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자스민 고객도, 오너 일가도 아니다”
현대百 “자스민 고객도, 오너 일가도 아니다”
  • 장희부 기자
  • 승인 2015.0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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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서 “차량 통행 원활하게 빼달라”는 알바 무릎 꿇어 앉혀
▲ 주차장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알바생

지난해 한 백화점에서 주차유도를 하는 아르바이트생과 백화점 직원에서 상상하기 힘든 ‘갑질’을 한 모녀가 온라인을 발칵 뒤집어 놨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2월 27일 부천에 있는 현대 백화점 지하주차장. 대형 세단을 몰고 들어온 모녀가 주차요원이 “주차장이 혼잡하오니 지하 4층으로 내려가 달라”고 유도하자 이에 반발, 주차요원의 무릎을 꿇게 하고 쌍욕을 하면서 “직원 불러오라”고 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이 모녀는 백화점 관리직원이 내려오자 뺨을 때리며 난동을 피웠다고 한다. 주차 요원 3명은 무릎을 꿇은 채로 3시간 가까이 ‘벌’을 섰다고 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모녀의 갑질은 심각한 도시화로 인한 분노 조절 장애의 한 형태이며 심각한 사회문제다.”고 밝혔다.

‘욕설’은 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모녀 갑질’로 알려진 고객들은 지난 12월 27일 오후 3시 30분경, 쇼핑을 마친 뒤 백화점에서 나가는 길이었다. 모녀 가운데 모친이 먼저 지하 4층 주차장에 내려와 자신들이 타고 온 체어맨의 시동을 걸어놓고 딸을 기다렸다.

이때 지하 4층 담당 주차요원들이 “그렇게 차를 세우면 차량통행에 어려움이 있으니 이동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여성은 주차요원들의 ‘요청’을 아예 무시했다.

거듭 요청을 해도 체어맨 속 여성이 무시하자 한 주차요원이 차량 뒤에서 ‘주먹질’하는 시늉을 했다고 한다. 룸미러로 이 모습을 본 여성이 크게 화를 냈고 마침 지하 주차장에 내려온 딸이 가세해 ‘주먹질’을 한 주차요원은 물론 주변에 있던 주차요원 3명까지 무릎을 꿇게 했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딸은 30분 이상 주차요원들을 꿇어 앉혀놓고 자칭 VIP라면서 욕설을 한 것으로 온라인 상에서는 알려졌지만 현대백화점 측은 “이 모녀가 욕설을 한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해당 모녀가 주차요원을 밀치기는 했지만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은 하지 않았다. 자신들을 VIP라거나 ‘오너일가’라고 말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모녀 백화점 VIP?

당시 무릎을 꿇었고 결국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게 된 한 주차요원의 가족에 따르면 이들 모녀는 백화점 ‘VIP 고객’이었다.

현대백화점에서 관리하는 VIP등급은 ‘자스민’고객이다. 연 3,500만 원 이상을 꾸준히 구매한 개인 고객으로 한정한다. 현재 약 1만여 명이 ‘자스민’고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나중에 다시 백화점으로 왔는데 모 매체의 기자를 데려와 ‘진상을 확인하자’며 백화점 CCTV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나이 든 여성이 CCTV를 보는 도중 갑자기 쓰러져 119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다.

온라인 ‘갑질 논란’ 확산

이 같은 내용의 글은 지난 4일부터 다음 아고라를 시작으로 보배드림, 클리앙, 오늘의 유머, 일베저장소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 모녀 가운데 20대 초중반으로 추정되는 딸은 자신을 “정 회장의 조카”라고 주장한 말이 네티즌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

이런 가운데 부천 현대백화점에서 ‘갑질’을 해 논란을 빚은 모녀가 실제 현대백화점 오너 가문일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들도 나온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들이 관련 사건을 속속 보도하면서 ‘부천 현대백화점 모녀 갑질’사건의 파장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현대백화점 모녀 ‘옹호’

한편 현대백화점 측은 “현재 보도되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측은 “해당 고객은 오너 일가도 아니고 VIP 고객도 아니다. 해당 고객들이 뺨을 때린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현대백화점 측의 설명은 비인간적인 모욕을 당하고 일을 그만둔 주차요원 아르바이트생 보다는 ‘백화점에서 진상을 부린 모녀’를 보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측은 “해당 모녀가 주차요원을 밀쳤지만 폭행은 안했다”고 했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밀치는 것도 폭행에 해당된다.

이날 부천 현대백화점에서 난동을 부린 모녀는 수제 커튼 등 7~8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차 알바생들 “처벌 원해”

지난 7일 경기 부천원미경찰서는 주차 요원들로부터 ‘모녀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처벌을 원한다’는 진술을 확보해 이르면 다음 주 모녀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요원들은 경찰 조사에서 “강요로 무릎을 꿇었다. 생전 듣지 못한 폭언을 들었다. 일어나려 하자 밀쳤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백화점 CCTV에서도 모녀가 아르바이트생들을 밀친 정황을 확인했다.

경찰은 백화점 모녀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연기를 요청함에 따라 다음주 중으로 불러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추가로 SNS에 ‘갑질 모녀’ 폭로글을 올린 주차 요원의 누나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분노조절 장애, 엉뚱한 사람 피해

전문가들은 이런 갑질 행태를 두고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대화나 소통 자리에 억지를 부리고 발악하는 태도가 들어섰다. 과밀한 도시화가 진행 중인 한국에서 이는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고 평했다.

갑질 모녀는 과도하게 쌓인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그것이 분노로 응어리진 상태에서 저질러진 것으로 보인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어가지만 전혀 못 풀어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이나 아니면 갑자기 충격적 사건과 맞닥뜨리게 된 사람들은 겉보기에 만만한 약자를 만나게 되거나 적절한 환경이 주어지게 되면 자신의 분노를 거침없이 발산한다.

그러나 분노를 억눌렀다가 전혀 엉뚱한 순간에 그것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대한민국 사회는 분노와 관련한 정서 처리에 미숙한 사회인 것 같다. 이는 분노를 표출하지 말란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제때 분노가 표출 안 되고 있으며 이 억압된 분노를 다스릴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분노가 도시인들의 마음속에서 계속 쌓여간다면 볼썽사나운 백화점 갑질 사건이나 땅콩리턴과 같은 사건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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