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 고공행진, "세입자 체감률은 더 커졌다"
전세시장 고공행진, "세입자 체감률은 더 커졌다"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4.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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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후 부동산대책의 방향은 일관적으로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부흥이었다. 「4.1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및 「8.28 서민 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한 전월세대책」, 「7.24 경제활성화대책」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최근의 「9.1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도 그 범주로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단기성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실제 시장의 변화를 보면 그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반전했으며, 거래량이 증가하는 모습 등이 정책효과에 따른 일련의 변화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요자들이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부분이 가장 큰 변화로 판단된다.

부동산114(www.r114.com)가 수도권 거주자 (20대 이상 성인남녀) 349명을 대상으로 <2014년 하반기 주택거래소비자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가격 수준을 평가하는 ‘주택가격평가지수’가 120.4를 기록하며 3개 반기 연속 100를 넘겼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특히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주택가격전망지수보다 높게 나타났다. 주택가격평가지수가 100이상을 기록하면 거주하는 주택의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수요자들의 기대심리 작용여파로 현재가격을 평가하는 평가지수보다 미래가격을 전망하는 전망지수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금번 조사에서는 현재 시장상황을 매우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수요자들의 인식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가격 급등에 초점, 시장 불안 초래 우려

매매와 전세, 분양 등 부동산 거래시장 전반에 걸쳐 응답자들의 반응을 분석한 결과 매매시장은 6개월 전과 가격이 비슷하거나(49.0%) 6개월 후 비슷할 것으로 전망(47.0%)하는 응답이 전체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상승했거나(44.7%) 할 것으로 전망(45.0%)하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표면적인 결과값은 향후 매매시장을 보합세로 판단할 수 있지만, 직전 조사였던 2014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의 모습을 관측할 수 있다.

직전조사와 비교시 매매가격평가의 경우 ‘하락’하거나 ‘비슷하다’는 응답은 각각 6.8%p, 11.4%p 감소했지만 ‘상승했다’는 응답은 18.2%p 증가했다. 또한 매매가격전망도 ‘하락할 것이다’와 ‘비슷할 것이다’의 응답이 4.4%p, 6.1%p 감소했지만 ‘상승할 것이다’는 응답은 10.5%p 증가했다. 즉, 6개월전 하락세와 관망세로 응답했던 수요자들이 금번 조사에는 일제히 상승세의 시선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은 확연한 시장의 회복세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전세시장의 경우 매매시장보다 가격상승을 택한 응답자가 더 많이 나타났다. 6개월 전보다 가격이 상승했거나(64.2%) 6개월 후 상승할 것 이라고 전망(60.2%)하는 응답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고, 직전조사와 비교시 각각 13.9%p, 17.2%p 증가했다. 6개월 사이에 전세시장을 바라보는 수요자들의 시선이 가격상승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분양시장은 현재수준과 비슷할 것이라는 관망의 시선이 41.5%로 가장 높았지만 현재보다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41.0%로 유사한 수준의 응답률을 보였다. 위례신도시나 강남재건축 분양시장의 성공, 지방 대도시의 청약열풍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보면 2014년 상반기 조사와 비교시 관망세의 시선을 보낸 응답자들의 반응이 상승세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부동산규제 합리화를 위한 정부정책에 시장이 일정부분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복세를 보인 매매시장과 달리 전세시장은 여전히 불안하게 유지되고 있다. 정책의 기조가 매매시장 활성화에 편중되어 있고, 전세수요를 매매시장으로 이끌어내려는 목적에 시장의 반응이 약했기 때문이다.

극자가거주자와 차가거주자의 극명한 차이

거주형태별로 가격평가 및 전망에 대한 응답을 분석한 결과 자가거주자와 차가거주자 모두 비슷한 응답패턴을 보였지만, 전세가격평가에서 차이를 보였다. 차가거주자들의 전세가격평가 CSI는 147.9로 자가거주자의 133.3보다 14.6p 높게 나타났다. 즉, 현재전세가격이 6개월전보다 상승했다고 자가거주자와 차가거주자 모두 응답했지만, 차가거주자들의 ‘상승’ 응답이 훨씬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전세시장의 실질적 수요자인 임차인들이 전세시장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 2013년 말 2억 2,496만원 수준이던 수도권 전세가격은 2014년 10월 2억 3,864만원으로 1천만원 넘게 상승했고, 이중 서울은 1,844만원, 경기 1,100만원, 인천 1,131만원 상승했다. 이 사이 「2.26 임대차시장선진화방안」이나 「10.30 서민 주거비 부담완화 방안」 등 전월세대책이 발표됐지만 실질효과는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도 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반된 시선이 만든 결과

설문결과에 나타난 것처럼 수요자들은 매매시장에서 만큼은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가격이 과거보다 상승했고, 추후 상승가능성도 높게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세시장은 불안한 모습이다. 그 동안 치솟은 전세가격이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봤지만 예상을 벗어나는 결과들이 도출되고 있다. 이는 매매시장 중심의 정부정책도 영향이지만 임대시장을 바라보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반된 시선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저금리 기조와 함께 과거처럼 급등세 수준의 주택가치상승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집을 보유한 임대인들은 전세보다 안정적 임대수익이 가능한 월세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반면 임차인들은 주거비용부담이 큰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집을 보유할 여건이 되는 매매시장의 가수요까지 전세시장에 머무르며, 기존 임차인과 한정된 전세물건을 두고 경쟁하고 있어 전세난이 지속되는 것이다.

부동산114는 “정부정책이 매매시장을 회복세로 돌리는데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면 이제는 전세시장을 안정세로 이끌수 있는 후속정책과 수요자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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