체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시작된 일이에요. 실의에 빠져있는 영화인들에게 활력소가 됐으면 합니다.”

그의 도전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다. 충무로에 훈풍을 불어넣은 영화 막걸스5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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