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제왕적 CEO’직원들 흔들다
프랑스의 ‘제왕적 CEO’직원들 흔들다
  • 박기영 기자
  • 승인 2015.0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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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21일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조원들이 본사건물 앞에 모였다. 이들은 빨간조끼를 입고 질서정연하게 자리잡고 앉아 몇 종류의 구호를 번갈아가며 외쳤다.

하지만 4개의 구호 중 단 한 가지만 제외하고 모든 구호에“사죄하라”는 말이 있었다. 노조가 파업을 하면서 사죄를 요구하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임금 인상요구치고는 뭔가 유별나게 느껴진다. 노조위원장 김귀현 씨는“사장의 태도가 진짜 문제다”고 말했다.

‘내리막길’코리아

페르노리카 코리아 노조가 지난 21일 서초구 페르노리카코리아 본사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전 날인 20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조정 중지'결정을 내리면서 임금협상이 완전히 결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측은‘임금협상이 주된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말로 문제되는 것은 사장인 장 마누엘 스프리의태도가 문제라는 주장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임페리얼, 발렌타인, 로얄샬루트 등 유명 위스키를 생산·판매하는 업체다.

한때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지만 지난 2008년부터 경쟁사인 디아지오코리아에 밀려 2위로 밀려났다.

순이익 역시 2012년 219억원, 2013년 216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리다 역시 지난해 8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출고량은 전년대비 13.5%가 감소했다.

이 상황은 저도주가 강세를 보이는 시장상황도 있지만 사측의책임이 크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경쟁사이자 업계 1위인 디아지오 코리아가‘저도주’트렌트에 맞춰‘골든블루’를 내놓는등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는 것에 비해 사측의 대처가 미비했다는 것이다.

디아지오 코리아의‘골든 블루’는 경이적 성장(57.3%)을 기록하며 전체 출고량 감소를 2.1% 수준으로 유지시켰다.

노조 측은“몇번이고 저도주개발에 들어가야 한다”등의 청원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견은 경영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젊은피 원한다더니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이미 지난 2014년 6월 희망퇴직을 시행해 28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당시에 대상이 됐던 대상은 과장급 이상의 인원들로‘합의에 의해’퇴직을 한 것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이 내용에 대해‘표면적으로만 그렇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최유열 사무국장은“노조와 아무런 협의도 거치지 않은 처사였다.

말이 좋아 희망퇴직이지 요즘 같은 세상에 좋아서 퇴직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페르노코리아 측은 이를 두고“팀장 재량으로 과장급 이상 인원에게‘면담’을 통해 퇴직 희망자를 모집한 것은 맞지만 어떠한 강압이나 종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이를 두고 관련부처에 진정서까지 제출했지만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노조 측은 이에 대해“사측은 변화하는 시장에 발맞추기 위해 젊은 피가 필요하다면서 퇴직을 강요했지만 정작 기존 직원들 퇴직 후 충원된 것은 대부분 관리직이나 임원”이라고 주장했다.

사측은“효율적이고 적절한 인력을 위해서는 여러 직급의 인원이 필요하며 그대로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인건비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사측협상자‘, 결정권없어’

페르노리카코리아 직원 260여명 중 노조원은 174명이다. 노조는 지난달 26일 경기도 양평 코바코연수원에서 비상 임시 총회를 열고 쟁의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97.1%의 조합원이 참석해 95.4%가 쟁의활동에 찬성했다. 김귀현 페르노리카 노동조합위원장은“쟁의활동 찬성률이 이렇게나 높게 나올지 상상조차 못했다”면서“임금 인상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직원들이 경영진에 대한 실망이 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임시 총회도 문제가 됐다. 사측이 비상임시총회 참석자들을 무단결근 처리하고 급여를 공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노조측은“3번이나 사측에 공지했고 노조법상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했다”면서“협상의 의지가 없다”고 주장했고 사측은“노조 측에 충분히 고지를 한 사항이어서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조측의 주장에 의하면 임금 협상과정에서 사측이 보여준 태도는 무성의했다. 십 여 차례가 넘는 임금 협상과정에서 단 한차례 밖에 사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장 마누엘 스프리 사장이 임금협상 테이블로 나온 것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요청을 한 20일 날이 유일했다.

사측은“교섭은 교섭단이 한다. 사장이 참석할 필요는 없다”고 해명했다. 사측에서 말한‘교섭단’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서울노동분쟁위원회에서 3월 24일 1차 조정 당시교섭단으로 나온 모 임원에게 심사관이 교섭 결정권이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 모 임원은‘결정권은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측은“교섭단은 충분한 권한을 가진 적절한 인사가 참여했다.”고 말하면서도 해당임원에 대한 발언에 대해서는“확인이 필요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노조 측의 요구는 임금 8% 인상이었다. 하지만 사측은 1.5%를 고수했다. 노조 측의 주장은“물가 상승률을 볼 때 지난 몇 년간 1.5%의 임금 인상은 실질적 삭감”이라는 것이다.

이에 사측은“호봉제 자체에 매년 2.2%인 상분이 있기 때문에 사측 제안인 1.5%는 실질 3.7%인상으로 적절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본전 뽑은’페르노리카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해 주주 배당을 80억원 했다. 배당액은 2012년에는 23억여원, 2013년에는 154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이 2012년부터 219억원, 216억원 인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많은 금액이다. 대주주인 페르노리카 그룹이 처음 투자한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자본금은 약 83억원이다.

페르노리카 그룹의 또 다른 국내 법인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지난 1999년 페르노리카가 70%, 하이트진로가 30%의 지분으로 합작해 출범했다.

2012년 6월 하이트진로가 재무구조개선 목적으로 보유한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지분 30%를 페르노리카에 700억 원에 매각했다. 페르노리카는 지분을 넘겨 받자마자 발행주식 915만 주를 686만 주로 줄이는 유상감자를 실시해 583억 원을 챙겼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전형적인 외국자본의 투자형태로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 당장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제왕적 CEO

노조 측은 총파업 출정식에서“제왕적 CEO를 타파해야 한다”고 큰 목소리로 했다. 노조의 요구사항이‘임금인상’만이 아닌‘사죄와 퇴진’을 강조하는 이유다.

노조 측은“사장은 평소에 혁신과 상생을 굉장히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노조가 원할 때는 단 한 번도 만나주지 않았다. 꼭사측에서 뭔가 요구를 할 때만 노조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3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만나는 공식 자리가 있다.”면서“소통이 좀 더 필요했던것은사실”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장 마누엘 스프리 사장은 감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볼펜을 집어 던졌다는 것이다. 이에 사측은“사람에게 던진 것은 아니다. 책상에 강하게 내려놨는데 마침 그쪽에 있던 임원 쪽으로 굴러갔을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장 마누엘 스프리 사장은 사내 회의에서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에게“당신들은 나를 해고 할 자격이 없다. 나는 주주와 본사가 임명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노조측은 이를 두고“자기 실적과 처신에만 급급하다. 본사에 과도한 배당금을 보내는 것도 저런 마인드에서 나온 것이다. 상생이란 것을 모른다.”면서 강하게 비난했다.

사측은“지적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외)본사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부분도 있다. 배당금 역시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졌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비난 지나쳐vs 일방적 희생

사측은 이런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비난이 정도를 지나치다. 표현의 자유라고 부를만한 범위를 넘었다. 좀 그만해줬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노조측은“더이상 일방적인 희생을 당하지 않겠다”면서“투쟁을 통해 정당한 임금 인상과 사과를 받겠다”는 입장이기에 당분간 양측의 합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페르노리카코리아의 거래처 중 몇 곳이 라면과 생수를 보내는 등 노조를 지지했고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비조합원 중 일부도‘투쟁기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관계자는“우리가 파업을 하면 거래처들은 많이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거래처 쪽이 보기에도 문제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지해주신 그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비조합원들에 대해“다들 한 마음 한 뜻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국내 1위 기업을 이뤄낸 장본인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의견을 관철시키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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