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이부진, 거침없는 행보 '글로벌 사업' 속도↑
승부사 이부진, 거침없는 행보 '글로벌 사업' 속도↑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0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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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경영 스타일, 아버지 이건희 회장 빼닮아

최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색다른 모습으로 주주총회장에 등장했다. 자택에서 발목을 다쳐 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참석한 것. 이 사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로 4년째 호텔신라의 등기이사(사내이사) 및 이사회 의장으로 주총을 이끌어 오고 있다. 이러한 이 사장의 사내이사 진출 등은 일부 재벌 오너 일가의 등기이사 회피경향 속에 화제가 됐다. 또 기내면세점 세계 1위 업체인 디패스(DFASS)를 인수해 승부 근성을 보여주는가 하면 좀처럼 구설수에 오르지 않는 행보 또한 눈길을 끈다.

직접 의사봉 잡아

이부진 사장은 2012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세 자녀 중 처음으로 주총 의장을 맡았다. 그룹 오너 가족이 주주총회에 참석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직접 의사봉을 잡고 의장직을 수행한 것이다. 삼성그룹 3세 중 회사 업무에 법적인 책임을 지는 유일한 대표이사가 됐다.

당시 호텔신라 관계자들조차도 깜짝 놀라 이 사장이 주총을 직접 진행할 줄 몰랐다대표이사로서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 사장이 경영자로서 자신감,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노력 등에 힘입어 이 사장이 CEO에 취임한 이후 호텔신라 매출은 201014524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났다. 요우커 급증 등도 호재였다. 지난해 호텔신라 영업이익은 1389억원으로 2013년의 865억원에 비해 40% 이상 급증했다. 특히 사장이 호텔신라에 처음 발을 들였던 2001년과 비교하면 매출액(4304억원)6.8, 주가(8500)10배로 늘어났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2001년 기획담당 부장으로 입사한 이 사장이 10여년에 걸쳐 지금의 호텔신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실적뿐만 아니라 사회공헌활동 등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이 사장이 진행한 대표적인 사회공헌프로그램 중 하나가 맛있는 제주만들기 프로젝트.

맛있는 제주 만들기프로젝트는 호텔신라가 작년 2월부터 폐업 위기에 놓인 제주도 내 식당을 골라 조리법과 손님 응대법, 주방 설비 개선, 메뉴 구성 등을 도와주는 것이다. 영세한 동네 식당 자영업자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특히 호텔신라 직원들이 직접 리법을 전수해주는 게 핵심이다. 식당 내부 인테리어도 개선해준다. 9호점까지 선정됐고 해당 식당들은 모두 제주도의 명물 식당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덕분에 호텔신라는 제주도로부터 자원봉사 친화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선행 vs 금수저

사실 이 사장이노블리스 오블리제’(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라는 평을 들었던 가장 유명한 일화는 작년 2월에 일어났다호텔 출입문을 들이받은 택시기사에게 금전적인 책임을 묻지 않은 일이다.

당시 서울신라호텔에서 모범택시 1대가 호텔 주출입구 회전문을 들이받아 총 4명의 호텔직원과 투숙객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택시 운전기사 홍모씨(82)는 손님을 태우기 위해 로비 쪽으로 천천히 접근하던 중 갑자기 속도가 높아졌다며 급발진을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급발진이 아닌 홍 씨의 운전 부주의로 조사를 마쳤다. 홍 씨는 5000만원 한도의 책임 보험에 가입돼 있었지만 신라호텔의 피해액은 5억원 수준이었다. 홍 씨는 꼼짝없이 4억원이 넘는 금액을 신라호텔에 변상해야 했다.

이 사장은 사고 전반에 대해 보고를 받고 한인규 부사장을 불러 택시 기사도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것 같지 않은데 이번 사고로 충격이 클 것이라며 집을 방문해 보고 상황이 어떤지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

한 부사장은 홍 씨의 집을 방문했다. 주소를 찾기 어려울 만큼 낡은 빌라의 반지층인 그의 집에는 몸이 성치 않은 홍 씨가 홀로 누워 있었다. 이 사장은 이를 듣고 홍 씨가 일으킨 사고로 발생한 피해를 사측에서 해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고령인데다 형편이 여의치 않은 홍 씨는 사고 발생 사흘만인 지난달 28일 신라호텔 피해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홍 씨는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내의 치료비도 모자른 상황에서 감당할 수 없는 사고로 어쩔 줄 몰랐지만 뜻밖의 소식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일부에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대기업 사장에게 이 정도 돈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그만한 일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란 말을 듣는 것은 과하다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리틀 이건희

이 사장은 1970년생으로 대원외고와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했다.

그의 학창시절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이 사장은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초등학교와 대원외고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아동학과 89학번으로 입학했다. 같은 대학교에 다녔던 지인들은 아주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았던 친구라고 그를 기억한다. 당시 내로라하는 정재계 집안 아이들이 꽤 있었지만 이 사장은 수수한 옷차림에 버스를 타고 다니는 등 재벌 자제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

1995년 이 사장은 삼성복지재단의 보육사업팀에 입사했다. 이후 삼성 일본 본사, 삼성전자를 거쳐 2001년 호텔신라에 몸담았다. 2009년부터는 삼성에버랜드 전무를 겸직했다. 그리고 201012월 삼성의 첫 여성 사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이 사장이 2001년 호텔신라의 기획팀 부장으로 왔을 때만 해도 그의 능력을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닮았다는 업계의 평을 듣게 됐다.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사업 추진력이 강하고 카리스마가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이 사장은 완벽주의자라 불릴 정도로 승부 근성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가 호텔신라에서 경영수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호텔신라 케이터링 서비스(행사연회 등을 대상으로 음식을 공급하는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서비스 현장을 온 종일 지키고 직원들의 동선을 스케치해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이 사장은 호텔신라의 대대적인 업그레이드 작업에 돌입했다. 곧 사업의 중심을 호텔에서 면세점으로 바꿨다. 서비스 품질 향상에도 힘을 쏟아 호텔에서 수익이 나지 않기로 유명한 식음, 연회사업 부문에서 24개월 연속 시장점유율 1위라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루이비통 추진력

2005년부터 2006년까지는 호텔신라를 리뉴얼해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탈바꿈시켰다.

신라면세점을 리모델링해 샤넬 등 명품 브랜드 매장을 확대하고 호텔 지하 아케이드에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최고급 브랜드를 유치해 고급화를 꾀했다. 그 덕분에 20024157억원에 불과하던 호텔신라의 매출액은 20091조원을 돌파했다.

호텔신라 상무 시절인 2007년에는 아이를 출산한 지 3일 만에 출근해 업무를 처리했다. 호텔신라를 리모델링할 때는 유통, 인테리어 등 호텔과 관련된 공부를 하느라 새벽 3시에 직원에게 업무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또 순수 국내파임에도 호텔 경영을 위해 영어와 일본어, 프랑스어까지 3개 국어를 완벽하게 익혔다.

이 사장은 인천공항에 이어 김포공항 면세점까지 접수하며 호텔업계의 거인 롯데호텔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호텔신라는 롯데호텔과 면세점 시장점유율에서 두 배 이상 격차가 났지만 이 사장은 인천공항 면세점에 루이비통 매장을 입점 시키는데 성공했다. 현재 루이비통 인천공항점은 전 세계 공항 면세점 중 유일무이한 사례로 남아있다

아르노 회장과 이브 카셀 당시 루이비통 사장은 당초 루이비통을 공항 면세점에 입점시키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집했었다. 이에 이 사장은 2008년부터 프랑스 파리를 수차례 오가며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을 만났고 그 앞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까지 했던 것.

이 사장은 20104월에는 한국에 입국한 아르노 회장을 공항까지 직접 마중 나가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그를 집무실로 초청한 롯데그룹에 비해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즉각 사과로 수습

한국의 재벌문화를 비난하는 외국에서도 이부진 사장에 대한 평가는 후한 편이다. 아르노 LVMH 회장의 첫째 딸 델핀 아르노는 몇 년 전 당시 호텔신라 전무였던 이 사장을 직접 이탈리아 저택으로 초청해 최고급 와인을 소개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업계에선 델핀이 성격이 까다로워 좀처럼 가깝지 않고서는 집으로 초청하는 일이 전혀 없는데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잘 나가던 이 사장이 항간에서 드디어 삐끗했다는 말을 들은 일도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한복이었다. 이혜순 한복 디자이너가 한복을 입고 신라호텔에 갔다가 뷔페식당 출입을 제지당한 것이 트위터를 통해 일파만파 확산됐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이 소식을 해외토픽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이 사장은 이 디자이너를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 이후 어쨌든 적절한 처사였다는 여론 속에서 신라 호텔 트위터를 개설해 소통에 나섰다.

이부진 사장은 임직원들과 수평적인 대화를 즐기고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 직원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여 식사하기도 하고 노래방에도 종종 함께 간다고 한다. 배우 장동건과 고소영이 신라호텔에서 결혼식을 할 때에는 손수 꽃장식을 도맡아 의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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