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가’, 훌륭한 ‘추억팔이’ 열풍
‘토토가’, 훌륭한 ‘추억팔이’ 열풍
  • 백서원기자
  • 승인 2015.0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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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인기 가수들, ‘무서운’ 차트 역주행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이 남긴 파장이 거세다. 이 특집은 90년대 인기 스타들의 무대를 당시와 같이 완벽하게 재현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과거 가요계를 뒤집었던 놀러와의 세시봉에 이은 ‘90년대 신드롬’이다. 출연자들은 제 2의 전성기에 비견되는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와 다를 게 없다”

지난달 27일과 이달 3일에 걸쳐 방송된 '토토가' 특집에는 1990년대를 풍미한 전설의 가수들이 총출동했다. 터보, 김현정, SES, 쿨, 조성모 소찬휘, 이정현, 지누션, 엄정화, 김건모에 특별MC 이본이 합류했다. ‘토토가' 특집은 무한도전의 평균 시청률보다 2배 높은 29.6%로 역대 '무한도전' 시청률 3위에 올랐다. 당시 순간 시청률은 35.9%까지 치솟았다. 수많은 행인들이 길거리 TV 앞에 모여 ’토토가‘를 함께 시청하는 사진 등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특집은 같은 소재를 가지고 타 방송에서도 여러 번 시도된 바 있다. 유독 무한도전이 폭발적인 이슈를 낳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5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서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토토가' 열풍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김태호 PD는 "우리 그 때 정말 좋았는데 그 때를 한번 다시 한 번 재조명해볼까"라는 기획 의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포커스를 주게 됐던 인물들이 슈와 김정남이었다. 한분은 가정 주부로 살고 있었고 한분은 가수를 은퇴했다. 이분들이 결국 우리와 다를 게 없구나 하는 것에 대한 눈물, 감정이 시청자들을 자극한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스토리 텔링을 덧입힌 기획력은 방송 이후에도 진한 여운을 이어가고 있다. '토토가' 특집 이후 출연 가수들을 비롯한 많은 인물들이 제 2의 전성기라 불릴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방송 후 출연진의 노래 전곡이 아직까지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고 있다. 출연 가수들에게 음반 제의가 쏟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가 하면 방송의 음원 누적매출이 100억 원을 넘는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그동안 위기설이 여러 차례 제기된 '무한도전' 역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았다는 평이다.

‘추억의 노래’ 차트 도배

‘토토가’에서 소개된 추억의 히트곡 대부분을 작곡한 주영훈. 윤일상. 김창환은 음원 수입의 이득에 작곡가로서의 역량까지 새삼스레 재조명받았다. 방송에 등장한 터보, 김현정, SES, 엄정화 등의 노래가 음원차트를 역주행하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이다. 소찬휘는 6일 발표한 신곡 '글래스 하트'가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15년 전 발매된 히트곡 '티어스', ‘현명한 선택’과 동시 차트에 머무는 기현상을 연출했다. 소찬휘는 새 앨범에 쏟아지는 대중과 언론의 관심에 “데뷔한 이후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녹슬지 않은 가창력으로 ‘토토가 특수’를 톡톡히 누린 김현정은 오는 6월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현정은 지난 2011년 이후 신보를 내지 않아 무려 4년 여 만의 컴백이다. 쿨은 오는 10일부터 데뷔 20주년을 기념한 전국투어 콘서트를 진행한다. 이번 콘서트에는 '토토가'에서 원년멤버 유리를 대신했던 쥬얼리의 예원이 다시 한 번 빈자리를 채운다.

특별MC로 깜짝 등장해 여전한 진행 실력을 보여준 이본 역시 이번 특집의 수혜자다. 이본은 장진 감독이 대표로 있는 제작사 겸 매니지먼트사 필름있수다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복귀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또한 터보의 김정남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김종국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향후 활발한 활동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는 소식을 전했다. 션은 '토토가'로 인연을 맺은 멤버들과 함께 봉사 활동을 이어가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많은 응원을 받았다. 이처럼 출연자들이 화제를 끌면서 '토토가'와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의 상표 등록이 선점되고 유사 공연들은 줄지어 기획되는 상황이다. 시청자들은 출연하지 못한 가수들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며 '토토가' 시즌2 가상 캐스팅까지 내놓고 있다. 편집 전 영상을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무한도전'은 '토토가'의 제작 비하인드를 편집한 '토토가' 스페셜 방송을 기획 중이다. 비하인드 스페셜은 오는 설 연휴 중 편성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90년대 그대로 소환

‘토토가’를 제안한 사람은 SBS ‘컴백쇼 톱10’의 MC를 맡았던 박명수다. ‘컴백쇼 톱10’은 토토가와 유사한 형식의 방송을 앞서 선보였다. 유재석이 “케이블에서 했던 방송 아니냐”고 하자 박명수는 “장르의 유사성”이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컴백쇼 톱10’을 기획했던 김경남 PD는 이에 관해 SNS에 ‘새해반성문’이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나는 SBS플러스 ‘컴백쇼 톱10’ 프로듀서였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내 인생 최악의 프로그램. 왜 무도는 성공했고 나는 왜 실패했을까? 반성한다. 나는 시청률을 높이려고 했고 무도는 진정성으로 갔다. 90년대 가수들에게 좀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지도 않았고 프로그램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시청자에게 더 이상 거짓된 마음은 통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90년대 복고 코드는 문화계에서 흥행 아이템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 예다. 대중은 이미 나가수 등 추억의 가수들에 대한 재조명 열풍을 거세게 겪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토토가’와 같은 컨셉이 이만큼의 성공을 거둔 것에 관한 놀라움도 나타낸다. ‘추억팔이’의 활용법에도 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 ‘토토가’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결국 무대와 복장, 자막 하나까지 공을 들여 시청자의 지난 시절을 이끌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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