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기관 모럴헤저드 '심각'.... 법인카드로 술만 먹었을까?
정부 산하기관 모럴헤저드 '심각'.... 법인카드로 술만 먹었을까?
  • 권민정 기자
  • 승인 201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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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재 한국행정연구원장 법인카드로 해외명품 쇼핑도...

정부중앙부처·지자체·공기업의 법인카드로 국민 혈세가 줄줄이 새고 있다.
공기관 경비를 법인카드로 쓰도록 법제화하고, ‘클린카드’ 제도를 의욕적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예산이 새 나가는 구멍은 여전히 큰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국정감사의 단골메뉴였던 공기업들의 법인카드 사용은 이번 국감에서도 문제가 됐다.
8일,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비롯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연구기관들의 법인카드 부당 사용 등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산하 23개 국책 연구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기관별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토연구원은 2010~2014년 법인카드 사용이 금지된 주점에서 321차례에 걸쳐 3851만3000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법인카드의 부당 사용 등을 감시해야 할 감사실 1급 직원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법인카드 사용이 금지된 주점에서 3차례에 걸쳐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유흥주점 등에서 25차례에 걸쳐 326만여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국토연구원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은 업무 시간과 휴일에도 법인카드를 이용해 총 60차례 영화 티켓 구입에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국토연구원은 2010~2014년 영화관을 포함해 스키장·볼링장·놀이공원 등 법인카드 사용 금지 항목인 문화·레저 분야에서 50차례에 걸쳐 690여만원을 결제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2011~2014년 2만2390차례 택시를 이용하면서 법인카드 로 3억6057만여원을 결제했다.
이뿐 아니다. 연구사업비 등으로 명품을 구입한데 사용한 정황도 밝혀졌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은재 한국행정연구원장이 연구사업비·경상운영비 예산 등을 명품구입에 사용한 사실이 지난 3~4월 국무조정실 감사에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에르메스 넥타이와 고가의 향수와 초콜릿을 구입했다. 또한 해외 출장에서 돌아올 때도 공항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샀다. 이렇게 12차례에 걸쳐 314만여원을 사적(私的)으로 사용했다. 심지어 12차례에 걸쳐 오이·고구마·총각무·방울토마토 등을 구입하면서 128만여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원장의 모럴헤저드는 심각하다. 법인카드 등으로 일단 물품을 구입한 뒤 연구사업비나 경상운영비로 비용처리하는 편법을 동원했다.
법인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도 징계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카드 관리 및 사용지침'에 따르면 법인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하면 징계와 함께 카드 사용 대금을 환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기관이 법인카드 부정 사용과 관련해 신분상의 징계를 한 적은 없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부정 사용 대금만 환수하면 신분상의 징계는 이제껏 없었다"면서 "환수 조치만으로도 승진 등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한국행정연구원장은 국무조정실의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연구사업비와 경상운영비 등으로 비용 처리한 명품 등 구입비 314만여원을 개인 돈으로 변제했다. 국무조정실은 감사 조치사항으로 기관장인 이 원장에게 오이 등을 구입하는 데 법인카드를 사용한 128만여원을 회수하도록 했다. 그리고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는 기관 경고만을 했다.
이밖에 국토연구원은 2011~2013년 법인카드 부정 사용에 대해 전액 환수와 '엄중 경고'만 했을 뿐 징계는 하지 않았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불법편법적인 산하기관들의 법인카드 사용은 만연하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드깡까지 하는 방법으로 현금을 챙기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산하기관을 감독해야 할 국무조정실 등이 법인카드의 불법 사용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고 '제식구'를 감싸오면서 사태를 키우고 있음을 알수 있다.
정부는 공기관 경비를 법인카드로 쓰도록 법제화하고, ‘클린카드’ 제도를 의욕적으로 도입했다. 이같은 처방은 ‘백약(百藥)이 무효’였다. 이에 따라 공직사회 투명성 제고, 혈세 낭비를 방지하기 위한 법인카드 제도 개선 및 불법사용 감시 강화을 촉구하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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