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김기춘 축출시도...오히려 당했다
정윤회, 김기춘 축출시도...오히려 당했다
  • 한국증권신문 기자
  • 승인 2014.1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와대가 시끄럽다. 권력전쟁이 치열하다. ‘기춘 대원군’으로 불리는 청와대 실세인 김기춘 비서실장과 비선조직 간의 전쟁이다. 전쟁의 단초를 작용한 것은 비선실세 정윤회(59)씨다. 정 씨는 최태민 목사의 사위로 박근혜 대통령이 정계 입문한 1998년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문고리3인방 이재만(48, 총무비서관)‧정호성(45, 제1부속비서관)‧안봉근(48, 제2부속비서관) 등을 발탁했다. 그가 문고리 3인방을 포함한 십상시와 함께 청와대 실세인 김기춘 비서실장을 축출하는 시도했다. 하지만 김 실장의 힘은 셌다. 검사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역임한 백전노장다웠다. 정 씨의 루머 전략에 휘말리지 않았다. 대신 청와대민정수석실 감찰을 통해 공격을 막아냈다. 오히려 감찰보고서가 유출되면서 정씨가 사면초가에 놓일 상황이다. 십상시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청와대가 권력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박근혜 정부의 비설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 씨가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는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을 축출하기 위해 찌라시 등에 루머를 유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윤회 씨가 이재만(48, 총무비서관)‧정호성(45, 제1부속비서관)‧안봉근(48, 제2부속비서관) 등 청와대 핵심 비서관 3인을 포함한 청와대 6인과 정치권에서 활동 중인 4인과 정기적인 모음을 가져왔고 김기춘 비서실장 축출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예상된다.


정 씨는 최태민 목사의 사위로 박근혜 대통령이 정계 입문할 1998년 당시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알려진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등을 발탁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최태민 사위라는 자신의 멍에가 박 대통령 당선에 도움이 되지 않은다고 생각하고 정치권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후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씨 키드인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의 도움이 컸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과 함께 총무비서관과 1‧2 부속비서관 자리를 꿰찼다. 이들은 비선실세라는 의미로 '문고리 3인방'라고 불린다.


정 씨는 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 자연스럽게 이름이 부상했다. 그가 실제 숨어있는 실세라는 소문이다.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뒤에는 '문고리3인방'이 포함된 이른바 '십상시'를 통해 '그림자 정치'로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문건이 지난 27일 공개됐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세계일보가 단독입수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지난 1월 6일에 작성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란 제목의 감찰보고서에 정 씨가 국정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문건에는 정 씨가 지난해 10월부터 이재만&#8231;정호성&#8231;안봉근 비서관 등 문거리3인방을 포함한 청와대 내부인사 6명과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청와대 외부인사 4명 등에 실명에 거론됐다. 이들은 매월 2차례씩 정 씨와 서울의 강남의 한식당과 일식당에서 모임을 가졌다. 청와대 내부 동향과 현 정부 동향을 논의한 것으로 보고됐다.


문건엔 이들을 '십상시'로 지칭했다. 십상시는 후한말 영제때에 정권을 잡아 조정을 농락한 10여명의 중상시(한관)을 말한다
문건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 속칭 '증권가 찌라시'에 떠돌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의 진원지가 정 씨이며, 이것을 자신의 비선라인을 활용해 퍼트린 루머라는 감찰 내용을 담고 있다.
문건에는 정 씨와 10인의 박 대통령 측근들이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강남 모처에서 만나 VIP의 국정 운영과 BH(청와대 지칭) 내부 상황을 체크하고 의견을 주고받는다”고 적혀 있다.
현직 행정관이 연락책을 맡았다. 모임 때마다 강원도에 머물던 정 씨가 서울로 와 회동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송년회 자리에선 정 씨가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에 대해 직접 거론했다. 박태통령을 측근보좌하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정씨와 십상시가 집적 김 실장을 축출을 시도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정 씨는  "(김실장의 사퇴 시점은) '검찰 다집기'가 끝나면 그만두게 할 예정이다. 2014년 초·중순으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새로 취임한 김진태 검찰총장이 내부인사를 단행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계열 검사들을 한꺼번에 지방으로 좌천인사를 하던 시기이다.


또한 참석자들에게 정보지 관계자들을 만나 사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보를 유포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씨와 비선라인들은  자신들의 의도가 탄로나지 않도록 속칭 '찌라시'를 이용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인사도 거론됐다.
정 씨는 "(김 실장이 비서실장이 된 데는 친박7인회 멤버 중 한 명인)최병렬이 VIP(박대통령)께 추천해 비서실장이 됐다. 7인회 원로인 김용환도 최근 김기춘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 감찰 보고서는 경찰 출신 A경정이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 지시로 작성되었고, 김기춘 실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감찰 보고서가 제출된 지 한 달 만에 A경정은 원대복귀했고, 조 비서관은 그로부터 두달 뒤 사표를 제출했다.
다만, 감찰 후 청와대 비서관 등에 대해 청와대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감찰보고서가 작성된 시기와 그 이후 정치현황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에 거취문제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김실장의 취임 1주년을 맞는 지난 4월6일 전후에는 정점을 이루기도 했다.


모 언론은 "김 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후임이 결정되면 사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 실장의 사의를 밝힌 이유가 "올해부터 가족의 우환에 이어 본인의 지병이 악화돼 정신적, 물리적으로 업무 수행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성명했다.
더 나이가 후임에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 수적부의장, 안병훈 조선일보 전 부사장, 권영세 주중대사. 권철현 전 주일대사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고까지 보도 했다.

<김기춘 축출 왜>
정윤회 씨가 김 실장을 축출하는 이유에 대해 세간에 관심이 쏠린다. 김 실장은 야권의 비판을 받으며 장관 인사 때마다 반복해서 교체설에 시달려왔다.
비선인 정씨가 김 실장을 교체하려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박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을 미행하면서 벌어진 갈등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3월에 발행된 <시사저널>에 따르면, 박지만 회장이 지난해 12월 한 달 전부터 자신을 미행하던 오토바이 기사로부터 정윤회 씨의 지시로 미행하게 됐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그리고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 이에 김 실장은 “그럴 리가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 사건을 내사했다. 내사 도중 담당자에 대한 인사발령이 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내사가 무력화된 것이다. 이러한 인사발령을 요구한 것은 ‘대통령 측근(?)’이라고 <시사저널>은 밝혔다. 대통령의 측근이 누구라고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기사 전체 맥락을 보면 정 씨의 측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박지만 라인도 움직였다. 정씨에 대해 감찰을 시작했다. 이번 세계일보를 통해 공개된 문건을 A씨에게 만들라고 지시했던 조응천 전 청와대공직비서관이 박지만 라인이다. 조 전 비서관은 초임검사 시절 박 회장이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수사를 하다가 서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주요 사안을 직접 보고할 정도였다.
하지만 박 회장의 복수는 유야무야 끝난다. 여론이 박 회장을 외면했다. 친인척이 국정을 개입해선 안 된다는 명분이었다. 결국 박지만 라인은 축출됐다. 4월 조흥천 비서관과 그와 함께 일했던 행정관 대다수가 교체됐다. 또한 지난 10월 육사시절 절친인 이재수 국군기무사령관도 교체됐다. 국정원 인사에서도 박 회장이나 조 전 비서관과 직간접적으로 가까운 일부 고위간부들이 좌천되거나 옷을 벗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여권 일부에선 “친인척 관리를 명분으로 자신들에 대한 잠재적인 반대세력을 밀어내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정씨의 승리다. 이는 김 실장이 나름의 중립(?)을 지켰기 때문. 하지만 김 실장은 박지만 회장에 대한 예우가 대단하다. 그런 그에게 정씨 측에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박과 정의 싸움에 끼었던 김 실장은 아직도 건재하다. 대신 정에게 박은 밀려났고, 정마저 이번 문건 사건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역전노장의 승리다.

<누가 문건을 유출했나?>
청와대는 문건이 ‘찌라시’를 모아논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청와대가 만든 문건임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가 만든 문건을 누가 유출시켰는가에 세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건 유출로 득을 볼 사람은 외견상 김기춘 실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십상시를 한꺼번에 내칠 수 있는 카드가 마련된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튈 수 있다. 김 실장에 리더십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잘못하면 청와대에 전면개각으로도 흘러갈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청와대에서 밀려난 박지만 라인 중 한명이 제보했다는 설도 파다하다. 4월 조 전 비서관과 함께 일했던 상당수 행정관들이 국정원, 검찰, 경찰 등 친정으로 돌아가는 관례를 벗어나 상당수가 한직에 머물고 있다. 결국 이런 불만이 제보로 이어졌다는 설이다.
이번 세계일보 보도로 야당만 바빠졌다. 그간 서울 여의도 정치권에서 떠돌던 '김기춘 사퇴설' '김실장 중병설'과 같은 루머의 진앙이 청와대 권력다툼 산물이라며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28일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박범계 단장)도 구성했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비선실세의 꼬리가 드디어 잡혔다" 며 "정윤회씨를 중심으로 대통령 최측근 비서관들이 후한말의 환관들처럼 국정을 농단해왔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매우 충격적"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정보통인  박지원 새민연 의원은 "정윤회씨의 국정개입이 사실로 드러났다"면서 "감찰보고서가 존재하는데 그걸 찌라시 내용이라고 하면 국민이 믿나. 말한 사람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지난 6월 자신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라인 인사 개입을 지적하면서 ‘만만회(박지만 EG그룹 회장ㆍ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ㆍ정윤회 전 보좌관)’의혹을 제기했던 것을 상기한 뒤 “제가 만만회가 배후에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고 구체적으로 만만회 소속 이름을 대지도 않았다. 검찰에선 이 사실을 부인하고 저를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윤회 씨가 이른바 십상시 모임에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퇴진시키기 위해 증권가 찌라시에 퇴진설을 흘리도록 지시했다"면서 “이런 것을 보고도 검찰은 과연 만만회 사건을 기소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국문호 정치평론가는 "정씨는 현재 공식 직함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재임시절 비서관을 지냈을 뿐이다. 그런 그가 자신과 가까운 청와대·정치권 내부 인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단호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 비서관들이 내부 동향을 외부 인사에 전달하는 행위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등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법적조치를 하고 서둘러 청와대 개각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는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보도에 나온 내용은 시중의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이른바 ‘찌라시’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하고, 당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청와대는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의 반응은 매섭다. "靑 정윤회 보도 법적 대응,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에따른 책임은 반드시 누군가 져야 할 것 입니다", "靑 정윤회 보도 법적 대응? 이것이 사실이라면 탄핵감이다", "靑 정윤회 보도 법적 대응, 김기춘이 실세가 아니었다는 건가“. 등에 반응을 보였다.
비선라인인 정씨가 국정을 개입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국민들의 반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