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컬럼]“세계1위 기술 1개뿐인 한국산업”
[경제컬럼]“세계1위 기술 1개뿐인 한국산업”
  • 김선제 교수
  • 승인 201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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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by Korea(한국 제품)의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조사한 142개 기술에서 한국이 최고 기술수준을 확보한 분야는 미래형 선박의 한 개뿐이다.

미국 87개, 일본 33개, 유럽 21개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기술이 일본은 따라가지 못하고 중국에 따라 잡히는형국이 전개되고 있다. 주요 10개업종(2013년 기준)에서 한·중 간 기술 격차는 2년 미만이라고 한다. 바이오 분야는 두 나라의 격차가 0.7년에 불과하고 이동통신도 중국 기술이 한국과 0.9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IT융합기술 및 디지털TV·방송은 1.0년, 플랜트 엔지니어링 1.1년, 섬유·의류의 기술격차는 1.3년이다.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산업인 반도체·자동차도 1.5년 미만이고, 디스플레이는 1.5년이며, 가장차이가 크다는 조선의 기술 격차도 1.7년에 불과하다. 한국 기업이 도전과 성장을 멈추면 2년 안에 주요 산업이 모두 중국에 따라잡 힌다는 얘기다.

해외시장의 전자제품 매장에서 중국산의 기세에 눌려 뒷자리로 밀리는 제품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2000년대 중반 한국 제품이 일본산을 밀어내던 모습 그대로 이다.

한 국 제 조 업 의 둠 즈 데 이(Doomsday·운명의 날)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범용기술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발상과 원천기술을 중심으로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위기극복의 열쇠는 기존 기술에 2%의 경쟁력을 더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다. 2%를 극복하는 핵심은 수요자의 필요를 더 빨리, 더 정확히 읽어내는 데 있다. 혁신적인 발상과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 새로운 도전에 빨리 나서야 한다.

한국 경제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길은 기업과 정부의 팀플레이에 있다. 한계에 직면한 우리 경제가 체질을 바꿔 나가기 위해 가장필요한 것은 촉매 역할을 하는 정부이다. 정부는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어야 하고 학생들이 첨단기술을 연구하려고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연구 결과가 좋으면 확실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 되어야 한다. 과학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의과대학 및 치과대학 진학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과학고등학교의 설립취지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진흥시킬 인재를 양성하는 것인데 이들이 왜의료계통 대학에 진학하는 것일까? 의료계통에 진출하면 안락한보상이 평생 보장되지만 기술 분야에 진출해서는 장래의 희망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재벌그룹의 가족들은 회사에 입사해서 3.5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에 근무하더라도 50세 전후에 퇴직하게 되는 대부분 임직원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을 대그룹의 가족들은 누리고 있다. 기업의 이러한 근무환경은 젊은이들에게 기술 분야 보다는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등과 같은 전문 직종으로 눈길을 돌리도록 하고 있다.

노력에 대한 공정한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 기술력은 한계에 달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발전과 국가의 성장에 애로사항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모든 사람들에게 능력과 성과에 대해 공정한 대우를 하는 시스템이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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