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경영’ 우려 씻어내고 ‘핸드폰 주도권’ 쟁취
‘오너 경영’ 우려 씻어내고 ‘핸드폰 주도권’ 쟁취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4.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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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서 빛나는 구본준의 리더십

지난 2010년 10월1일 LG전자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구본준(사진) 부회장은 “기본부터 다시 한 번 시작해 봅시다. LG전자의 명예를 반드시 되찾읍시다.”고 밝혔다.

2000년 중후반 LG전자는 ‘프라다폰’ ‘초컬릿폰’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잘 나갔지만 스마트폰 대응이 늦으면서 실적이 급락했다. 휴대폰 사업이 순식간에 휘청거리며 위기감이 커지자 오너 일가가 다시 경영일선에 나섰다. 회사를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구 부회장은 CEO에 올랐다.

‘오너 경영’ 편견 종식

취임사에서 ‘기본’을 강조했다. 여기서 ‘기본’은 제조회사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연구개발(R&D)과 생산·품질 경쟁력을 의미했다. 구 부회장은 취임 후 6개월 동안 국내 전 사업장과 주요 외국 시장을 돌며 임직원들에게 “독한 문화를 DNA로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당시 업계 일각에서는 전문경영인을 대신한 오너 경영 체제에 의구심을 품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우려는 종식됐다. 구 부회장의 다짐대로 LG전자가 부활의 날갯짓을 펼쳤다. 과거의 화려했던 영광을 재현할 채비를 마쳤다.

체질 개선, R&D 적극 투자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LG전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은 지난해보다 52% 증가한 1조9,483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09년(2조8,855억원)에는 못미치지만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2010년(2,824억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7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시장은 LG전자의 부활은 당장 실적보다는 체질개선을 강조한 구 부회장의 경영방침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해 선도기술을 개발, 제품 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LG전자는 R&D 투자금액은 2010년 2조6,782억원에서 지난해 3조5,460억원으로 늘었다. 전체 매출액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58%에서 6.10%로 상승했다. 이같은 R&D 투자 확대는 히트상품 탄생으로 이어졌다. LG그룹 계열사의 핵심 역량이 집결된 전략 스마트폰 'G시리즈'가 잇달아 성공을 거두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휴대폰을 만드는 MC사업본부는 지난 2·4분기 3조 6,20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0년 이후 분기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 859억원을 달성, 지난해 3·4분기 이후 4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됐다.

시장조사기관 SA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기준 스마트폰 제조사 순위에서 사상 첫 3위에 올랐다. TV부문에서도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울트라 올레드 TV'를 시장에 내놓는 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분야 육성

LG전자 안팎에서는 미래 성장동력 부문과 관련된 구 부회장의 결정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지난해 7월 자동차 부품 분야를 핵심 육성 분야로 선정하고 자동차부품(VC) 사업본부를 신설했다는 점이다.

이는 자동차에 쓰이는 전자 제품이 다양해지는 것을 반영해 이 시장을 향후 집중 공략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6월에는 글로벌 자동차와 전자 기업들이 구성한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개발 연합인 ‘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OAA)’에도 합류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구 부회장은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다른 경쟁 기업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시장을 선도할 기술 확보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끊임없는 미래 먹거리 발굴

구 부회장은 가전·휴대폰을 이을 미래 먹거리 발굴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전자는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사물인터넷(IoT)을 미래 성장엔진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 부회장은 이날 방한 중인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를 만나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포괄적인 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의미 있는 사업 기회를 공동으로 발굴하기로 합의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 LG전자가 재기의 기반의 마련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휴대폰 사업의 경쟁력 유지와 신성장동력 발굴·육성이 구 부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구본준 부회장 체제가 시작되고 4년 만에 처음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쟁취했다. G시리즈 덕분이다. 특히 현존 최강의 스마트폰으로 평가 받는 G3는 3분기부터 미국 시장에서도 본격 판매된다. 웨어러블 시장에서도 G워치를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의 기어 시리즈와 대등하게 맞서고 있다.

구글 착시효과 극복 과제

문제는 LG전자의 부활이 일부는 구글 착시 효과 때문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스마트폰 시장은 구글이 어떤 하드웨어 제조업체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세력 균형이 달라져왔다.

초창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만의 HTC가 주도권을 잡았던 것도 구글과 먼저 거래를 성사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팬택 역시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비해 한 발 앞서 구글의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LG 또한 언제 구글과 갈라설지 모른다. 구 부회장은 구글과 대항할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제휴로 돌파구를 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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