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버터칩’ 뒤에 숨은 크라운제과의 횡포
‘허니버터칩’ 뒤에 숨은 크라운제과의 횡포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4.1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들은 식중독 웨하스, 사위는 허니버터칩…주가도 요동
▲ 윤영달 회장

윤영달 크라운제과 회장의 널뛰기 행보가 화제다. 지난 10월 윤 회장은 식중독균이 들어간 유기농 웨하스를 5년간 31억 원어치나 유통해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사위인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의 ‘허니버터칩’대박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이번에는 영업사원에 실적을 강요하다가 법원의 철퇴를 맞었다. 영업사원에게 변칙 판매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벌였다가 법원으로부터 패소를 당한 것이다. 크라운제과로서는 스스로 갑질을 세상에 알린 셈. 여론의 비판이 다시 쏟아지고 있다.

“할당량 채워야 퇴근”

회사의 실적 강요로 영업사원은 제품을 반강제로 떠안았다. 회사는 판매 압박으로 이뤄진 '덤핑판매'·'가상판매' 같은 변칙 판매로 인한 손해를 사원이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회사의 갑질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서부지법 제14민사부는 크라운제과가 전 사원 유 모(35)씨와 그의 신원보증인 임 모(56·여)씨를 상대로 "2억55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유 씨는 작년 1월 크라운제과에 입사해 경기도의 한 영업소에서 과자류 제품을 거래처에 판매하는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당시 덤핑판매나 가상판매 등 비정상적인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지만 실제 영업 현장은 달랐다.

회사는 본사 및 지점에 월 판매목표와 일일 판매목표를 할당했다. 영업사원들에게 매출목표 달성률, 물품대금, 입금률에 따라 급여 및 성과금 등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목표 달성을 독려했다. 수시로 판매량을 보고하도록 하고 심지어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를 채울 때까지 퇴근할 수 없도록 압박했다.

영업소장은 영업사원이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 재고 등을 반환하지 않았다. 그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제품을 판매하지 않았음에도 판매한 것처럼 기입하고 재고는 영업사원 차량에 싣는 '가상판매'를 강요했다.

유 씨는 매달 회사로부터 1억 원 매출을 할당받았다. 회사는 '가상판매'로 유 씨에게 대금을 전가하고 팔리지 않은 제품을 떠넘겼다.

판매압박에 빚까지

결국 영업사원들은 자신이 보유하게 된 재고들을 덤핑판매했다. 정상가와의 차액은 지인들로부터 빌리거나 대출을 받아 입금하는 방식으로 충당할 수 밖에 없었다.

영업사원이 이 같은 방법으로도 판매대금을 채우지 못한 경우 영업소장은 '판매대금 일부를 횡령했다'는 내용의 변제각서를 작성하도록 해 제출 받았다.

반면 크라운 제과는 대적으로 '갑'인 대형마트에는 43%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하면서 '을'의 지위에 있는 영업사원들에게는 35%의 할인율을 적용해 판매하도록 했다. 이 사실을 안 소매상들이 대형마트와 동일한 할인율 적용을 요구했고 결국 손실을 부담하는 것은 영업사원들의 몫이었다.

사원들은 허위로 판매된 제품의 대금을 마련하려고 재고품을 정상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덤핑 판매하고 부족한 금액은 빚까지 내가며 개인 돈으로 충당해야 했다.

유 씨는 잦은 대출을 받아 돌려막기를 하다가 9개월 만에 2억원이 넘는 빚을 졌다. 작년 10월 퇴사한 그는 다음 달 서울중앙지법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이처럼 영업사원들이 가상판매와 덤핑판매로 인한 손해분을 감당하지 못해 퇴사해도 크라운제과는 되려 이를 갚도록 요구하거나 민사소송까지 벌였다.

유 씨 역시 "업무처리 기준에 위반한 가상·덤핑판매 같은 비정상적인 판매를 해 제품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했다"는 이유로 피소됐다.

그러나 법원은 크라운제과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유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크라운제과는 사실상 판매되지 못한 제품의 대금을 가상판매를 통해 영업사원에게 전가했다"며 "유 씨 등의 가상판매는 크라운제과에 손해를 끼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매출 실적을 올리려 어쩔 수 없이 했던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크라운제과가 유지해 온 이 같은 거래 구조에서는 손해가 온전히 영업사원인 유씨의 가상 판매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앞서 지난달에도 크라운해태제과가 미수금 6300만원을 갚지 못하고 그만둔 영업사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울다가 웃다가...

크라운제과는 최근 자회사 해태제과가 ‘허니버터칩’으로 초대박을 터트리면서 경사를 맞았다.

허니버터칩은 지난 8월 출시 후 100일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SNS에서 숱한 화제를 뿌린 이 과자는 여전히 편의점 등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가 제과업계 30년 만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이다.

신 대표는 윤 회장의 외동딸 자원씨와 결혼한 재원으로 지난 2005년 해태제과에 상무로 입사해 이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허니버터칩은 신 대표가 직접 총지휘하고 TF팀까지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아들 윤석빈 대표가 책임지고 있는 크라운제과는 지난 10월 '식중독 웨하스'로 곤욕을 치뤘다. 당시 크라운제과 주가는 식중독균 논란과 함께 급락했다. 윤 회장을 다시 끌어올린 것은 8월초에 출시된 ‘사위의 과자’였다. 허니버터칩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크라운제과 주가는 놀라울 정도로 수직 상승했다. 윤 회장은 모처럼 활짝 웃었다.

하지만 '허니버터칩' 열풍에 유통업체들이 다른 제품들과 함께 묶어서 판매하는 '끼워팔기' 전략을 내놓으면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의 끼워팔기 단속 공표가 떨어졌다.

해태제과는 '유통업체들의 자발적인 마케팅'일 뿐 무관하다는 입장 표명을 했지만 주가는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진 갑질 논란이 그 누구보다 기분 좋은 연말을 보내던 크라운제과 잔칫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주가만큼이나 ‘롤러코스터’를 탄 윤 회장의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허니버터칩은 조만간 매출 200억원을 가볍게 넘어설 전망이고 그가 장남인 윤 대표에게 크라운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