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남자의 '정신질환'
완벽한 남자의 '정신질환'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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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 돌리면“여기도 다중인격”언제까지?

최근 ‘정신병’이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현재 방영중인 한국 드라마‘킬미 힐미’, ‘하이드 지킬, 나’,‘ 하트 투 하트’는 모두 정신병을 소재로 했다. 특히 다중인격 재벌이 나오는 드라마는 매주 수목드라마에서 격돌하고 있다. 여기에 다중인격 의사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도 현재 제작 중이다. 이렇다 보니“올해 드라마 판은 정신병이 접수했다”는 말도 무리는 아니다.

'정신병’소재 쏟아져

‘킬미 힐미’속 다중인격을 앓고 있는 남자주인공 차도현(지성분)은 7개의 인격을 가진 인물로 표현되고 있다.

같은 시간 방송되는‘하이드 지킬, 나’역시 이중인격 남자주인공이 등장한다. 소재의 유사성때문에 방송 전부터 두 드라마의 정면대결은 화제가 됐었다.

주인공 구서진(현빈 분)은 이중인격환자로 본래 자신과 전혀 다른 자아 로빈(현빈 분) 때문에 고충을 겪고 있고, ‘하트 투 하트’고이석(천정명분)은 환자 강박증을 보이는 의사로 출연 중이다.

정신병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지난해 방영된‘괜찮아 사랑이야’이후 눈에 띄게 늘어났다.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정신병 증상과 사람들의 관계, 사회적 환경 등을 따듯하게 그려 호평을 받았다. 주인공 장재열(조인성분)은 정신분열 환자로 등장했다.

이를 연기한 조인성은 지난해 제3회 대전 드라마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신인 배우들은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를 나열할 때 다중인격 인물을 빼놓지 않았다. 기존 배우에게도 복합적 캐릭터는 더 많은 가치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설정이다. ‘정신분열, 다중인격자 주인공’역할이 매력적인 도전임에는틀림없다.

이같은 설정에서 더 나아가 무려 7개의 인격이 나오는 ‘킬미힐미’는 제작 당시“짧은 영화도 아닌데 너무 무리한 설정”“모 아니면 도”라는 우려와 함께 캐스팅 난항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상반된 두 가지 이상의 캐릭터를 번갈아 연기하는 것은 배우에겐 분명 연기력을 부각시킬 좋은 기회다.

시청자 역시 언제 변할지 모르는 주인공의 인격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강한 설정, ‘결국은같아’

앞서‘시크릿 가든’,‘ 보스를 지켜라’등에서도 정신적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재벌 2세들이 여성팬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완벽한 이들의 정신적 결점을 채워주는 것은 가진 것 없는 여주인공이다. 아예‘다중인격카드’를 들고 나온‘킬미 힐미’의 차도현, ‘하이드 지킬, 나’도 모두 재벌가 자제로 등장한다.

이들은 재벌 3세에 뛰어난 외모를 가졌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딱 한 단점이 있다.

어느 날 상처 많은 이들에게 맑은 영혼을 가진 여자 주인공이 다가온다. 둘은 티격태격하지만 결국 여자 주인공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남자의 ‘치유’다.

여자 주인공은 남자주인공의 정신적 구원자로 그 역할을 다한다. 여기서 그들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남자 주인공의 순애보도 정당성이 생긴다.

결국 드라마 소재의 폭을 넓혔다기보다는‘신데렐라 스토리’의 연약한 변주라는 평이 나온다. 흔한 재벌의 사랑 이야기에 다중인격이라는 설정을 추가한 것 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중인격자라는 강한 설정에 의존하게 되면서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부분에 시청자들이 의아함을 느끼기도 한다. 두 주인공은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고 있지만 간혹 극단적인 상황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감지수 높이려

배우 지성은‘킬미 힐미’제작발표회 당시“시대적으로 이런 캐릭터가 드라마 주인공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요즘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자기 인생을 이겨내는 캐릭터가 인기가 많은 것 같다”며“뉴스를 보면‘뉴스를 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 좋은 뉴스가 많다. 상식 이하의 사건도 손에 꼽을 수 없다.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과연 어디에 발붙이고 살아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가 작품에 투영되는 만큼 많은 현대인은 우울증과 지나친 스트레스에 지쳐있다. 또한 마음을 감춘 채 살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쏟아지는 ‘정신병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은 단편적 묘사가 아닌 다양한 인격으로 웃음과 아픔을 설명한다.

시청자들은 흥미와 유사한 소재의 피로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오는 5월 방영 예정인 ‘닥터프랑켄슈타인’역시 출중한 의술을 지닌 다중 인격 의사 이야기를 다룬다.

과거 ‘정신병’소재의 드라마를 생각했지만 마음을 돌렸다는 제작자 A씨는 “당시에는 병을 깊이 있게 다룰 자신이 없었고 실험적이라 생각해 그만뒀지만 후회된다”면서“요즘에는 다채로운 설정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좋은 시도라고 생각하지만 너도나도 하게 되니까 이젠 정말 특별하지 않은 이상 무의미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 흥행법칙만 살짝 비트는 편법으로 인기 얻는 시대는 지났다. 국내 시청자는 물론 중국 한류 드라마 열풍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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