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등기이사 사퇴 연봉 비공개 꼼수 "모럴헤져드 심각"
오너 등기이사 사퇴 연봉 비공개 꼼수 "모럴헤져드 심각"
  • 박기영 기자
  • 승인 2015.0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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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2,500여개 기업의 임원진의 보수가 공개됐다. 하지만 여기에서 몇몇 오너 일가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보수내역공개가 법제화되자 아예 임원직을 사퇴해 버린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일부 재벌그룹 오너 일가가 등기임원을 사퇴해 가면서 연봉 공개를 피하고있다. 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들, “ 피해가자”

금융당국은 지난 2013년도 개정된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연간 5억원 이상의 보수를 지급받는 임원들의 개인별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게 작년부터 시작된‘보수 공개’에서 보수란 근로소득(통상임금)과 상여금 혹은 스톡옵션 등을 모두 합쳐서‘보수 총액’으로 공개한다.

이는 경영내부적인 과도한 배당이나 지나친 연봉 책정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시행됐다.

하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좋지않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임원보수 공개 대상 업체인 2,500여개의 회사 중 신고 마지막 날인 지난 31일 업체의 90%에 가까운 2,200여개가 제출됐다. 특히 오후 2시경에 1,800여개가 한꺼번에 들어왔다. 연봉 공개는 사업보고서와 함께 제출하게 돼있다. 연봉 공개 이전에는 사업보고서가 제출 기간 중 약간의 간격을 두고 하루평균 3~400개씩 평이하게 제출된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 것.

이를 두고 한 관계자는“보수공개에 대한 부담이나 비난 여론을 의식해서제출이 마지막 날 몰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행태는 검증이나 업무 자체에 차질을 초래할가능성이높다.”고말했다. 기업 관계자는“(보수 공개를)일찍 발표해서 (자회사 임원이)단 며칠이라도 연봉 순위가 높게 체크되면 기업 이미지에 좋을 것이 없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유난히 많아진 퇴직금

지난해 최고 보수를 받은 국내 기업 등기임원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신고된각기업의지난해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 회장은 215억7,000만원의보수를받았다.

오너 일가를 제외한 전문 경영인 중 1위인 신종균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145억여원과 큰 차이가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에서 57억 2,000만원, 현대모비스에서 42억 9,000만원, 현대제철에서 115억 6,000만원을 받았다. 지난 2013년 42억원이었던 현대제철에서의 급여가 크게 늘어난 것이 보수를 높인 결정적 요인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지난해 현대제철에서 등기이사직을 사임하면서 94억 9,100만원의 퇴직금을 받았는데 이 때문에 전체 수령액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2위는 김승연 한화 회장이었다. 한화∙한화케미칼ㆍ한화건설ㆍ한화갤러리아에서 퇴직금 약 133억원을 포함 총 178억9,700만원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상당수의 등기임원이었던 재벌가 오너 일가들이 사퇴를 했다. 이를 두고 한 관계자는“등기임원에서 빠지게 되면 보수공개 대상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등기임원에서 빠진다고 경영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보수 공개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봉 공개’보단 ‘사퇴’

‘퇴직’을 이유로 보수를 공개하지 않은 곳은 국내 239개 주요그룹사 중 15.5%인 37개 그룹의 오너 일가로 나타났다. 특히 등기임원 연봉 공개가 법률로 의무화된 2013년 11월 이후 11개 그룹사에서 오너 일가 구성원이 등기임원직에서 사임했다.

지난 1일 기업분석 전문업체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에 따르면 국내 239개 주요 그룹 오너들의 보수 공개 여부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조사 대상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63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과 한 곳 이상의 상장회사를 거느린 그룹까지 포함해 총 239곳이다. 그 중 개인사정 등 여러 사유로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난 그룹 오너는 10명 내외로 파악됐다. 11개 그룹 오너가 2013􀅭2014년을 전후로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나 보수 공개 대상에서 빠졌다.

최태원 회장과 한화 김승연 회장도 여기에 포함됐다. 김 회장은 작년에 퇴직금과 장기성과급형태의 보수를 받았다.

하이트진로그룹 박문덕 회장은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홀딩스 등기임원직을 유지하다가 작년 1분기 보고서부터 미등기 임원으로 등재된 상태다. 이수그룹 김상범 회장도 이수페타시스ㆍ이수화학 등기임원이었다가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했다. 이밖에 SPC그룹, 무림그룹, 종근당그룹, 동서그룹, 태광실업그룹, 조선내화그룹 등의 오너일가 구성원이 등기임원이었다가 미등기 임원으로바뀐 것으로 파악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시간이 흐를수록 보수 공개 의무 대상자에서 빠져나오려는 그룹 총수급 오너는 더 늘어날수있다”고 관측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임원 보수 공개의 의미가 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월 등기∙미등기와 관계없이 보수 총액 기준 상위 5명에 해당하면 보수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금융투자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중소기업은 자진공개

일부 중견∙중소기업들은 5억원 이상 보수 공개 의무화에 상관없이 등기임원 개인별 보수를 전부 공개해서 재벌그룹들과 비교가 되고 있다. CXO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3년도 매출 기준 1천500대상장사 중 코콤, 코맥스, 명문제약 등 30개 기업이 등기임원 보수가 5억원 이하인데도 개인별보수를 전부 공개했다. 2013년 기준으로 5억원 이상 보수를 공개한 기업은 1천500대 기업 중 398개사로 26.5%에 그쳤다. 한 관계자는“미국의 경우는 단 1달러 이상만 받아도 공개 대상이다. 공개 대상에 등기 미등기 임원 구분도 없다. 그리고 오히려 많은 연봉을 자랑으로 여긴다. 우리나라도 문화가 변해야  한다. 숨기지 말고 대놓고 말해야 의식이 변한다. 지금처럼 숨겨봐야 국민들은 의구심 밖에 가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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