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당첨자, 잇따른 패가망신에 ‘철창행’
로또 당첨자, 잇따른 패가망신에 ‘철창행’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0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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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망청, 씀씀이 못 줄여 ‘파멸’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분의 1이다. 한 해 동안 한 사람이 벼락을 맞을 확률인 50만분의 1보다도 낮다. ‘인생역전이라 불리는 이 당첨금은 파멸을 몰고 오기도 한다. 로또복권 1등 당첨금을 4년 만에 탕진하고 휴대전화를 상습적으로 훔치다가 경찰에 붙잡힌 30대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도박·유흥비로 탈탈

 

별다른 직업이 없던 황모(35)씨는 지난 2006년 진주에서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됐다.

세금을 제외하고 14억원의 당첨금을 수령한 황 씨는 강원랜드에서 도박을 하고 유흥주점에서 큰 돈을 탕진했다. 수억원을 잃은 그는 4년 만에 당첨금을 모두 써버렸다. 흥청망청 쓰던 돈이 떨어지자 유흥비를 마련하려고 20104월부터 절도 행각을 벌였다. 그는 같은 해 6월 지명수배됐다.

도피생활을 하던 황 씨는 20133월 부산의 등산복 매장에서 60만원 상당의 등산복을 훔쳤다. 같은 해 12월에는 진주지역 휴대전화 매장에서 신형 스마트폰 2대를 들고 달아나는 등 109차례에 걸쳐 1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검거 당시에도 지갑에 로또복권과 스포츠토토 등 복권 10여장을 가지고 있어 다시 한 번 복권 당첨의 꿈을 좇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창원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문보경 부장판사)는 이런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황모(35)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3년과 피해자 2명에 각 80만원을 지급하라는 배상명령을 내렸다.

 

수배 중에 로또 당첨

 

지난 20066월 경남에 살던 또다른 황모(34)씨는 강도상해 혐의로 경찰에 수배를 받던 중 우연히 구입한 로또복권이 1등에 당첨돼 19억원을 수령했다.

그는 1억원으로 우선 변호사를 선임해 벌금형을 받은 후 본격적으로 당첨금을 펑펑 쓰기 시작했다. 부친에게 개인택시를 선물하고 가게를 구입하는 등 미래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도박과 유흥에 빠져 돈을 물 뿌리듯 써댄 방탕한 생활이 문제였다. 결국 8개월여 만에 당첨금을 모두 날렸다.

그는 도박 자금과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금은방을 털다 붙잡혀 결국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지난 201210월 로또 1등에 당첨됐던 A씨도 아내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그는 로또에 당첨된 이후 재혼을 했지만 당첨금을 흥청망청 쓰다가 가정불화가 생겼다. 돈 잃고 가정도 잃는 신세로 전락한 것.

또 지난 2005년 평범한 가장이었던 B씨 역시 로또 1등에 당첨돼 직장을 그만두고 당첨금으로 개인 사업을 벌였지만 2년여 만에 돈을 모두 탕진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7월 광주의 한 목욕탕 남자 탈의실에서 목을 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242억 받고 사기범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된 사람들이 패가망신한 사례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410월 김모(53)씨는 주식 투자로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투자자를 속여 14,0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앞서 2003년 로또 1등에 당첨된 김 씨는 무려 242억원의 당첨금을 손에 쥐었다. 세금을 제외하고도 그에게는 189억원이 남았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당첨금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큰 돈을 손에 쥔 김 씨는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지 몰랐다.

김 씨는 당첨금으로 서울 서초구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두 채를 구입하고 병원 설립 투자금과 주식 투자 등에 돈을 쏟아부었다.

무계획적인 투자는 곧바로 실패로 이어졌다. 병원 설립에 35억원을 투자한 것 역시 한푼도 건지지 못했다. 김 씨는 5년 만인 2008년 말 당첨금을 모두 탕진했다.

김 씨는 다시 빈털터리가 됐지만 돈을 펑펑 쓰던 습관은 그대로 남았다. 충동적인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였다. 아파트를 담보로 사채를 빌려 주식투자에 나선 그는 빚쟁이가 됐다.

김 씨는 2010년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상대에게 자신을 펀드전문가로 속여 선물옵션에 투자해 수익을 내주겠다고 한 뒤 1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김 씨는 경찰에 체포된 뒤에도 한때의 행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내 인생은 참 기구하다면서도 지금도 돈을 갚을 능력이 있기 때문에 (피해자와) 합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리하고 검토하라

 

나눔로또는 이러한 로또의 저주를 막기 위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Money can buy happiness)’는 제목의 책을 발표했다.

이 책에 나오는 복권 1등 당첨시 행동요령 5가지에 따르면 시간을 가져라 정리하고 검토하라 손익을 계산하라 우선순위를 찾아라 금융관리사를 만들라 등이 있다.

최소 3개월 동안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보고 자신의 자산과 부채를 검토해 세금과 높은 이자를 지불하는 부채를 먼저 지불하라는 설명이다. 또한 당첨 이후 감정적으로 진정되고 새로운 재정 상태를 파악할 시간을 가졌다고 해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나눔로또는 이에 관해 갑작스레 부유해진 상황에서 쓸모없는 소비를 줄이고 계획적으로 살기 위해선 자산관리사나 투자전문가를 찾거나 상담사·자산심리학자 등을 만나봐도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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