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명망가 내세워 SK오너십 무력화 시도
소버린, 명망가 내세워 SK오너십 무력화 시도
  • 한국증권신문
  • 승인 200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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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2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이 또 다시 기묘한 수를 뒀다. 소버린은 29일 SK㈜ 이사 후보로 5명의 사회명망가와 석유산업전문가를 추천했다. 소버린의 이같은 행보는 소액주주 운동가를 이사 후보로 내세울 것이라던 SK의 당초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게 만들었다. 소버린은 더욱이 각 후보들에게 이사로 선임되더라도 각자 독자적인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소액주주들도 인정할 만한 후보들을 이사진에 포함시켜 SK측 이사들의 독단적 결정에 제동을 걸겠다는 구상이다. 경영권 장악이나 다름없다. SK는 소버린의 묘수에 당황하고 있다. 추천된 후보들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사진에 포함되면 SK㈜ 회사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액주주들이 주장할 경우 이를 마다할 수 없는 처지라는 얘기다. ◆누가 추천됐나 소버린이 추천한 이사 후보는 모두 사회적 지명도가 높은 인물들이자 일부는 자타가 공인하는 석유산업전문가들이다. 한승수 전 유엔총회 의장은 설명이 필요없는 인물. 김진만 전 한빛은행장도 금융계 경력 38년의 중량급이다. 남대우 전 가스공사 사외이사도 광업진흥공사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아왔다. 조동성 교수는 다양한 활동으로 잘 알려져 있는 경영학자. 미국 걸프사에서 국제전략개발팀장으로 근무한 경험도 있는 석유전문가다. 그는 더욱이 최태원 SK㈜ 회장과는 사돈관계이기도 하다. 김준기 교수는 연세대가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세계은행 등과 공동설립한 힐스기업지배구조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기업지배구조 관련 전문가다. ◆왜 이들을 후보로 추천했나 소버린은 소액주주들을 등에 업고 이사진을 교체해 SK㈜의 이사회를 SK 오너십을 배제한 채 주주 중심으로 끌어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구태여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 같다. 소버린이 추천한 후보들이지만 이들이 소버린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 같지 않다는 점도 그런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최태원 회장과 교감을 가졌다는 조동성 교수는 "사외이사가 된다면 전체 주주를 위해 일할 것"이라며 "소버린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승수 전 의장도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한국경제의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이사 후보로 나섰다"고 말했다. 결국 소버린의 의도는 SK㈜가 오로지 주주 가치를 위해 경영되도록 힘써 주가를 끌어올린 뒤 자신들이 내세웠듯 `5년 이상의 장기투자` 이후 이익을 챙겨 나가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못마땅한 SK SK는 소버린의 이같은 이사후보 추천에 대해 "소버린의 이런 자세로는 절충이 어렵다"며 불쾌해 했다. 이들이 내세운 후보가 아무리 사회적 명망이 높다고 해도 결국 SK의 오너십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SK는 소버린의 의도가 결국 이사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해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을 무력화시키고 단기적인 기업가치 증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간산업이자 SK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SK㈜가 주주중시 경영에 몰입할 경우 대규모 투자나 장기경영전략을 펼 수 없다는 것. SK㈜는 30일 기업설명회(IR)를 통해 투명경영 등 지배구조개선과 관련한 원칙을 밝힐 예정이다. 또 사외이사 후보를 포함해 구체적 제도 개선안도 다음달까지 마련키로 했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 표심을 잡기 위한 최태원 회장측과 소버린간 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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