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시대의 아이콘으로 도약
기성용, 시대의 아이콘으로 도약
  • 박기영 기자
  • 승인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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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의 시대

한때SNS사건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던 선수가 있었다. 심지어 비밀계정을 만들어 쓰다가 들켜서 곤욕을 한번 더 치렀다. 철없는 말실수가 발단이었다.

세간에서는 그 선수를‘악동’,‘ 문제아’,‘ 철부지’등으로 바라보았고 그로부터 1년반이 지났다. 그리고 그는 크게 달라져 있었다. 아니 몰라볼 정도로 성숙해졌다.

하지만 곧 그전보다 훨씬 더 큰 사고를 쳐버렸다. 발재간 하나로 세계를 주목 시킨 것이다. 세계 굴지의 명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기성용의 시대’

한국 축구를 대표하고 이끌어가는‘에이스’는 시대마다 있었다. 그라운드의 풍운아 이회택이라는 폭풍 같은 공격수가 있었고 아시아의 벽으로 세계에 명성을 떨친 수비수 김호도 있었다.

분데스리가에‘차붐’붐을 일으킨 차범근은 국민들에게 뜨거운 자부심을 선물하였다. 조금 시간을 돌려보면 H-H라인이라 불린 황선홍-홍명보의 시대가 있다.

1990년대 한국 축구는 끌고 가는 황선홍과 받쳐주는 홍명보가 함께 했다. 2000년대는 박지성의 시대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부터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벗을 때까지 박지성은 대표팀의 핵심이었다.

이렇듯 시대마다‘에이스’들이 있었다. 박지성이 필드를 떠난후그자리를 이어받을 선수가 과연 있을까 걱정하고 흥미로웠는데 어느정도 답이 나오는 모양새다.

이제 한국 축구는 기성용의 시대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맨유의 악몽

기성용은 22일 웨일스 스완지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201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6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서 결정적인 활약으로 팀의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기성용은 0-1로 뒤지던 전반 30분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이어받아 궤도를 틀어 놓는 왼발 슈팅으로 역전의 발판이 된 동점골을 뽑아냈다.

기성용의 올 시즌 리그 5호골이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28분 바페팀비 고미스의 역전 결승골로 이어진 존조 셸비의 중거리슈팅 역시 기성용의 패스에서 이어졌다.

스완지로서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맨유는 말할 것도 없이 EPL 최고 명문으로 꼽힌다. 그런 맨유를 상대로 시즌 더블(홈-어웨이 2연승)을 달성한 것은 스완지 구단 창설 이래 최초의 사건이다.

특히 기성용은 올 시즌 맨유와의 시즌 개막전 원정 경기와 이번 홈경기 모두에서 골을 넣으며새 역사의 중심에 당당히 섰다.

기성용은 올 시즌 맨유에게도 스완지에게도 결코 잊을 수 없는‘악몽’같은 존재가 됐다. 이 득점으로 한 시즌 최다 골을 기록했으며 박지성에 이어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을 세웠다.

과거 박지성은 2006~2007시즌과 2010~2011 시즌 두 차례 정규리그 경기에서 5골을 기록했다.

영국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 스포츠는 기성용에게‘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에게 양 팀 중에서 가장 높은 평점 8을 줬다. 하지만 기성용은 경기가 끝나고“볼이 올 때 필사적으로 골을 넣으려고 했다”며“언제고 스완지가 평소와 다른 전략을 들고 나오더라고 나도 그 역할에 적응해야 했다”고 말하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예비 아빠의 세레모니

기성용은 이 동점골을 넣은 뒤엄지손가락을 입에 무는 세리머니를 했다. 이는‘젖병 세리머니’라 불리는 것으로 보통 축구 선수들이 자신의 아내가 임신을 했을 경우 이를 축하하는 의미로 쓰인다.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아내 한혜진의 임신설이 화제가 됐다. 그러자 아내인 배우 한혜진(34)의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이날“한혜진이 현재 임신 초기단계”라고 발표했다.

악동에서 캡틴으로

누가 뭐래도 기성용은 올 시즌유럽 진출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임대 복귀 이후 스완지에서 부동의 주전이자 핵심 전력이다.

그는 EPL 톱클래스를 달리는 패스성공률과 능수능란한 경기운영을 앞세워 빅 리그에서도 인정받는 정상급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첫 주장 완장을 달고‘캡틴’으로 참가한 대표팀에서는 2015 호주 AFC 아시안컵에서 27년만의 준우승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끌어냈다.

불과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SNS 파문 등 많은 구설수로 인하여‘문제아’,‘ 악동’이미지가 따라다녔던 것을 생각하면 괄목상대라 할 것이다. 기성용은 최근 1년간 상당히 성숙했다고 알려졌다.

 유럽 진출

초창기 때는 자아가 워낙 강하고 감정적으로도 불안정해서 자기방어적인 예민한 반응이 자주 보였다. 물론 그러한 감정 기복은 경기에 영향을 자주 미쳤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와 경험이 쌓이면서 일거수일투족이 진중해졌다. 결혼을 통해 가장이 되면서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책임감을 자각하게 된 것도 괄목할 만한 성장의 이유로 보인다.

맨유전 더블과 연속골은 전성기에 접어든 기성용의 커리어에 아주 중대한 사건이다. 웨일즈 소속인 스완지는 아직 영국축구계 내에서 입지가 강하다고는 할 수 없고, 유럽클럽대항전에도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스완지기에 유럽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맨유를 두 번이나 격침시킨 것이 영국축구계에 더욱 화제가 됐다.

특히 기성용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어느 팀과도 비교할 수 없다. 스완지가 기성용의 종착역은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앞으로 빅 클럽 등에서 기성용의 가치를 평가할 때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훗날 시간이 흘러 기성용의 축구인생을 다시 되돌아보는 시점이 되어서도 2014-15 시즌 맨유전 더블의 업적은 오랫동안 최고의 하이라이트 필름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우리가 예전에 알고 있던 악동 기성용은, 이제는 어느덧 믿음직한 한국축구의 캡틴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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