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장님 심부름꾼, 비자금 26억원 관리했다”
“난 사장님 심부름꾼, 비자금 26억원 관리했다”
  • 권성민 기자
  • 승인 201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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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 개인회사 설립, 회사기계 빼돌리고 일감몰아주기‘의혹’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업체인 A사. 연매출은 600억 원 규모. 이 회사의 지배구조는 한국(대표이사)과 원천기술을 가진 일본 B사가 50대 50을 가진 합작법인이다. A사의 경리를 담당했던 이모(37·여)가 비자금과 관련해 제보를 해 왔다. 이씨는“난 사장의 비자금 26억 원을 관리했다”면서 “비자금의 용도는 발주처를 관리하는데 썼다”고 했다. 이는 협력업체가 이른바‘갑’을 관리하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발언인 셈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중소기업의 상생과 동반성장은 말 뿐 임을 입증하고 있다. 이 씨와 회사는 현재 법정공방 중이다. 회사는 이 씨를 해고하고 배임·횡령혐의로 고발했다. 이 씨는 국세청에 탈세를 제보했다. 이 모 씨의 증언을 토대로 A사의 비자금 조성과 모의 세무조사에 대해 재구성한다.

지난2013년 8월경. 자동차부품업체인 A사에 고급 승용차가 들어오고 공무원 타입의 4명의 남자가 내려선다. 그들의 손에는 노트북과 서류봉투가 들려있다.

00회계법인 직원 2(황·김 회계사)명과 전직 국세청 조사국에 근무했던 조사관 2명이다. 이들은 A사의 요청에 따라 ‘모의세무조사 컨설팅’을 하기 위해 A사를 찾은 것이다. 이들을 임시사무실인 회의실로 안내된다. 회계자료를 요구한다. 컴퓨터 안에 들어있는 3년치 서류와 장부를 대령한다.

모의 세무조사는 2주간에 걸쳐 진행된다. 국세청의 전직 조사관까지 참여한 만큼 실제를 방불케 할 만큼 철저하게 진행됐다.

여기서 여러 건의 문제가 지적된다. ▲대표이사 개인회사인 C사로 일감 몰아주기 ▲A사 자산인 기계를 C사로 이전문제 ▲경기도 수도권 이전 특혜 ▲법인세공제 ▲재고자산 ▲접대비 회계▲수출관련 영세율 환급 등이다.

지적된 사항의 전표입력과 수정은 대부분 이 씨가 했다. 이 씨는 사내 메일로 요청받은 전표수정 지시에 따라 입력 했다.

이것이 이 씨에게는 악몽이 시작됐다. 회사 측은 경리업무를 담당했던 이 씨에게 회사를 그만 두길 종용한다.

이 씨는 “(해고이유에 대해)처음엔 억울했다. 잘못도 없는 나보고 그만 두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면서 “회사 측에서는 모의세무조사에 지적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류는 모두 폐기했다. 남은 건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뿐이다. 회사는 그것조차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이 씨는 해고됐다. 억울한 이 씨가 탈세 자료를 가지고 국세청을 찾아갔다. 회사는 오히려 이 씨를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수정 작성한 전표가 문제였다. 회사를 나온 이 씨로선 회사가 제기한 횡령에 대해 입증할 방법이 없다. 회사 측이 컴퓨터 안에 들어있는 서류를 폐기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

이 씨는 “나는 사장의 심부름꾼이었다. 사장의 지시에 따라 은행에 돈을 찾는다. 수기로 전표를 작성했다. 회사는 매일 시제를 맞추기 때문에 횡령은 꿈도 못 꾼다.”면서 “사장명의의 정상적인 급여 통장 이외에 여러 개의 통장을 가지고 있다. 대략 26억 원으로 추정된다. 3,000만원은 정상적인 통장으로 이체하고, 2,000만원은 여러 통장에 분산예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을 사장의 지시에 따라 현금(5만원 권)으로 찾아온다. 이모 영업이사 등 영업 관련 임직원에게 전해줬다”고 했다.

대표이사는 이 씨에게 철저히 지시했다. 회사에 장남·차남이 근무하고 있지만 믿지 못한다며 보안을 요구했다. 또한 국세청의 자금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500만원, 300만원씩으로 나눠 찾아와 사장에게 전달했다는 것.

이 씨는 “큰돈의 경우 사장이 5,000만 원이 언제까지 필요하다고 말하면 2~3일에 걸쳐 여러 은행을 통해 찾아와 직접 전해줬다”면서 “수기문서를 놓고 배임횡령 주장을 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A사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짚었다. 원천기술을 가진 일본과 대표이사가 지분 50%씩을 나눠 가진 한·일 합작 법인이다. 사장이 어느 날 욕심이 생겼다. 사장이 지분 100%를 가진 C사와 D사를 연이어 설립해 A사의 일감을 가져간다. 이뿐 아니라 A사의 자산인 기계를 빼돌려 C사로 넘긴다. 이것이 회계에 문제가 생긴 원인이 됐다는 게 이 씨의 주장이다.

이 씨는 “C사와 D사는 사장이 지분100%를 가진 개인회사이다. 사장과 일본주주가 50대 50지분을 갖고 있다. 매년 이윤에 대해 배당에 50%를 일본주주에게 준다. 사장 개인회사인 C사와 D사가 설립되면서 A사에 이윤이 줄어들고, 그 이윤을 C사와 D사가 가져간다. 한마디로 일감몰아주기로 사장 개인에 이윤만 챙기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A사에 업무에 일부를 C사와 D사가 가져가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C사와 D사의 대표도 A사 출신이다.

비자금 ‘갑’상납용

A사는 대표이사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했다. 대표 이사의 월 급여는 5,000만원. 3,000만원은 정상적인 처리를 한다.

2,000만원은 회사가 보유한 대표이사 개인통장으로 이체하여 비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것.

일반적인 회계 상은 대표이사 개인급여로 정상적인 방법으로 지출된 것처럼 보인다. 이 돈이 회사의 업무용으로 사용됐다면 대표이사 가지급금 등으로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접대용 등으로 사용됐다면 회계상 ‘손금불산입’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법인세를 덜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추징이 가능하다고 국세청 관계자는 조언한다.

또한 법률적으로도 대표이사의 급여를 과다 책정해 회삿돈을 빼돌려 부적절한 용도로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조경민 전 오리온 사장의 비자금 사건의 경우, 급여를 과다책정해 비자금 용도로 사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가 적용되어 기소되기도 했다.

사장의 급여로 처리된 돈은 대부분 영업부 직원에게 전달됐다.

이런 이유에서 자금의 대부분이 ‘갑’에 대한 로비와 접대비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업체들은 매년 컨설팅을 통해 협력업체에 납품단가를 깎는다. 납품단가를 깎이지 않으려면 담당자에게 로비를 해야 한다는 것. 이런 이유에서 협력업체들은 회계 상에 처리할 수 없는 비자금을 만들어 놓고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

이 씨는 A사가 관리하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GM대우 등 임직원 리스트를 공개했다.

거기에는 역할에 따라 상품권 지급 방법이 적혀있었다.

이 씨는 회사를 국세청에 탈세로 고발했다. 현재 중부지방국세청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사의 지난해 매출액 764억, 당기순이익 97억이다. 지난 2012년에는 중부세무서로부터 모범납세자 표창을 받았다. 국세청장 이상의 표창(포상)수상 기업은 3년간 세무조사가 면제된다.

이 씨는 “2012년 중부세무서에서 모범납세자 표창을 받은 A사가 00회계법인에 컨설팅을 의뢰해 2013년에 모의세무조사를 받았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기업이 없다지만 A기업의 경우 심하다. 대표이사 개인회사나 다름없기 때문에 부정의 소지가 충분하다. 월급을 과대 책정하여 회삿돈을 빼돌리고 회사기계를 빼돌려 개인회사를 차려 일감몰아주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회사 내부 비밀을 국세청에 제보하니까 나를 고발했다”면서 “회사는 내가 장부를 잘못 작성했다고 자인하면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한다. 회사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내 입을 막고, 내게 모든 덤터기를 씌우려는 술책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A사는 “이러한 모든 사항에 대답할 가치조차 못 느낀다.”고 말했다. 더불어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문제없이 받았다.”고 전한다. 아직까지 탈루혐의 사항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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