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취업시장 '을' 청년에게 '갑질'
삼성생명, 취업시장 '을' 청년에게 '갑질'
  • 권민정 기자
  • 승인 2015.0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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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교육 취준생 유혹...교육 받은 뒤 정식직원 전환 미끼 보험영업

구직자에 대한 '갑질'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위메프(대표 박은상)에 이어 삼성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도 취업준비생에게 갑질을 해 온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8일 머니투데이는 삼성생명 등 대형보험사들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금융교육 프로그램'모집해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보험판매를 종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금융아카데미'수강생을 모집하여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보험판매를 시키고 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대기업 정규직 전환을 믿고 가족, 친척, 지인들까지 동원해 실적을 올리기 위해 보험판매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만 낭비하고 취업기회마저 놓치는 피해를 입었다는 것.
머니투데이는 삼성생명의 '금융교육아카데미'와 동부금융네트워크의 'TFA(통합금융전문가)과정을 각각 수료한 대학생 권모(27·여)양과 취업준비생 박모(30·남)의 사례를 통해 보험사들이 취업미끼 불법 영업 실태를 지적했다.
권모양의 경우, 지난 2013년 7월 학내에서 나눠준 팜플렛을 보고 삼성생명의 '금융아카데미'에 지원한다. 인턴은 아니지만 수료증을 준다고 해서 또래 대학생 40여명과 4주간의 교육을 받았다.
삼성생명은 교육을 마친 권양에게 정규직 전환을 위한 과정이 있다며 SFP(Special Financial Planner) 프로그램으로 소개했다. 회사는 공채를 거치지 않고도 정규직 채용이 가능하다며 '실습차원'이라며 보험판매를 요구했다.
권양은 "아는 지인들의 이름과 연락처, 연봉수준을 적고 만나서 가입조회 동의서를 받아오고 또 고객으로 가입시키라고 했다"며 "기본급도 없었고 교육 프로그램 이수할 때 받은 80만원으로 회사 노트북이나 태블릿PC까지 사게 했다"고 말했다.
권양과 함께 교육을 받았던 학생들은 가족과 친척까지 보험에 가입시켰다. 하지만 계속되는 압박에 못 이겨 줄줄이 그만뒀다.
권양은 "금방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며 "대기업이라 자부심도 있었는데 결국엔 값싼 대학생 인력을 교육수료를 명목으로 보험설계사 시험을 치게 하고 보험판매를 하게끔 하는 거였다"고 토로했다.
취업준비생인 박군의 경우도 비슷하다. 박군은2013년 2월 취업정보사이트에서 정보를 얻어 재무와 컨설팅 교육을 받고 금융전문가가 되기 위해 동부금융네트워크 TFA(통합금융전문가) 6개월 과정을 교육받았다. 박군과 함께 교육받은 취업준비생은 70여명이다.
박군은 "(교육을 받는 동안에는) 보험판매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었다. 그룹에서 인재 육성을 위해 만든 조직이라며 리더십 교육도 시키고 일반 기업 인턴과 유사했다"며 "3개월 교육기간이 끝나고 통합금융지점으로 갔더니 보험과 증권, 화재 등 영업을 시켰다"고 했다.
박군은 교육 기간 동안 월 100만원을 받았다. 이후부터는 기본급 50만원에 영업실적에 따라 추가 수당을 받았다.
박군은 "대부분 통합금융전문가를 양성한다고 해서 지원했는데 결국은 보험영업이라는 것을 알고 스트레스에 그만뒀다"며 "오히려 취업준비를 해야 할 시간에 6개월을 낭비해 그해 공채에 모두 떨어졌다"고 한숨 쉬었다.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보험사들의 편법적인 보험모집인 구직이 심각한 상황이다.
일부 대학에선 인턴이나 전문가 양성, 아카데미 등으로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보험사들의 설명회를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주요 대학가 학생회관이나 화장실, 취업정보 게시판 등에는 보험사들의 홍보팜플릿과 포스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피해학생들은 한결같이 "삼성 등 대기업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금융아카데미'교육을 시켜준다는 유혹해 교육을 받게 한 뒤, 정직원 취업을 미끼로 보험교육을 시키고 있다. 사기행위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교육받는 과정과 정직원이 되기 위해 영업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취준생들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해 시간을 낭비하게 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골치거리다. 이 같은 행태는 보험판매 자격과 판매인 보집 제도 등과 관련해 감독당국이 제재할 만한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보험판매에 대해 명확히 안내하고 모집해야 한다. 실적과 채용을 연계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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