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시평] “대통령 설득하는 유능한 참모가 없나”
[공정시평] “대통령 설득하는 유능한 참모가 없나”
  • 김길홍 회장
  • 승인 2015.0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길홍 공정뉴스 회장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파동은 연말 정국을 폭풍처럼 강타하고 지나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전혀 근거 없는 찌라시(사설 정보지) 수준의 허위 사실”이라고 언급하고 검찰에 문건의 유출자 색출과 문건내용의 진위 수사를 지시했다.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거나 진정되기는 커녕 날이 갈수록 일파만파로 확대되는 형국이 계속됐다. 개헌논의가 국정운영을 마비시키는 블랙홀이 아니라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이 경제활성화 등 당면 국가현안의 추진과 해결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등장했다.

문건 파동의 발생경위와 수사과정을 지켜보면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고위급 참모진이 콘크리트 지지율이 30%선으로 급락한 대통령 리더십의 위기에 대처하는 본연의 역할은 물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았다. 대통령 비서실의 홍보를 담당하는 청와대 대변인의 관련 발표도 혼선을 빚어 대국민 신뢰와 일관성을 잃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연말연시 분위기를 침울하게 만들고 시국의 어수선함과 정국혼란의 원인을 제공한 “문건 파동”은 수습의 전기를 잡지 못했다. 검찰수사 발표를 불신하는 야권의 특검 공세가 지속되어도 수수방관하는 대통령 보좌진들과 새누리당 지도부에 대해 불만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권력의 향배와 정치의 지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통령 중심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만큼 대통령 비서관으로 일하는 측근 참모의 업무와 역할은 다른 공직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운자리인 것은 분명하다. “비서는 눈과 귀는 있어도 입은 없다”고 하니 혹시 구설수에 오를까 두려워 대부분 침묵을 지키는 것이 상책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국정추진의 최일선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그림자처럼 오직 대통령만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해야하는 남모르는 고통과 제약이 엄청나게 많은 것도 사실이다. 맡은 일의 보람과 성과가 있어도 생색은 물론 위세를 과시해서도 안된다. 항상 자기를 겸손하게 낮추고 도덕군자처럼 처신해야하니 늘 가시방석이나 다를 바 없다.

조선시대에는 군왕에게 직언하는 언로의 방편으로 상소(上疏)제도를 시행했다.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임금의 독선과 잘못을 죽음을 무릅쓴 간언으로 국정을 바로 잡으며, 군신간은 물론 백성과 교감하는 소통과 대화의 통로로 잘 활용된 역사와 기록이 전해온다.

오늘날 제왕적 대통령제와 권력분점 등의 개헌논의가 검토되는 정치권의 전후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대통령과 국민과 여야간 쌍방의 소통과 대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정치현실로 지적받고 있다. 소통이 강조되다 보니 조선왕조에서 운용됐던 상소제도를 다시 부활시키는 것이 좋다는 아이러니컬한 주장도 나온다.

대통령비서관은 대통령을 바로 곁에서 보좌하는 권위와 권력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알려진다. 직급에 상관없이 원하든 원치 않든 공사간에 일정한 영향력을 주변에 미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비서관은 담당분야 별로 속성과 특징을 갖는다. 임명하거나 선발하는 인선의 원칙과 기준이 전반적으로 엄격하고 까다롭다.

최근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 같이 대통령이 신임과 능력과 충성도를 인정하면 청와대로 함께 입성하는 옛날 보좌진도 일부 포함된다.

대부분의 참모들은 현직 부처의 고위공무원이나 민간의 전문가 그룹 가운데 최고의 엘리트가 비서관이나 행정관으로 발탁된다. 국정의 분야별 능력과 경험, 개인적 인성과 도덕성 등을 비롯하여 다각적인 검증과 임명절차를 거쳐 기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 참모들은 24시간 대통령을 모시는 것이 원칙이다. 비상시 연락과 지시 수발에 한시도 빈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가정을 돌보는 여유와 시간도 없다.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공식 휴가도 반납하기가 일쑤다. 중요하고 부담이 큰 업무의 폭주로 인한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는 참을 수 있다. 그 보다 공사 생활이 제약받고 자유롭지 않으며 조심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와 직접 재가를 받아야하니 외모, 복장 등의 차림이나 몸가짐에 세심한 신경을 써야한다. 청와대 밖에서도 공사간에 외부사람을 만나고 식사하는 것도 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개개인의 실력과 능력도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지만 청렴의 의무와 공직윤리 등의 실천을 특별하게 강요받는 공인들이다.

하루하루를 위험한 면도칼 위에 서서 생활할 정도로 비유될만큼 도덕성의 자기관리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친인척의 관리와 측근 참모의 청렴성은 보필했던 대통령의 역사적 평가와 정권의 치적에 직결되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비서관은 국가와 대통령을 향한 애국심과 충성심이 투철해야만 나름대로 보람과 긍지를 누릴 자격이 있다. 대통령의 지시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자리를 걸고 소신껏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직언도 불사해야하는 난감한 순간도 맞닥뜨린다.

민심에 반하는 대통령 행정지시나 부적절한 하명사항을 충직한 건의로서 시정하고 간곡한 진언으로 설득하는 특유의 테크닉은 유능한 대통령비서관의 능력과 자질로 평가된다. 항상 지시만 따르면 자리를 오래 유지하고 출세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국가의 장래를 먼저 걱정하는 헌신적 청와대 참모라면 무사안일한 복무자세는 절대 금기사항이다.

탁월한 국정지휘의 리더십과 훗날 역사에 남는 훌륭한 치적은 당연히 대통령에게 돌아가는 몫이다. 허물과 실패는 참모의 부덕과 실수로 돌려야하는 것이 대통령비서관의 숙명이다. 최근 정윤회 국정개입의 의혹과 파동을 한동안 지켜보면서, 고위직과 하위직 할 것 없이 대통령 비서관들이 긴급한 사태의 수습과 처리에 대처하고 매듭짓는 노력과 자세는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