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신동빈 왕관 놓고 ‘형제의 난’ 일어날까?
신동주-신동빈 왕관 놓고 ‘형제의 난’ 일어날까?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5.0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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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ㆍ음료ㆍ주류-유통ㆍ호텔ㆍ정유ㆍ금융 분리 가망성

국내 재계 5위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한 치 앞을 보기 힘든 안갯속이다. 1987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해 30년간 일본 롯데그룹을 이끌어온 신 전 부회장이 최근 주요 계열사 모든 임원직에서 해임됐기 때문이다. 장남은 일본 롯데그룹을, 차남은 한국 롯데그룹을 각각 물려받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끝난줄 알았던 후계구도에 커다란 변수가 생긴 셈이다.

롯데측은 차남인 신동빈 롯데 회장이 일본 경영을 맡지 않을 것이고 신 부회장의 해임도 실적 탓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형제의 난’으로 비춰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해 이같은 입장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과정을 한국(신동빈)-일본(신동주), 계열 분리, 형제간 경영권 분쟁 등 3가지로 압축했다.

한국(신동빈)-일본(신동주)

전문가들은 롯데 후계구도를 두고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을, 신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을 맡는 것으로 점쳐왔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 임원직에서 해임 당한 것으로 이 구도가 깨졌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이는 다소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

만약 일본 현지 언론 보도처럼 신 전 부회장이 전문경영인인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과 대립했다는 이유만으로 해임됐다면 승계는 여전히 가능성이 높다. 당장은 쓰쿠다 사장이 신 전 부회장과의 파워게임에서 이긴 것처럼 비춰지지만 신 총괄회장의 보수적인 성향을 고려할 때 장남을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신 총괄회장이 고령인 점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이 건재한 점도 신 전 부회장이 다시 일본 롯데그룹의 수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신 전 부회장이 총괄회장과 함께 한국을 오가며 경영을 챙겼지만 동생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엔 거의 발길을 끊은 것으로 알고 있다. 30대 중반 한국으로 넘어와 자리를 잡은 신동빈 회장과 달리 신동주 전 부 회장은 일본에서만 지낸 만큼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기는 여러모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분리

계열분리는 양국 롯데그룹의 계열사들을 사업군별로 분리해 후계구도를 정리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계열사 합병과 지주회사 전환, 계열 분리 등 작업이 필요하다. 이 경우 신 전 부회장은 제과ㆍ음료ㆍ주류 등 식품부문을, 신 회장은 유통ㆍ호텔ㆍ정유ㆍ금융 등을 맡을 가망성이 높다.

롯데그룹의 모태는 일본이지만 20년 늦게 사업을 시작한 한국 롯데의 규모가 훨씬 크다는 것이 이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2013년 말 기준 한국 롯데의 매출은 83조 원으로 일본 롯데 5조 7, 000억 원의 15배에 달한다. 과거 지역별 승계에 대한 합의가 있었더라도 일본 롯데를 물려받기로 한 장남 입장에선 이런 규모 차는 ‘불공정한’ 승계라고 주장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롯데그룹은 한국과 일본의 사세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한국 사업을 물려받기로 한 차남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이다. 신 전 부회장은 제과 등 식품사업에 대한 애착이 큰 만큼 이를 유통과 분리해 자신이 맡는 것을 강하게 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형제의 난’가능성

전문가들은 신 총괄회장의 의중과 달리 ‘형제의 난’이 벌어질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후계구도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신 총괄회장이 워낙 고령이다. 게다가 의사결정 과정이 유난히 불투명한 점, 두 형제의 주요 계열사 지분율이 황금률처럼 엇비슷한 점이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분쟁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일례로 한국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지분율은 신 전 부회장 13.45%, 신 회장 13.46%으로 지분 차는 0.01%포인트에 불과하다. 롯데칠성과 롯데제과, 롯데푸드 등 주요 계열사 지분율이 1∼2%포인트 정도 차이 날 뿐이다.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 등 지주회사의 지분도 두 형제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후계자‘오리무중’

일각에선 이번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해임으로 오히려 차남인 신동빈의 입지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시되고 있다. 신 회장이 후계구도에서 앞섰다는 관측도 있지만 장남을 내친만큼 신격호 회장이 동생도 언제든 내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신격호 회장의 오랜 숙원이었던 제2롯데월드가 현재 안전사고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내년에는 123층의 롯데월드 타워까지 완성해야하는 시점에서 신동빈 회장의 부담감도 상당할 전망이다.

또 여전히 지분 구조에 있어서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라 향후 신격호 회장이 누구에게 지분을 상속하느냐에 따라 후계 구도가 정해질 가망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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