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스‘포기’로 해석, 투자자들 회의론 번져
글로비스‘포기’로 해석, 투자자들 회의론 번져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5.0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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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일정 기간 조정 거치면 반등 가능성 높아”

정몽구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이 무산됐다. 지배구조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최대 수혜주로 분류됐던 현대글로비스의 프리미엄은 증발했다. 그 후폭풍이 제일모직, 삼성SDS, SK C&C 등 오너 일가가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다른 대기업 지배구조 관련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블록딜은 무산됐으나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오너일가가 지분을 많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주식 가치를 높여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려야만 하는 대전제에는 변함이 없다. 다른 지배구조 관련주가 추가 하락할 경우 저가에 분할 매수하는 것도 좋은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이슈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시장의 쏠림에 휘둘리지 말고 해당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시장에서는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또는 주식스왑을 꼽아왔다. 하지만 현대차는 현대글로비스 주식매각이라는 카드를 제시했다.

‘증여세 회피’논란

현대차그룹은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대주주일가의 지분율이30% 이상인 기업이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 규모가 200억(또는 연매출의 12%)를 초과할 경우 위반금액의 최대 25%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 시장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두 회사를 합병하면 세금 낼 필요 없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주식 매각으로 인한 양도세(매각 차익의 20%) 부담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보다 훨씬 크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시장엔 현대차 대주주가 이번 매각을 시작으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모두 정리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팽배했다. 이렇게 되면 계속 떨어질 게 뻔한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살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블록딜을 무산시킨 것이다.

저가 매수 기회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처럼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들고 있으면 무조건 돈이 된다는식의 논리는 더 이상 성립되기 힘들겠지만 정 부회장이 모비스의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데 글로비스 지분 매각만큼 용이한 것은 없다. 일정 기간 조정을 거치고 나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이슈가 여전히 살아있는 만큼 현재의 주가조정을 저가 매수의 타이밍으로 삼으라는 얘기다. 실제 현대글로비스의 시총은 11조2,500억원으로 현대모비스 23조1,618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현대차그룹이 앞으로도 현대글로비스의 주식가치를 더 높여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배구조 프리미엄 매력

제일모직과 삼성SDS도 마찬가지다. 제일모직은 이날 6.44% 급락했지만 ‘삼성전자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와의 합병’ ‘삼성물산과의 합병’등 지배구조 개편이슈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4·4분기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프리미엄 매력이 여전하다.

전용기 현대증권 스몰캡 총괄팀장은 “제일모직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은 569억원을 웃도는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 핀테크 등 금산분리 완화 움직임도 제일모직에는 호재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비스 블록딜 여파로 제일모직과 삼성SDS 등 지배구조 관련주까지 영향을 받았지만 펀더멘털에는 변함이 없는 만큼 주가도 곧 회복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SK C&C 매출 증가

올해 큰 폭의 매출액 성장이 예상되는 SK C&C 역시 주목할만하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매출액은 7,896억원, 영업이익은 878억원으로 모두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비정보기술(IT)서비스 신사업 매출성장과 기업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올해 매출액도 15% 이상 늘어날 것이다.”고 전망했다. 최태원 회장이 32.9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SK와의 합병설 등 지배구조이슈가 여전한 상황에서 외형 성장성까지 더해져 투자 매력은 더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주사 설립 후흡수합병

현대차 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오너 일가가 개인적으로 보유한 계열사 지분가치를 활용해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모비스 지분을 최대한 늘리면서 기아차와 현대제철을 통한 순환출자 구조를 끊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지주사를 신설한 뒤 오너 부자가 100% 출자하고 이 지주사가 차입을 통해 모비스 지분을 충분히 확보한 후 궁극적으로 모비스와 합병에 이르는 구조가 급부상하고 있다.

다소 무리해 보이지만, 재무적으로는 전혀 부담되지 않는데다 공개매수와 주식매수청구권이라는 두 차례에 걸친 투자자 보호절차가 작동하기 때문에 주주가치 침해 논란도 원천 차단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모비스 지분을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자사주 매입에 더 적극적이어야 할 모비스가 자사주 매입에서 유독 빠졌을 때도 이 시나리오가 거론된 적이 있다.

양 연구원은 “이번 글로비스 지분 매각 시도는 이 시나리오와 적어도 그 첫 단추에서는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향후 이어질 오너 일가의 지분 거래와 연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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