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도를 모르는 잔혹함 요르단도 '응수'
IS, 도를 모르는 잔혹함 요르단도 '응수'
  • 박기영 기자
  • 승인 2015.0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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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머리에 위 아래로 칙칙한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은 남자가 철창 안에 멍하니 서 있다.

그리고 이어서 등장한 아이보리색 옷을 입고 있는 전형적인 중동 남자가 무릎을 꿇고 거뭇하게 젖어 있는 흙바닥에 불을 붙인다.

불은 빠르게 기름 길을 따라 철창을 향해 달려간다.

남자는 참담한 심정으로 손으로 얼굴을 가려 보지만, 불길은 아랑곳 하지 않고 퍼져나가, 금세 철창 안팎으로 넘실거린다.

남자는 기름을 두르고 있었던지, 아주 빠른 속도로 불길에 휩싸인다.

있는 힘껏 몸부림을 쳐보지만 소용은 없다.

결국, 힘이 다했는지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숙인다.

그러고도 한참을 기승을 부린 불길은 천천히 사그라졌지만, 남자는 결국 맥없이 뒤로 넘어간다.

그 때, 기다렸다는 듯이 공사용 중장비가 콘크리트 더미를 쏟아부어버린다.

 IS, 도를 넘어

지금 읽고 있는 것은 소설이나 잡지가 아니라 신문이 맞다.

그리고 앞에 3류 영화에서도 안 쓸만한 케케묵은 연출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다.

이것은 이슬람수니파의 무장단체인이슬람국가’(IS)3(현지시간) 공개한

요르단 조종사 알카사스베(26)중위의 처형을 인터넷에 올린 영상이다.

그는 요르단 유력 가문 출신의 독실한 무슬림으로 지난해 12월 미국이 주도한 국제 동맹군의 IS 공습에 나섰다가 전투기 추락으로 IS대원들에게 생포됐다.

 

IS3일 공개한 20분 남짓한 영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들은 처형 장면을 영화기법까지 써가면서 촬영을 했고, 심지어 배경음악까지 넣었다.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이슬람 기도 주문 소리 사이사이에는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게다가 촬영에 사용된 카메라도 한 대가 아니었다.

 

모르고 본다면, 어설픈 아마추어 필름 정도로 생각하고 넘길 수 있을 정도였다.

지난 1일 일본인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後藤健二·47)를 참수한 동영상을 공개한 지 이틀만이다.

 

조회수 경쟁?

 IS가 참수에 이어 차마 제정신이라고 보기 힘든 화형 동영상장면까지 공개한 것은 IS 내부에서 조회수 경쟁을 하고 있다는 설까지 있다. 김영미 국제분쟁지역 피디는 5SBS 라디오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IS각 지부에서 경쟁적으로 충격적인 선전전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내부 안에서 조회수 경쟁까지 붙었다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IS가 앞으로 조금 더 잔인하게, 조금 더 충격적인 것을 만들어냄으로써 더 많은 끔찍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디는 요르단 조종사에 대한 IS의 화형식과 관련, “화형식 영상에도 등장하는데, 미군의 공습에 의해 불타 죽은 어린이 시신등을 연상케 하는 것이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으로 화형을 한 것 같다면서또한 적을 화형시키는 것은 정통 칼리프 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IS 심리전 펼쳐

 

그는“IS는 충격적이고 쇼킹할수록 전 세계 뉴스의 초점이 되기 때문에 자신들이 건재하다는 존재성을 과시하는 면에서 공포의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면서 “IS의 충격적인 동영상과 선전전에 밀려서 알카에다는 이제 뉴스도 안되는상황이라고 말했다.

 

IS에 붙잡힌 인질들이 주황색죄수복을 입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미국이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테러범들을 수용할 때 입혔던 옷이라면서그래서 마찬가지로당신들이 이렇게 했으니까 우리도 이렇게 한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인질을 참수하기 전에 나온 영상에 주황색 옷이라는 것들이자신들의 힘이 미국과 동등하다라는 입장을 보이는 이유도 있다면서심리전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4일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중동 전문가 압델 바리 아트완은 이 영상은 그들이 극도로 잔인함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며“IS는 협상에는 관심이 없으며 공포에 떨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요르단 강경대응

세계는 참수에 이어 화형 동영상 장면까지 공개한 IS의 잔혹함과 야만성에 충격에 빠졌다.

특히 알카사스베 중위의 모국 요르단은 즉각 반응했다. 무함마드 알모마니 요르단 정부 대변인은 4일 오전 암만 호텔 테러에 가담해 교수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이라크 출신 여성 지하디스트 사지다 알리샤위를 포함한 IS 죄수 두 명을 처형했으며, 또 수 시간 내로 테러리스트 5명을 추가 처형하겠다고 밝혔다.

맘두흐 알아미리 요르단군 대변인은 앞서순교자의 피가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모든 요르단인을 공격한 이번 참극에 비례해 복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3일 백악관에서 요르단의 국왕 압둘라 2세를 만나이번 사태는 IS의 악랄함과 야만성의 증거라며“IS가 추구하는 이념은 (도덕적으로) 파탄 났다는 것을 스스로 보인 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요르단 정부에서 처형했다고 발표한 IS단원 '알리샤위'

여론도 들끓어

AFP통신은 지난 4공군 조종사의 죽음이 IS와의 전쟁에서 요르단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요르단 내에 확산하고 있는‘IS와의 전쟁론을 전했다.

지난해 1224일 마즈 알카사스베(26) 중위가 타고 있던 비행기가 시리아 IS 점령지에 역으로 추락하며 구금된 후 요르단 내에서는 전쟁 회의론에 대한 목소리가 더 없이 커지고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요르단 내에서는 정부가 알카사스베 중위의 죽음으로 인해 지상군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요르단 정치 분석가 하산 아부 하니에는요르단은 국제연합군 안에서의 참여 규모를 더욱 늘리는 것 뿐 아니라 공습으로만 한정된 군사전략을 (지상군 파견까지로) 재검토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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