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부회장 SK케미칼 지분 추가 매입 배경은?
최창원 부회장 SK케미칼 지분 추가 매입 배경은?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4.1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버린의 경영권 공격경험, ‘ 섀도보팅’ 폐지 위기감
▲ 최창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가 가시권에 진입했다.

최 부회장은 지난 11월 20일 태영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SK케미칼 주식 62만 3000주를 시간외 매매 블록딜로 주당 6만 500원에 매수했다. 최 부회장의 지분은 10.18%에서 13.17%로 증가했다. 국민연금공단(11.48%)을 제치고 SK케미칼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자금은 최 부회장의 SK가스 지분 6.12%(53만 3280주)를 전량 매도해 마련했다. SK가스 지분 매도 금액은 전부 700억 원 가량인데 이 중 400억 원가량이 SK케미칼 지분 취득에 사용됐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경영권 강화에 목적을 둔 거래라고 보고 있다. 지분변동은 오너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증권가에선 최 부회장 특유의 투자 눈썰미’가 이번에도 큰 수익으로 연결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SK가스 급락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 부회장은 이날 태영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SK케미칼 주식 62만3000주를 블록딜로 매수했다. 이는 SK케미칼 지분의 2.9%에 해당된다.

최 부회장의 SK케미칼 지분율은 기존 10.18%에서 13.17%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SK케미칼 자회사인 SK가스ㆍSK신텍ㆍSK유화 등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주식 취득 자금은 보유하고 있던 SK가스 지분(6.1%, 53만3280주)을 전량 매각해 마련했다. SK가스 지분을 약 700억원에 팔아 400억원 가량은 SK케미칼 주식을 샀고 나머지 차액은 개인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다.

그룹 입장에선 이번 이벤트가 통상적인 오너의 지분 변동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반응은 달랐다. 우선 최 부회장은 주식을 사모으는 계열사마다 주가가 급등했었다.

이날 SK가스는 주가가 13.5% 급락했다. 11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반면 SK케미칼은 주가가 8.6% 급등했다. 6만5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 미다스의손’처럼 최 부회장은 투자하는 곳마다 수익을 내왔다.

최 부회장은 2011년 4월 시간 외매매를 통해 SK가스 보통주 52만8000주를 주당 4만1500원에 취득했다. 당시 취득 금액은 219억원으로 본인 자금과 SK케미칼 주식 담보대출로 마련했다.

SK가스는 최 부회장의 주식 매입 직후부터 2012년까지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후 2013년에 횡보하던 주가가 올 들어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이달 19일 기준 13만3000원까지 상승했다.

매수가격 대비 3배 이상 올랐다.

비상장 SK건설로도 대박

최 부회장이 SK가스에 앞서 매입했던 SK건설도 가치가 크게 올랐다. 최 부회장과 SK케미칼은 2006년에 SK해운과 워커힐호텔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매각한 SK건설 지분을 매수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당시 최 부회장은 195만주(지분율 9.61%)를 주당 5000원에 매수했다. SK건설은 비상장사였다. 시장가격을 확인하긴 어렵지만 2009년 계열사간 거래 때 책정됐던 단가는 주당 5만1000원까지 상승한 바 있다.

다만 SK건설로 벌어들인 돈이 최 부회장의 수익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지난해 SK건설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회사주식 132만 5000주(약 564억원, 주당 4만2572원)를 SK건설 법인에 무상증여했기 때문이다.

손이 가는 계열사마다 주가가 급등했던 경력 때문에 최 부회장을 ‘미다스의 손’으로 호칭됐다.

이번 ‘SK가스-SK케미칼’지분 변동으로 주가상승에 대한 관심이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증권사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이번 지분 이동으로 최 부회장의 자금이‘SK건설→SK가스→SK케미칼’로 넘어갔다. SK가스에 최 부회장의 개인 지분은 없어졌다. 하지만 SK케미칼이 SK가스 지분을 충분히 갖고 있어 경영권에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최 부회장의 SK케미칼 투자를 큰 호재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SK케미칼은 SK가스를 자회사(지분율 45.5%)로 두고 있는데, 본업보다는 SK가스에 대한 실적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올 들어 3분기까지 SK케미칼은 연결기준 5조5958억원의 누적매출액에 44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개별기준으로는 9141억원 매출에 179억원의 순익을 냈다. 반면 SK가스는 4조6067억원 매출에 66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배당여력이나 수익창출 능력을 보면 SK가스가 훨씬 낫다. 이 때문에 최 부회장이 ‘투자수익’보다는 계열사 경영권 강화 목적으로 지분을 증가시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영권 강화 무게

내년에 예정된‘섀도보팅’폐지와 관련한 지분 확보 문제도 최 부회장의 SK케미칼 지분 매입의 주용한 배경이다. 섀도보팅은 주주총회 참석 주주의 찬반투표 비율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예탁결제원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대주주 영향력이 과도해진다는 비판이 잇따라 폐지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최대주주의 지분 확대와 함께 주총에 참석할 주주들의 숫자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주총 보통 결의는 발행주식의 25% 이상, 출석의결권의 50%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특별결의는 발행주식 1/3 이상, 출석의결권의 2/3 이상이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대기업들은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대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그러나 SK케미칼 내부 사정은 다르다. 올해 3분기말 기준 최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13.98%(291만여주)였다. 소유구조 논리상 20% 이상을 확보해야 회사지배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SK케미칼은 주총 정족수 미달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거나 경영권 분쟁에 시달릴 가능성도 발생할 수 있다. 과거 SK그룹은 과거 소버린펀드의 경영권 공격을 받았던 쓰라린 아픔을 겪었다. 최 부회장이 SK케미칼 지분을 추가 취득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입장에선 오너 지분 변동이라는 이벤트 대신 기업의 본질가치변화 가능성에 주목하는 게 바람직하다. SK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들의 실적 변동과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신규사업 추이를 잘 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