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영세상인 울리는 ‘동네조폭’ 꼼짝마!
서민·영세상인 울리는 ‘동네조폭’ 꼼짝마!
  • 이길호 기자
  • 승인 2014.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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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대청동에 거주하는 이모(57)씨는 이 지역에서 ‘저승사자’로 불린다. 대청동 일대 골목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온몸에 있는 문신과 칼로 자해한 흉터를 보여주며 폭력과 행패를 일삼았다.

이 곳에서 출생해 자란 이씨는 지역 토박이로 폭력 등 전과 51범으로 실형 전력이 21년 6개월에 달했다. 최근에는 상해치사죄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출소했다.

경찰은 이씨의 과거 전력과 자신들의 가족에 대한 보복 두려움으로 진술을 거부하는 피해 상인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10명의 진술을 확보했다. 지역 상인 40명에게 이씨의 평소 행패에 대한 처벌을 탄원하는 진정서를 제출받아 증거자료로 활용해 구속했다.

경찰이 이씨처럼 영세상인을 상대로 주먹을 휘두르거나 상습적으로 돈을 빼앗고 괴롭히는 일명 ‘동네조폭 소탕’에 나섰다.  그동안 상인들은 피해를 당해도 신고하면 보복당하거나 자신의 불법 영업사실이 드러날까봐 신고를 못했다.

경찰이 상인들의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 9월 3일부터 12월 11일까지 100일 작전을 펼친다. 동네조폭이 서민 생활권 주변에서 활동하면서 수시로 신체·재산상의 위협을 가하고 있어 조직폭력배보다 서민에 대한 직접적인 위해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경찰은 각 지방청에 435개팀 2078명 규모의 동네조폭 단속 전담팀을 편성, 동네조폭 불법행위·피해에 대한 첩보수집과 수사에 형사활동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동네조폭 단속을 시작한 40일이 지난 이달 12일까지 2331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해 916명을 검거했다. 이 중 314명을 구속했다.

지난해 일반 폭력사범 구속률이 0.68%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동네조폭 구속자 비율은 34.3%로 매우 높다. 입체적·종합적 수사를 통해 동네조폭의 상습·고질적인 성향을 밝혀내는데 주력한 결과다.

범행 유형은 업무방해(922건)와 갈취(839건)가 가장 많았으며 폭력(450건), 재물손괴(65건), 협박(43건), 기타(12건)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동네조폭이 폭행·협박을 통해 식대·주대 및 금품을 빼앗거나 위력을 행사하며 영업을 방해하는 불법행위를 일삼는 것으로 분석된다.

검거인원 중 단독범이 714명(78%)으로 대부분 영세 상인을 상대로 범행을 했다.

상습적으로 범죄를 일삼는 특성상 검거한 동네조폭의 경우 범행전력도 화려했다. 총 전과가 20건을 초과하는 동네조폭이 318명(34.7%)이나 되고 최다 전과자는 69범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지난달 초 서울 강서구 호프집에서 술을 먹고 주인에게 행패를 부리다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된 이모(54)씨는 전과 69범으로 조사됐다.

지역 주민들은 보복성 행패와 개별 피해가 크지 않다는 이유, 자신의 약점인 범법행위가 발각될 것이 두려워 동네조폭 신고를 꺼렸다.

하지만 경찰의 설득과 강력한 수사 방침에 반신반의하며 피해사실을 털어놨고 이들이 속속 검거돼 처벌을 받으면서 “이제야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다”고 크게 환영하고 있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숙박업소와 주민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돈을 뺏고 주먹을 휘두른 김모(49)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대전 유천동과 사정동 숙박업소 등에서 8차례에 걸쳐 갈취·상습 폭행을 했다.

특히 돈을 내지 않고 여관에 묵으며 주인 할머니를 윽박지르는 등 행패를 부렸다. 피해 할머니는 “정말 무서웠다. 밖에도 잘 못나갔다”며 “살려줘 고맙다”고 연신 담당 경찰관에 허리를 굽히며 감사를 표했다.

그동안 동네조폭이 활개를 칠 수 있었던 것은 업소의 업태위반에 대한 형사처벌과 행정처분 등의 이유로 신고를 꺼렸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동네조폭 100일 특별단속 기간중 피해 신고자의 경미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정상을 참작해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을 면제하기로 했다.

경찰서별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경미 범법행위’에 대한 면책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39명에 대해 면책제도를 적용했고 동네조폭 100일 특별단속 종료시까지 적극 시행할 예정이다.

실제 지난 7월 1일 인천 계양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정모(47)씨는 혼자 찾아와 도우미와 술을 즐긴후 불법영업을 신고하겠다는 김모(44)씨로 부터 협박을 받았다.

협박에 겁을 먹은 업주 정씨는 이용 요금의 2배를 건냈다. 경찰은 일대 노래방 업주를 상대로 18차례에 걸쳐 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을 김씨를 구속했다. 하지만 협박을 받은 노래방 업주 18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노래방 업주 정씨 “나도 불법 영업을 한 잘못이 있어 신고 할 엄두도 못 냈다”며 “경찰이 마련한 면책 제도를 보고 신고할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앞으로도 서민 생활주변의 치안안전과 지역 상인들의 건전한 영업활동을 위협하는 각종 동네조폭에 대해 꾸준한 단속을 펼칠 계획이다.

김귀찬 경찰청 수사국장은 “동네조폭의 근절을 위해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협조에 피해자들이 재차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형사들과의 핫라인을 구축하는 등 피해자 보호활동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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