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평]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상처뿐인 영광"
[한국시평]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상처뿐인 영광"
  • 김길홍 회장
  • 승인 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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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길홍 회장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인사청문회가 이틀간 열렸다. 청문회가 끝나고 총리후보의 국회 본회의 인준 통과가 이루어지면 신임총리의 제청을 받아 박근혜 대통령은 부분개각을 단행할 예정이다.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고위공직 후보자는 도덕성을 비롯해 안목과 능력과 자질에 대해 각종 증거자료와 여야의원들의 심문과 후보자의 답변을 거쳐 비교적 상세하게 검증의 절차를 밟는다.

국회가 대통령이 행사하는 인사권을 통제하고 대통령은 정부입장에서 인사권을 신중하게 행사하는 것이 청문회 시행의 입법취지로 설명된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총리 등 행정부의 장관급 고위공직자, 검찰총장과 사법부의 헌법재판관, 대법관 등도 청문회법의 규정에 따라 인사청문회의 대상이 된다. 2000년 6월 도입된 인사청문회의 15년을 되돌아보면 유감스럽게도 정책과 자질과 도덕성의 검증보다는 “신상의 먼지털기”가 인기품목으로 떠올랐다. 인사권자인 역대 대통령이 공직후보자를 능력과 자질, 공사간 경력, 신상정보와 도덕성 등 각 분야에 걸쳐 완벽하게 스크린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명하여 인사청문을 요청한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중도 낙마, 자진사퇴 등의 인사참사가 자주 발생했다.

인사실패의 책임은 대통령에게도 있다. 인사자료와 결격사유의 검증을 담당한 청와대 인사 담당의 라인에 참여한 고위급 참모와 실무 관계관에게 검증부실의 책임을 물어 청와대가 인사후유증을 수습한 전례가 있었다. 공직후보를 지명한 정부의 사전 검증의 부실을 지적해야지만 인사청문의 권한을 가진 여야 의원들도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 청문회에서 의혹을 따지고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와 원칙이라고 생각된다. 신문, 방송 등 언론기관도 후보자 개인에 대한 도덕성과 행정능력과 흠결사유 등을 중점적으로 추적보도할 역할과 자유가 보장된다. 후보 지명이 발표된 후부터 시작되는 언론과 야당이 합세하는 것처럼 보이는 후보 개인과 가족들의 신상털이식 의혹 폭로와 문제제기는 인식공격과 비난여론의 집중포화를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청문회에 앞서 언론과 야당이 주장한 신변 의혹과 도덕성 흠결사안에 대해서는 해명과 확인의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반론과 대응의 시간은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가 공식적으로 해명하고 반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국회의 인사청문회 개최의 원칙과 취지에 부합된다고 생각한다.

질문하는 국회의원이나 답변하는 공직후보를 지켜보면서 정치인의 상식과 공직자의 도덕성에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공직후보가 갖고 있는 정책과 식견과 경륜을 따져묻고 파악하는 청문은 지나쳐버린다. 공직후보의 의혹제기와 신상털기에 전념하는 장면이 국민들에게 방송으로 생중계됐다. 공직후보에게 충분하게 해명하거나 대응할 시간을 빼앗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야당의원이 많았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시키면서 공직후보의 호위무사 노릇하는 여당의원들도 있었다.

성숙한 의회민주정치를 기대하는 국민의 바람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양쪽 모두 상식과 품격을 외면한 국회청문회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 도덕성과 능력을 국민의 이름으로 당연히 검증받는 공직후보자의 처신도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국무총리라는 지위는 옛날같으면 영의정(괉議政)이다. 대통령 다음의 제2인자인 최고 고위공직이다. 도덕성과 정직성, 능력과 자질, 학식과 덕망 등 모든 면에서 100만 공무원의 모범이 되어야하는 수장이라 할 수 있다. 의혹과 전력 등에 대해 솔직하게 답변하고 잘못은 인정하는 정직한 인품을 보여주어야 한다. 전국공무원의 자존심과 공직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소신 있고 당당한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총리후보자가 과유불급(過猶겘及)이라고 지나치면 오히려 모자란다는 옛말과 같이 지나친 겸손은 비굴함으로 비춰진다.

인사의 근원을 살피면 도덕적으로 흠결이 많고 비난받을 전력이 있는 공직후보를 추천한 정부를 탓할 수는 있다. 공사생활을 냉철하게 반성하고 도덕성에 문제가 많고 고위공직을 수행할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공직의 후보 지위라할지라도 청문회에 나오기 전에 자진사퇴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임명권자와 소속 정당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부 들어 중도하차한 총리지명자들도 국민여론, 야당의 반대, 대통령의 심기 등을 고려하여 그런 결정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

대통령중심제를 운영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내각을 통할하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헌법상 국무총리의 기능과 역할은 특별히 주목받지 못했다. 헌정사에서 보는 국무총리는 대통령 유고시 그 권한을 대행하는 것과 대통령을 대리하는 일이 가장 많다. 다음이 행정 각 부처가 추진하는 다양한 정책을 조정하고 조율하는 업무이다. 대통령의 국정운용방침에 반하는 총리의 정치적 소신이나 돌발적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 것이 정치현실이다. 따라서 국무총리는 정파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소통과 조정을 능숙하게 처리하며 대통령의 리더십을 행정 각 기관과 공무원사회에 잘 반영시키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돼왔다.

때문에 도덕성만 문제없는 것으로 검증받으면 과거에도 인사청문회와 국회본회의 인준절차 등 국무총리 임명에는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완구 총리후보자의 경우 청문회과정에서 드러난 도덕성 문제는 처음 예상했던 것 보다 심각한 것 같다. 70년대와 80년대를 거쳐 21세기 오늘을 살면서 자기관리에 모범을 보였으며 철저했다는 이 총리후보자의 밝혀진 인생과 과거를 보면서 씁쓸한 감정을 지워버릴 수 없다. 청렴의 의무를 지켜야하는 공직자의 도덕성과 공사생활이 당시 시대상황을 짐작할 때 참으로 어렵고 힘들었다. 모든 공직자에게 자기성찰과 공직윤리를 다짐하는 소중한 기회가 2015년 2월 다시 찾아왔다. 인사청문회에서 실감하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상처뿐인 영광”이 이완구 후보자 한사람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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