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화(紙花) 명인 정염스님, 종이꽃 향기 담은 '지화전시회'화제
지화(紙花) 명인 정염스님, 종이꽃 향기 담은 '지화전시회'화제
  • 박철성 언론인•다우경제연구소 소장
  • 승인 201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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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18일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나무갤러리에서 열려
▲ 정명스님의 ‘향기 나는 종이꽃’ 작품. (사진=포토그래퍼 김종선)

'부처님 오신 날' 봉축 행사를 앞두고 국내 최초 불교 지화(紙花)미술 전시회가 열린다. '지화 전시회(4월13일~18일)'가 열린다.

지화(紙花) 꽃피우기에 반평생을 받친 명인 정명스님(60•불교지화장엄전승회 회장, 연화세계 주지)의 '지화전시회'가 오는 4월 13일부터 18일까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 나무갤러리(조계사)에서 열린다.

지화는 종이로 만든 꽃이다. 생화보다 더 향기 나는 종이꽃이다. 정명스님이 만든 종이꽃의 살아 숨 쉬는 자연 향이 매력이다.

▲ 정명스님이 주지로 있는 ‘연화세계’는 법당도 아담한 절.(사진=포토그래퍼 김종선)

한지천연염색은 그녀만의 특허 기법이다. 정명스님의 지화는 모두 천연 재료만으로 꽃물을 들였다. 꽃에 자연의 향이 배어있다. 작품을 접한 갤러리들은 입을 모은다. “생화보다 더 은은하고 아름답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 정명스님이 주지로 있는 ‘연화세계’는 법당도 아담한 절.(사진=포토그래퍼 김종선)

정명스님이 머물고 있는 곳은 경기도 가평군 상면 행현리에 위치한 연화세계이다. 사찰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아담하고 소박했다. 20평 남짓한 법당과 연꽃 밭 그리고 약 25평 규모의 작업실이 전부다.

스님은 요즘 전시회를 앞두고 바쁘다. 첫 개인전인만큼 기대가 된다. 이번 전시회에는 총 50여종이 선보일 계획이다.

스님과 봉사하는 신도들이 지화제작에 집중하고 있었다. 작업실은 꽃망울이 터졌거나 이를 기다리는 꽃들로 한방 가득했다.

스님은 방문한 기자에게 손수 만든 연꽃차를 내놓았다. 입안 가득히 순결한 꽃향기의 은은함이 느껴졌다.

여름에 꽃을 수확해 급냉해 보관하면 사시사철 맛있는 연꽃차를 맛볼 수 있다.

▲ 정명스님이 13세의 나이에 ‘4분정근(四分定根)’ 수행을 하며 불가와 인연을 맺어 준 성불암. 지금은 성불사.

정명스님이 어떤 계기로 지화와 반생을 살아왔는지 궁금했다. 생화도 많은데 왜 하필 종이꽃 만들기일까?

“어린 시절부터 워낙 꽃을 좋아했다”면서 “키우기도 하고 꽃꽂이도 해봤는데, 아름다운 순간이 너무 짧아 지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맞다. 지화는 시들질 않는다.

이어 “꽃 중의 꽃은 연꽃”이라며 차 한 모금 들고 잠시 시선을 멀리 가져갔다. 오래전으로 여행을 떠나는듯했다.


♦언론에 최초로 밝히는 출가 스토리


그녀는 1955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났다. 주민등록상에는 1954년. 잘못 기재돼 있단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가난해서 중학교 진학을 못했다. 13세부터 불자였던 어머니를 따라 동네 절을 드나들며 불교와 인연이 됐다.”고 정명스님은 수행의 길을 걷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 절이 바로 경북 문경, 주흘산(해발 1106m) 중턱에 위치한 성불암(현재 성불사•문경읍 상리).

“성불암에서 천일기도중인 혜륭 스님을 도우며 3년을 지냈다. 새벽 2시 30분, 일어나서부터 종일 스님 따라 기도하며 독송을 했다. 시간이 지나 언젠가 부터는 경전 없이도 불경이 절로 읊어졌다. 차제에 머리를 깎자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싫다고 했다. 밭일은 물론이고 절 짓는 일까지 종일 온갖 할일이 차고 넘쳤다. 너무도 힘든 나날이었다. 어느 날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었다. 공부건 기술이건 익혀야겠다고 판단, 그길로 언니한테 갔다.” 어린 시절 가출(?)일화를 소개하려니 쑥스러웠나보다. 정명스님이 슬며시 웃었다.

▲ 정명스님 곁에서 스님을 돕는 조카 이순희 씨가 차린 밥상, 제철음식이 스님의 보양식이었다.(사진=포토그래퍼 김종선)

초행길, 묻고 물었다. 당시 서울에 살던 언니 집에 어렵게 찾아갔단다. 언니를 만났고 이렇게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는 줄 알았다고. 그날 밤 눈을 부치려는데 한숨도 못 잤단다. 잠자리가 바뀌어서였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정명스님은 “자리에 누우면서부터 목탁과 불경소리, 새소리가 귓전에서 떠나질 않더라.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아침에 언니에게 가까운 절이 어디냐고 물었다. 일러준 우이동 금강사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정태경 스님을 만났고 저간의 사정얘기를 했다. 며칠 머물기를 청하니 몇 달도 좋으니 얼마든지 있으라고 했다.”고 흘러간 세월을 더듬었다.

그곳 잠자리, 낯설기는 마찬가진데 잠도 잘 오고 마음이 너무나 편하더란다. 결국 그날부터 다시 절 생활이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스님을 따라 기도를 하는데 자연스레 불경이 읊어졌다. 내가 오기 한 달 전에 스님이 되겠다고 들어온 행자도 불경을 외웠다. 하지만 나와는 비교가 됐었나보다. 기특해 보였던지 스님이 내게 물었다. 독송을 어디서 그렇게 배웠느냐고. 지난 3년의 세월을 털어놨다.”

16세 어린 소녀의 칭찬받은 독송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었다. 지난 3년, 성불암에서 혜륭 스님을 따라 성실히 닦은 ‘4분정근(四分定根)’ 덕분이었다. ‘4분정근’이란 사시•새벽•점심•저녁예불까지, 하루 4번에 걸친 정진 기도.

▲ 보운스님으로부터 정명스님이 지화 장엄에 필요한 도구를 전수받았다.(사진은 정명스님의 저서, ‘전통지화’ 서적 캡처)

“당장에 머리를 깎자고 했다. 그러면 학교도 보내주고 공부 잘하면 대학교수도 시켜주겠다고 했다. 배움에 굶주렸던 나로서는 생각하고 말 상황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삭발을 했다. 눈물이 나진 않았다. 그런데 거울을 보고 실망했다. 너무나 못난 얼굴을 보고 웃음마저 나왔다. 이 얼굴로 어찌 한평생 살아나가 싶었다.”면서 “머리 깎기를 정말 잘했다.”고 지금은 그저 감사의 마음뿐이란다.

‘향기 나는 종이꽃’의 주인공, 정명스님. 언론에 최초로 공개한 그녀의 출가스토리는 모두를 기쁘게 했다.

밤샘작업에 막중한 업무처리, 여기에 정해진 강의까지 해야 입장. 또 정명스님은 현재 동국 대학원 불교학과 석사과정 논문학기에 재학 중이다. 만학도 스님의 건강이 걱정됐다.

스님은 청결한 마음으로 청빈한 생활을 하고 있다. 제철에 수확하는 채소로 소박한 밥상을 즐긴다. 

이날 밥상은 곤드레나물밥과 갓 채취한 봄 쑥 된장국, 머위•곰취나물과 장아찌, 데치고 볶아서 무친 콩나물, 그리고 해 넘겼음에도 사각사각 김장김치가 입맛을 사로 잡았다.

스님의 식단은 곁에서 정명스님을 돕는 조카인 이순희씨(51,법명 연화심) 솜씨이다. 깊은 정성이 담겼다. 스님은 건강보양식은 정성이 담긴 제철음식이었다.

▲ '향기 나는 종이꽃’ 주인공 정명스님의 첫 개인전이 열린다.

♦특허 받은 정명스님의 한지 천연염색은 가슴에 감동선사

염색의 종류와 방법은 다양하다.
염색의 종류는 직접(直接)•매염(媒染)•환원(還元)•발색(發色)•분산염법(分散染法) 등이 있다. 이는 화학약품을 이용하는 방법들. 즉 화학염색이다.

정명스님은 “천연염색은 꽃잎, 식물의 줄기, 과일껍질, 채소 등 자연재료를 이용하여 고유의 빛깔을 연출한다.”면서 “화학염색은 눈에서 기쁨을 느끼고 천연염색은 가슴에 감동을 준다.”고 설명했다. 상업적 화려함과 전통적 은은함의 차이라는 얘기였다.


▲식물성 염재 추출 부위에 따른 분류

천연 염색재료(이하 염재로 표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정명스님의 경우 식물성과 광물성만을 사용한다. 식물성 염재는 열매•껍질 꽃•잎•뿌리•줄기•심재 등, 부위에 따라 추출한단다.

또 광물성 염재는 색소가 함유된 돌•흙•금속류가 해당된다. 대표적 광물성 염재로 황토가 있고 재•주사•적토•황토•창금석•숯•먹 등이 있다. 정명스님은 “연꽃을 만들 때는 진달래나무를 태운 재를 염료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색상계열에 따른 염료소재

단색성 염료로는 치자•쪽•계장초•샤프란•울금•홍화•황련•황벽•오미자•백년초등을 사용한다.

노란색 계열은 황벽•치자•금잔화•황련•국화•억새•양파껍질, 빨강색은 홍화•소목•오미자, 자주색은 포도껍질•자초•소목•흑두, 자주색은 자초•소목•오배자•흑두, 녹색계통은 시금치•쑥•감국•수국•등나무•은행나무 등이 사용된다.

장명스님은 “이밖에 파랑, 적갈, 황갈, 회색, 검정 등의 색상을 연출해주는 다양한 소대들이 있다.”면서 “두 가지 이상의 염료를 섞어 중간색으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정염스님 "꽃은 세상을 향기롭게 한다"

정명스님은 1970년 우이동 금강사로 출가, 정태경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1985년 청룡사(종로구 숭인동) 진우스님으로부터 꽃과 등장엄 도구를 전수 받았다. 그리고 1986년부터 2005년까지 20년 동안 전주의 보운스님에게서 지화 제작 기술을 전수받았다.

보운스님은 금륜스님으로 부터 지화제작기술을 전수받았고, 전북지역의 수륙재•영산재•예수재 및 사월초파일 등 각종 지화 장엄을 담당해 왔다.

♦정명스님은 연등회보존위원회 장엄도감(莊嚴都監)

정명스님은 연등회보존위원회 장엄도감을 맡고 있다.

연등회는 신라에서 시작돼 고려시대에 국가적 행사로 자리 잡은 불교행사. 팔관회와 더불어 신라 진흥왕대에 시작, 고려시대 국가적 행사로 자리 잡은 불교 법회다.
2012년 4월 6일,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지정번호 제122호.

또 장엄은 향이나 꽃 따위를 부처에게 올려 장식하는 일을 총괄적으로 운영, 책임지는 직책. 꽤나 어깨가 무거운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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