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제일주의, '문구' 넘어 '문화'로 간다...허상일 모닝글로리 대표
디자인 제일주의, '문구' 넘어 '문화'로 간다...허상일 모닝글로리 대표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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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시장조사, 고객 중심적 제품 출시 '디자인 소통' 강조
▲ 허상일 대표이사

한국산업 브랜드 파워 14년 연속 1위, 10년 연속 슈퍼브랜드 1위, 15년 연속 대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문구 브랜드 1위.

국내 문구 기업 모닝글로리가 오늘날까지 지켜낸 ‘문구 왕좌’의 기록이다. 저출산,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정통 문구시장 침체기인 요즘. 그러나 30년 넘게 쌓여온 소비자의 신뢰 역시 막강하다.

‘GLORY OF MORNING’, 즉 ‘아침의 영광’이란 브랜드명은 ‘아침의 나라인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 속에 심겠다’는 뜻을 담았다. 이제 생활용품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으로 국내외 문구시장 파이 키우기에 나선 한국 토종 브랜드. 모닝글로리의 허상일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비자 선호 1위 비결

▲철저한 시장조사와 품질관리다. 특히 제품 기획 단계에서 직접 소비자를 대상으로 디자인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다. 디자이너들이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대학가나 중, 고등학생들의 하굣길에서 학생들을 만나 의견을 묻고 반영하는 식이다.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정, 보완해 최종 디자인을 완성하게 된다. 최근 소비자의 성향과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추세다. 이 같은 시장 조사는 발 빠르게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문구산업 침체 불구, 지난해 영업이익 급증이유

▲수익이 나지 않는 파트를 구조조정 하고 임직원들의 비용 절감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또 꾸준히 재무건전성을 높이려고 했다. 지속적으로 영업사원 등을 교육, 관리해 영업사원이 대리점 및 각 소매점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는 것에도 중점을 뒀다. 이 밖에 품질관리팀을 대표이사 직속 부서로 두고 철저하게 점검했다. 개별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가 다른 제품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나아가 기업의 이미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CEO가 추구하는 모닝글로리 이미지 부합정도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모닝글로리의 이미지는 사실 90년대 문구기업으로서 모닝글로리의 이미지가 강하다. 많은 소비자들이 여전히 어렸을 적 쓰던 문구 브랜드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모닝글로리는 좀 더 현대적이다. 정통문구에 충실하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핏’이라는 스마트기기 주변 기기 브랜드와 이어폰, 헤드폰, 케이블 등 관련 제품도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과 연동한 ‘테이크아웃노트’등을 만들었다.

-소비자 서포터즈는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나

▲2008년 1기를 시작으로 현재 660명의 서포터즈를 배출했다. 중학생 20명, 고등학생 20명, 대학생 및 일반인 20명으로 구성된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다. 신제품과 테스터 제품에 대한 문제점과 기능, 디자인 등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 서포터즈의 제안이 제품에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가 ‘쓰기 편한 SP 노트 시리즈’다. 스프링노트 사용 시 스프링으로 인해 필기가 불편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디자인을 개선했다. 이 제품은 기존 스프링노트와 달리 스프링의 중간 부분이 없다. 뒷장 필기 시 스프링이 손에 걸리지 않아 실용적이다. 앞서 말한 ‘테이크아웃노트’는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출시하자는 의견이 서포터즈에서 제기됐다. 그 결과 지난 10월 여러 버전의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

-사내 제안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실제로 시장에서 얼마나 고객이 만족하고 구매할지에 대한 부분을 가장 중점으로 본다. 따라서 직원들이 오랜 시간 사용하다가 제품의 개선이 필요한 점을 반영해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본 제도 시행 이후 재무, 경영, 생산, 해외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이한 제품이 많이 제안되지만 디자인/생산/영업의 TFT에서 시장성을 판단해 제품 생산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한다. 이에 창의적인 신제품 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제안 제도를 통해 어떤 제품들이 출시됐나

▲올 2월 출시된 ‘콤팩트 패드 제본 노트’는 볼펜이 들어있어 휴대가 편리한 뜯어 쓰는 형태의 노트다. 특판팀 직원들은 잦은 외근으로 평소 메모지와 펜을 필수로 챙기는데 이동 중 휴대가 불편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 점을 고려해 제품을 만들었고 3개월 이내에 80%이상 판매됐다. 신제품 제안제도로 부서 간 칸막이를 낮추고 현장 속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다 보면 별도의 예산이나 인력을 늘리지 않고도 기업내에서 충분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문구서 ‘좋은 디자인’이란

▲소비자가 선택해 주는 디자인, 소비자가 다시 구매할 의사가 있는 디자인이 결국엔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의 개인적이고 독특한 취향이 제품으로 출시된다고 해도 결국 소비자가 선택해 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디자인으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이 모닝글로리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디자인은 창립 초기부터 강조된 모닝글로리의 기본 방침이고 아이디어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개발되어야 할 부가가치다.

-디자이너 1인 전담제 시스템 효과에 대해

▲1996년 설립된 디자인연구소에는 30여 명의 문구 전문 디자이너들이 매월 신제품과 시즌 아이템을 출시한다. 그리고 자신이 기획한 상품에 대해서는 시장조사부터 완제품 출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전담하고 책임진다.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다’는 디자인 제일주의 경영 방침과 ‘1인 전담제’는 모닝글로리 디자인의 원천이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의 기획 의도가 생산 과정에서 왜곡되는 일이 없고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고객 중심적 제품 출시가 가능해졌다.

-경영 일선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IMF와 일부 대리점의 부도, 96년 문구 유통시장 개방에 수입문구류 급증으로 경영난을 겪던 시기였다. 당시 직원들은 회사를 살리겠다는 마음 하나로 전국의 1000여 개 소매점을 찾아다니며 재기를 위해 점주들을 설득했다. 결국 대리점주들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었다. 모닝글로리에 장기근속자가 많은 이유도 위기를 함께 극복했다는 공동체 의식이 바탕이 됐다고 생각한다. 2005년부터는 꾸준히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현재유동비율과 부채비율은 각각 300%, 70%대를 유지하여 재무구조가 탄탄한 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부도 기간 중 ‘불량 노트 400만권 전량 폐기 처분 결정’을 내린 이유

▲당시에도 품질을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예로 마하캠퍼스0.28은 개발에서 출시까지 2년이 소요된 제품이다. 기본적인 품질 점검, 내부직원 모두의 사용, 소비자 서포터즈의 테스트를 완료한 뒤 시장에 자신 있게 내놓았다. 오프라인 시장 조사는 기획전과 출시 후에 모두 실시돼 이에 따라 제품을 향상시켜 재출시하기도 한다.

 

‘고시펜’이라 불리는 ‘마하펜’은 어떻게 기획했나

▲마하펜은 2년 동안 총 5억원의 R&D 투자로 개발된 제품이다. 필기가 많은 학생을 타겟으로 부드러운 필기감, 오랜 시간 필기해도 편한 제품을 만들고자 기획됐다. 기획 단계에서 고시촌에서 직접 고시생들을 만나 샘플을 테스트하고 의견을 반영했던 부분이 히트 제품이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나온 제품은 출시 15일 만에 30만개 이상 판매됐다. 출시 3년 만에는 1천만 자루가 넘게 판매되며 인기가 지속됐다.

-과거 외항선 항해사 경험이 경영에 있어 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는지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위급한 순간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침착하게 위기에 대응하는 자세를 배운 것이 그때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을 운영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준비를 하지만 때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들도 발생한다. 위기를 만났을 때 침착하게 현상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객과의 문제라면 침착하게 ‘정직’을 기반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문구시장에 뛰어들게 되었나

▲80년대 우리나라의 문구 시장은 열악했다. 노트도 흰 바탕에 줄만 그어져 있는 단순한 제품이었다. 노트와 펜은 그야말로 필기의 기능만 있으면 됐다. 우연히 접한 영국과 독일의 선진 문구 시장에는 고품질의 제품들이 다양하게 유통되고 있었다. 그 때 디자인 개념이 포함된 노트와 필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결과 어려운 경제에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한국 대표 문구기업이 되어서 무척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단순한 문구 제품이 아닌 문화상품으로 승화돼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이 지금의 목표다.

-많은 학생들이 모닝글로리를 선호한다. CEO로서 감회

▲학창시절 모닝글로리에 대한 좋은 추억이 있는 부모들이 다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위해 자사 제품을 선택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모닝글로리에게 엄청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자녀세대가 모닝글로리 제품을 사용하고 만족한다면 또 그들의 자녀에게도 추천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성장, 추억과 함께하는 기업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생활용품으로 사업 비중을 확대한 이유

▲정통 문구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품 개발을 통해 매출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문구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이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품목을 개발한다. 가방, 우산, 양말, 텀블러, 선풍기, 멀티화 등의 생활용품을 출시했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히고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모닝글로리가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길 원하나

▲전 세계인들 누구나 친근감 있고 쉽게 부를 수 있도록 회사의 이름과 브랜드명을 통일시켰다. 약 3,000여종의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구체화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역점을 뒀다. 또한 모든 제품과 영업차량, 국내 외 모든 매장의 간판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CI(기업이미지 통합)를 적용해 모닝글로리 이미지를 통합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러한 단일브랜드 전략으로 고객들에게 ‘믿음’을 심어주는 기업이 되고 싶다.

-경영 가치관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세계적인 문구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모닝글로리는 우선 품질과 디자인 요소가 강화된 디자인 문구 제품 제조를 기반으로 안정된 사업운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에 충실한 운영이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시장 모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길이다. 30여년의 모닝글로리 역사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고 지금까지의 노하우로 앞으로 더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작은 일을 보다 더 훌륭하게’라는 모닝글로리 사훈 아래 소비자에게 단순한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선사하는 기업을 지향한다. 모닝글로리 전 임직원과 함께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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