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대 기업, 교육훈련비 '한미약품' 1위...왜?
1500대 기업, 교육훈련비 '한미약품' 1위...왜?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0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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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힘들어지면 판매 및 관리비(이하 판관비)부터 줄여 허리띠를 졸라매는 현상이 뚜렷했다. 판관비 중에서도 직원 교육훈련비(이하 교육비)는 2012년 대비 2013년에 13%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도 1개사 평균 교육비는 5억 7640만 원이었지만 2013년에는 5억 130만 원으로 떨어졌다. 1개사 평균 7510만 원이나 감소했다. 이중 제약 업종의 직원 1인당 교육비는 건설업보다 평균 6배나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가 ‘국내 1500 대 기업 직원 교육훈련비 분석’ 결과에서 나왔다고 26일 밝혔다. 조사 대상 기업은 매출액 기준 국내 1500대 상장사이며 판관비에 명시된 교육비는 각 기업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조사됐다. 매출 원가에 포함된 교육비까지 밝힌 일부 기업은 해당 금액까지 포함해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 1500대 기업 중 교육훈련비를 감사보고서에 명시한 기업은 1031곳으로 68.7%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 대상 기업의 2012년도 교육비 총액은 5943억 4295만 원이었다. 2013년에는 5168억 6622만 원이었다. 1년 사이에 774억 7673만 원이나 교육비가 감소했다.

매출 규모별로 따져 직원 1인당 교육비를 살펴보면 5천억 원 이상 1조원 미만에 있는 기업군의 교육비가 84만 9000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매출 1조원 이상 대기업 평균 80만 3000원보다 4만 6000원 더 많은 것이다. 반면 매출 5천억 원 이하 기업으로 내려갈수록 직원 교육비는 급속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3천억~5천억 미만 중견기업군은 29만 1000원, 1천억~3천억 미만 기업군은 27만 7000원이었다. 천억 원 미만 중소기업은 24만 8000원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의 직원 1인당 교육비는 앞서 5천억~1조원 미만 대기업군의 29.2% 수준에 그쳤다. 매출 천억 원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기업군보다 직원 교육에 투자할 여력이 그만큼 적다는 것을 수치상으로도 보여주고 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2013년에 교육비 총액만 100억 원 이상 되는 기업은 11곳이었다. 가장 많은 교육비를 투자한 곳은 ‘사람이 미래다’ 광고 문구로 잘 알려진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이다. 작년 한 해만 182억 7300만 원의 교육비를 쓴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은 삼성화재해상보험으로 150억 7400만 원이었다. 기아자동차도 143억 9000만 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4~5위는 한미약품(129억 5100만 원), CJ제일제당(124억 200만 원)이었다. 이어 두산(117억 9100만 원), LG화학(115억 5700만 원), 롯데쇼핑(114억 8800만 원), 삼성엔지니어링(108억 9100만 원), SK네트웍스(106억 600만 원), LG디스플레이(105억 1600만 원) 순으로 파악됐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다음카카오 등도 교육비 금액은 높았지만 해당 항목에 조사비 및 기타 등이 포함돼 최종 순위에는 제외시켰다.

직원 500명 이상 되는 기업 중 2013년에 직원 1인당 교육훈련비가 가장 높은 곳은 제약사인 한미약품이었다. 이 회사의 직원 1인당 교육비는 725만 원이나 됐다. 129억 원 교육비에 직원 수가 1786명이어서 직원 1인당 교육비가 가장 높았다. 2위도 역시 제약사인 유나이티드가 차지했다. 이 회사의 직원 1인당 교육비는 448만 원이었다. 랭킹 TOP에는 앞서 제약사 외에도 4위 대웅제약(346만 원), 7위 보령제약(295만 원), 10위 삼진제약(266만 원)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직원 1인당 교육비가 높은 기업 상위 10곳 중 5곳이나 제약사였다.

이와 관련해 오일선 소장은 “다수의 제약사들이 직원 1인당 교육비가 높게 나온 것은 직원 교육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약사의 이러한 교육비 지출이 다른 기업과 비교했을 때 정상적인 패턴인지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031개사 조사 대상 기업의 영업이익 대비 교육비 투자 비율은 평균 1% 정도인데 비해 제약사들의 비율은 평균 5.6%나 된다. 단일 기업으로 한미약품의 경우 37.5%나 됐다. 이 회사의 2013년 영업이익은 345억 원 정도였는데 교육비는 129억 원으로, 영업이익 대비 40%에 육박하는 금액이 교육비로 쓰여 졌다. 유나이티드도 19.5%로 높은 비율에 속했고, 보령제약도 16.1%나 됐다. 앞서 직원 1인당 교육비 상위 TOP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메디포스트와 현대약품의 영업이익 대비 교육비 비율도 각각 31.4%, 29.8%로 높은 편이었다. 1000개 넘는 조사 대상 기업 중 영업이익 대비 교육비 비율이 10%를 넘는 곳은 모두 21곳이었는데 이중 8곳이나 제약사가 차지했다. 이러한 현상은 직원 1인당 교육비가 높은 GS홈쇼핑(427만 원) 2.3%, 제일기획(313만원) 7.6%, 두산(292만 원) 6.0% 등과 비교하면 2~3배 이상 높은 편이다. 같은 제약사이긴 하지만 대웅제약과 삼진제약은 6.3%, 5.7%로 앞서 언급된 제약사들과는 그 비율이 낮았다.

2013년 기준 영업이익 대비 교육비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화장품업체 ‘코리아나’였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억 3040만 원에 불과했지만, 교육비는 8억 82만 원으로 교육비가 영업이익보다 3.5배 더 많았다.

업종별 직원 1인당 교육비에서도 제약업종의 강세는 확연했다. 2013년 기준 제약업종 회사들의 직원 1인당 평균 교육비는 140만 9000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기계 업종 76만 2000원보다 2배 수준에 가까운 금액이다. 화학(74만 8000원), 식품(49만 6000원), 금속(35만 9000원), 전자(24만 7000원), 건설(23만 3000원) 등으로 조사됐다. 제약 업종은 건설업보다 직원 1인당 교육비가 평균 120만 6000원 많아, 6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직원 1인당 교육비는 평균 50만 원인 곳이 전체 기업의 81.4%인 839곳이나 됐다. 1031개 기업의 직원 1인당 교육비는 60만 3000원이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오일선 소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 LG전자 같은 대기업 등은 과거에 감사보고서에 교육훈련비를 따로 명시해오다 지금은 미공개로 하여 한발 후퇴한 반면, 휴맥스 등은 판관비에 속하는 교육비는 물론 매출 원가에 들어가는 교육비까지 자세히 공개해 대조를 보였다”며 “국내 대기업이 주주와 투자자에게 더 높은 신뢰를 얻으려면 판관비 항목을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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