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재승인 전쟁’, 신동빈 회장 50억 투자
홈쇼핑 ‘재승인 전쟁’, 신동빈 회장 50억 투자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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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대금 미지급 시 대기업부터 조사하는 일명‘윗 물꼬트기(역추적)’조사 방식을 도입했다. ‘불공정 종합선물세트’로 통할 정도인 비리 많은 TV홈쇼핑업체를 집중 감시하기 위해 미래부, 중기청 등과 함께 정부합동 T/F도 꾸린다. 그동안 ‘무늬만 심사’라는 지적이 있었던 TV홈쇼핑의 재승인 심사 기준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부가 강경 행보에 나선 것은 롯데홈쇼핑 경영진이 납품비리로 홍역을 치르면서부터다.

시장 감시 강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5년도 업무보고에서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해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공정위는 “지금까지 대·중소기업간 잘못된 거래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불공정행위가 남아있고 현장 체감도가 다소 미흡하다”며 “중소기업의 자생적 성장과 경쟁력 있는 기업생태계의 구축을 위해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거래 관행을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올해 업무추진 과제로 불공정거래 빈발 분야 시장감시 강화, 중소기업에 대한 부당한 차별·배제 시정, 신고·제보 및 현장점검의 실효성 제고, 자율개선 및 상생협력 확산 등 4가지를 선정했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현장점검 결과 신규 제도 도입 등으로 불공정행위 경험 업체 수가 평균 30~40% 감소하는 등 시장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불공정거래관행이 아직까지 남아있고 현장 체감도도 다소 미흡하다”고 업무추진 과제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역추적 방식 도입

공정위는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히는 대금 미지급, 지연 지급 등 대금 관련 불공정행위를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조사 대상은 건설, 의류, 기계, 자동차, 선박 등 하도급대금 관련 민원이 빈번한 업종이다.

특히 못 받아서 못 주는 순차적 대금 미지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대금회수 불만이 주로 제기되는 1~2차 협력업체를 우선조사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1∼2차 협력업체는 대기업의 피해자이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가해자일 수 있다”며 “협력업체를 먼저 조사한 뒤 대기업을 조사하는 ‘윗 물꼬 트기’(역추적)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도급대금 미지급 문제는 박 대통령의 관심 사안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경기 회복세가 다소 둔화되면서 일부 건설 시공업체의 경우 발주처로부터 공사대금을 현금으로 받고도 중소하도급 업체에게는 공사대금의 일부만 현금으로 주거나, 현금 대신 어음으로 지급하는 사례가 많다”며 “경제수석실은 공정위로 하여금 이와 같은 법위반 사례가 있는지 철저히 점검토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앞으로 공정위는 공공부문부터 대금 지급을 솔선수범하고자 ‘하도급지킴이’이용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하도급지킴이는 공공기관과 원·수급 사업자의 하도급 업무처리를 지원하는 온라인 시스템이다. 발주기관은 대금이 하도급 단계별로 제대로 지급되는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또한 불공정행위 피해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보복을 걱정하지 않고 공정위에 신고하거나 제보할 수 있도록 올 1분기 중 ‘익명제보 시스템’도 구축할 방침이다.

TV홈쇼핑과 대형마트, 백화점 등‘갑질 논란’을 빚은 유통업체들에 대한 감시도 강화한다. 특히 공정위는 미래부, 중소기업청 등과 함께‘TV홈쇼핑 거래관행 정상화 TF(가칭)’를 구성하고 TV홈쇼핑 업체들을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중기청이 수집한 피해사례에 대해 공정위가 불공정행위 여부를 조사· 시정조치하면 미래부는 재승인시 불이익을 주는 식이다.

홈쇼핑별 재승인 시점은 현대, 롯데, NS 등 3개사가 오는 5월로 가장 빠르다. 이밖에 △홈앤쇼핑 2016년 6월 △GS,CJ 2017년 3월 등이다.

대형마트, 백화점이 아울렛 분야로의 사업영역 확장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도 강화한다. 납품업자에게 지역 중소유통업자와의 거래를 제한하거나, 최저매출보장조건을 강요하는 행위 등이 감시 대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칼을 뽑았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지난해 말 “6개 TV홈쇼핑에 대한 조사 결과 모든 TV홈쇼핑 업체가 광범위하게 불공정 행위를 벌이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올해 초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제재를 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승인 위기, 50억투자

그동안 유통업계에서 재승인 심사는 ‘암묵적 승인 합의’로 통했다. 그러나 롯데홈쇼핑의 신헌 전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긴 것이 적발돼 지난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재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당시 사건을 보고 받은 신동빈 회장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언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미래창조과학부는 TV홈쇼핑의 재승인 기준에 ‘과락’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갑질 홈쇼핑 업체’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납품비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롯데홈쇼핑은 오는 3월 진행될 홈쇼핑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더욱 커졌다. 이에 신 회장이 직접 신뢰 회복에 나섰다.

지난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롯데홈쇼핑 경영투명성위원회’가 열렸다. 연간 50억원을 투자해 ‘투명한 롯데홈쇼핑’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밝혀졌다.

경영투명성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불공정거래 관행을 감시하고 윤리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롯데 측이 만든 자문기구다. 매월 정기회의를 통해 협력사와의 상생방안 등에 대한 조언을 듣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먼저 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해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공정거래 및 법률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상근 사무국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연간 50억원 규모의 운영기금을 조성한다. 협력업체 또는 고객으로부터 불편사항, 이의, 분쟁이 발생하면 이를 바탕 삼아 객관적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롯데홈쇼핑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활동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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