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일가 자사주 매입, "기업 구조변화서 투자 기회를 찾다"
재벌 일가 자사주 매입, "기업 구조변화서 투자 기회를 찾다"
  • 박기영 기자
  • 승인 201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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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 조현준 사장

기업의 지배구조 재편이 증권시장의 관심사다.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은 기업의 배당 확대로 이어졌다.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아졌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선 지분 확대가 불가피하다. 최근 재벌 2·3세 등 특수 관계인의 지분 매입 소식에 기업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승알앤에이·효성·현대해상 등이다.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등과 관련 있는 기업들이다.

지난 14일 효성그룹은 조석래회장의 장∙차남인 조현준 사장(전략본부장)∙조현상 부사장(섬유자재PG장)과 부인 송광자 여사 등이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2거래일에 걸쳐 자사주 총 6만14주를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매수로 조현준 사장(10.83%→10.97%), 조현상 부사장(10.59%→10.61%)은 지분율을 높였다. 아울러두형제와부친등일가의 지분율은32.48%까지 증가했다.

지난 14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과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의 지분 매입이 공시된 이후 효성 주가는 이틀간 7.1% 상승했다. 16일에는 52주 신고가(9만9200원)를 갱신했다.이들은 올해 들어 이미 주가가 30% 넘게 오른 상태인 효성 주식을 사들여 세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보통 가격이 낮아진 틈을 타 지분을 매수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런데 굳이 강세장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기업가치에 대한 자신감 어필이라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효성 관계자는“경영권 안정과 방어 차원의 매수”라며“지분 매입을 둘러싼 확대 해석은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효성의 지배구조는 불안하다.차남 조현문 전 효성부사장의 검찰 고발과 검찰의 MB정부에 대한 사정수사로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효성은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이다.

섬유, 산업자재, 화학, 중공업, 무역, 금융 사업부를 각각의 퍼포먼스 그룹(PG) 체제로 운영 중이다. 산하에 국내 44개 계열사와 해외 72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룹 매출은 대부분 효성에서 나온다. 효성은 계열사 지분을 직접 소유하고 있다.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핵심계열사인 효성T&C,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효성물산 등을 효성으로 합병하면서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했다.

아울러 최대주주인 조석래(10.15%)회장과 조현준(10.84%), 조현상(10.48%), 송광자(0.59%)의 지분만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은 지난 2013년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보유중인 지분 7.18%를 처분했다.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이 장내매수로 지분율을 확대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가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은 지난해 잇따라 지분매입을 진행해온데 이어 올해 초인 지난 1월 9일에도 8,000주, 7,500주를 나란히 매입한 바 있다.

화승, 3세로의 경영 승계완료단계

지난 15일 신발제조업체‘르카프’로 유명한 화승그룹은 현지호 화승그룹 총괄 부회장이 17일에 자동차부품업체 화승알앤에이 주식 10만1030주(1.56%)를 화승으로부터 매입한다는 공시를 했다. 다음날(16일) 장 초반 화승알앤에이의 주가가 6.98% 급등했다.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같은 날 9% 가까이 폭락했다.현

부회장은 현승훈 화승그룹총괄 회장의 맏아들이다. 현 부회장은 지난해 화승알엔에이의 최대주주가 됐다. 지분율을 19.98%까지 끌어올렸다. 화승알엔에니는 실질적 지주회사이다.화승(18.9%), 화승인더스트리(19.38%), 화승T&C(100%), 화승소재(100%)를 보유하고 있다. 화승그룹은 현승훈 회장의 장.차남인 현지호.현승훈 부회장 중심으로 3세 경영의 지배 구조 밑그림이 그려졌다. 그룹의 주력회사인 화성알앤에이와 화성인더스트리를 각각 현지호. 현석호 부회장이 담당하는 구조다. 화승은 3세 경영승계를 위해 오너 일가가 직접 계열사로부터 지분을 매입하는 방법을 동원했다. 현지호 부회장은 지난 2013년 12월 화성T&C, 화성 등의 계열사로부터 화성알엔에이 지분을 매입해 지난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화승알앤에이 관계자는“자사주 매입은 경영권 강화 차원”이라며“작년부터 화승이 가진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남은 1.56% 지분까지 사들여 최종적으로 관계가 정리됐다”고 했다.

AK 안주인 홍미경 주식 매수 화제

지난 14일 AK홀딩스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맏며느리이자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부인인 홍미경 몽인아트센터관장이 지난달 주식 50주(460만원 상당)를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재벌가 안주인이 주식을 매집했다는 것이 이슈가 됐다. 매수 후 홍 관장이 보유한 AK 홀딩스의 주식은 2909주가 됐다.

홍 관장의 주식 매입은 채 부회장이 모친인 장영신 애경 회장의 뒤를 이어 본격적인 2세 경영을 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AK홀딩스는 자회사 제주항공의 성장과 함께 최근 유통부문의 수익성 회복으로 가치가 재평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사주매입=주가 상승’공식은 없다

오너 일가의 자사주 매입이 변동성 확대나 주가 급등으로 직결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최근 주식시장이 작은 호재에 크게 반응하고 있다”며“과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세에 대해 조급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 신중하게 투자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최근 미국 대기업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과 주식 배당을 정면 비판했다. 지난 4월 14일(현지시간) 핑크 회장은 미국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보낸 서한에서“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궁극적으로 기업과 경제의 성장을 막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핑크 회장은“많은 기업 경영자들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등을 늘리면서 숙련된 인력과 자본에 대한 지출 등 혁신에 필요한 투자를 줄이게 될 것”이라며“투자자들도 기업의 장기 전략과 성과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했다. 오너의 자사주 매입은 곧 배당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기업의 미래를 위한 혁신이나 연구개발(R&D)의 비용을 줄여 기업을 위기로 내 몰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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