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토막살인, 잔혹하게 토막난 '코리안 드림' 그는 왜 아내를 죽였나?
시화호 토막살인, 잔혹하게 토막난 '코리안 드림' 그는 왜 아내를 죽였나?
  • 박기영 기자
  • 승인 2015.0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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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5일 경기도 시흥에서 토막난 여성의 사체가 발견됐다. 처음 발견된 것은 피해자의 몸이었다. 팔, 다리, 머리는 없었다. 사건은 수사 초반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난항을 예고했지만 경찰이 수색작업을 벌여 나머지 시신을 찾아냈다. 결국 지난 7일 범인을 검거했다. 범인은 피해 여성의 남편이었다. 둘은 집을 마련할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중국 동포로 밝혀졌다.

'몸'만 남은 시신

지난 5일 오전 시화방조제 오이선착장에서 가족과 함께 돌게 를잡던K씨(25)가시화호쪽물가에서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의 일부를발견, 경찰에신고했다.

토막시신은 머리와 팔, 다리가 분리된 상반신으로 예리한 흉기에 의해 잘린 것으로 확인됐다. 시신의 피부나 살점은 훼손되지 않아 비교적 온전한 상태였다. 사망한 지 오래되지 않은 듯 부패는 심하지 않았으며 옷은 걸쳐져 있지 않았다. 성범죄 여부를 조사하는 정액반응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타났으며 시신 특정 부위에 훼손 흔적도 없었다. 이에 경찰은 기동대 100여명을 동원해 시화호 인근을 수색했다. 경찰은 사체 몸에 남아 있는 맹장수술 자국과 다른 수술 흉터를 확인하고 진료기록을 토대로 조사를 벌였지만 피해자의 신원은 알아낼 수 없었다.

지난해 3월 시화호의 한 인공섬에서 머리 없는 40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된 바 있다. 하지만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현재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일년여 만에 또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여론은 들끓었고 언론은 해당 사건을 속보로 보도했다. 일부에서는 또 다시‘미제’로 남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

3일만에 검거

하지만 지난 6일 주민 신고로 대부도 방면 방조제 시작부 100m 지점 바위틈에서 시신의 머리 부위가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머리의 훼손 상태는 심하지 않았으며 지인이라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를 토대로 몽타주를 작성했고 한편으로는 수색작업을 계속했다. 지난 7일 경찰이 수색작업을 통해 오전 근처에서 양쪽 손과 발이 담긴 검은색 비닐봉지를 발견했다.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손가락의 지문으로 피해자의 신원이 확인된 것이다. 해당 피해자는 중국 국적인 한 모씨(42·중국동포)로 2011년 입국했다. 당시 국내에는 이미 한 씨의 남편이 입국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한 씨가 미귀가자 신고가 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남편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해 수사에 착수했다. 용의자의 직장과 자택에 잠복근무가 시작됐고 미행도 따라 붙었다.

경찰은 다음 날인 8일 오전 7시경 자신의 집에서 여행용 가방을 들고 나온 한 씨의 남편이 근처 조카가 사는 건물로 들어갔다가 빈손으로 나오는 걸 목격했다. 경찰은 수색 끝에 건물 옥상에 시신의 양쪽 팔과 다리가 담긴 가방을 확보하고 오전 10시35분경 정왕동 공장 인근 길가에서 한 씨의 남편를 체포했다. 경찰은 한 씨의 남편 김하일(47·중국동포)을 체포하는 것과 동시에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근거로 김하일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도박으로 재산탕진

경찰에 붙잡힌 김 씨는 자신의 혐의를 순순히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 취재진 앞에서“집사람과 싸우다 욱하는 마음에 그랬다”라며 토막살인 동기를 밝혔다. 그리고“아내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고 말을 맺었다 .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1996년 한씨와 결혼하고 2009년 입국해 막노동을 해오다 2011년 시화공단 내 공장에 취직해 생활해 왔다. 김씨는 2013년 말 중국에 돌아갔다가 6개월 만인 지난해 가을 다시 이 공장을 찾았다. 김씨가 입사 할 때부터 알고 지냈다는 A씨는“말썽 한번 피운 적 없고 지각이나 무단결근도 안 했다”며“조용했지만 일만큼은 성실히 했다”고 말했다. 김씨와 한씨는 아들과 어머니가 있는 중국 길림성에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모으기로 했지만 김씨가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거의 탕진했다. 현재 무일푼에 가까운 상태라고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일 피해자인 한모씨가 주택 매입을 위해 돈을 보내라고 재촉하자 흥분해 둔기로 한 씨의 머리를 내리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이 후 김씨는 한 씨의 사체를 자신의 주거지에서 회칼을 사용해 사지와 머리, 손발 등을 훼손했고 지난 2일 오전 자전거를 타고 시화호 및 주거지 인근 건물 옥상 등 모두 4곳에 사체를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집 마련을 위해 대한민국으로 온 한 부부의‘코리안 드림’은 이렇게 잔혹한 결말을 맞이했다.

중국 동포 사회, 충격

이번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중국동포로 드러나자 국내 중국동포들이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2012년 오원춘 사건과 지난해 박춘풍 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잔혹한 범죄 피의자가 중국동포로 확인되면서 중국동포 사회 전체가 범죄집단으로 매도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족이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이러다 한국에서 쫓겨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일부 나쁜 사람들 때문에 착한 사람들까지 피해를 본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김씨를 검거했다는 기사가 게재된 지난 8일 주요 포털 사이트덧글에‘조선족 추방해라’, ‘동포라고 할 수 없다’등 동포사회를 싸잡아 비난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재한조선족연합회 유봉순 회장은“잔혹한 범죄자는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동포사회 전체가 매도당하는 건 안타깝다”며“개인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해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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