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도 인정하는 오바마 리더십
실책도 인정하는 오바마 리더십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4.10.06
  • 호수 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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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단독 행동을 하지 않겠다”… “반테러 네트워크를 활용하겠다” 천명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4(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은 전임자 조지 W 부시의 20021월 국정연설과 여러 가지로 비교된다. 오바마는 이 자리에서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죽음의 네트워크(network of death)’로 규정하며 국제사회가 분쇄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부시는 당시 이라크를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 이라크 공격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오바마의 이 같은 인정이야말로 국민들이 대통령으로부터 원하는 행동이다. 발언을 통해 대통령의 정직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무엇이 부족한지 끊임 없이 알려줄 수 있다.”며 오바마를 옹호했다.

부시 대통령 비협조 분위기

두 연설은 비슷한 맥락에서 나왔다. 오바마는 2명의 자국민이 참수된 상황이고 부시 땐 9·11 테러를 당한 후였다. 하지만 연설 후 국제사회의 반응은 사뭇 다른 양상이다. 부시가 이후 이라크전 수행에 국제공조는커녕 비협조와 견제에 시달린 반면, 현재는 서유럽 우방은 물론 중동 국가들까지 미국의 이라크·시리아 내 IS 공습에 가세하고 있다.

터키는 극명한 예다. 이라크·시리아 모두와 국경을 맞댄 지역 대국이다. 부시 정부는 터키 영토를 가로질러 9만명의 미 지상군을 이라크로 투입하려 했다. 하지만 터키 정부의 반응은 냉담했다. 결국 미군 주력은 남쪽 쿠웨이트를 통해 바그다드까지 먼 길을 가야 했다. 그런데 지난 28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전쟁이 우리 국경선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지상전 참여까지 언급했다. IS에 억류돼 있던 자국민 49명이 풀려난 직후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동참시킨 오바마

중동의 대표적 친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도 2003년 당시엔 영토 내 미군의 병참기지 제공을 거부했다. 이라크에선 미군 대상 테러범의 대다수가 사우디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아랍 연합국의 일원으로 시리아에 전투기를 출격시킨다. 사우드 알파이잘 사우디 외무장관은 중동에서 모든 테러단체가 제거되기 전에 작전을 중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전 당시 미국을 지지한 중동 국가는 쿠웨이트뿐이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중동 주요국에다 반미 국가인 이란마저 IS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서방 주요국 지지 의사

2002년 딕 체니 미 부통령이 불량국가(이라크)에 대한 예방전쟁승인을 유엔 안보리에 요청했을 땐 프랑스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섰고, 대다수 유럽 국가들이 반대했다. 결국 미국은 유엔의 이라크 내 대량살상무기 우선 사찰을 수용해야 했다. 이듬해 이라크 침공 때 미군 외 병력은 영국군 45000명과 호주군 2000, 폴란드군 194명이 전부였다.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는 한동안 부시의 개로 조롱 당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엔 서방 주요국 대다수를 비롯, 공습에 동참·지원 의사를 밝힌 나라가 60개국을 넘었다. 오바마의 유엔 총회 연설 직후 안보리는 미국이 상정한 외국인 테러 전투원 대응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지지를 표했고 주요 7개국(G7)도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 정도만이 국제법을 무시한 침공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자주의 행동원칙 결실

10여년을 둔 이 같은 상황 변화는 부시의 군사적 일방주의에 반대를 견지해 온 오바마 정부의 다자주의 행동 원칙이 IS 공습에서 결실을 맺은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는 지난 5월 무력 사용에 있어 절대 단독 행동을 하지 않겠다며 유엔 등 국제기구와 동맹국, 반테러 네트워크를 활용하겠다고 천명했다. 시리아 공습에 앞서 연합전선 구축을 위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아랍 국가들을 돌았고 유엔 총회장에선 이란 외무장관을 설득했다. 이런 노력으로 공습 시작 때 이미 50개국 이상의 동참을 약속 받았다고 케리는 밝혔다.

참여 당사국들의 이해도 맞아떨어졌다. 아랍 각국 정부에게 IS는 자신들을 전복하고 새로운 국가를 세우려는 위협세력이다. 사우디 등은 향후 시리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린다는 현지 분석도 나온다. 과거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침략이 유럽 내 근본주의 무슬림의 테러 만개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했다. 지금은 오히려 자국민 참수를 막기 위해 미국에 협조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리아 사태 과소평가 인정

오바마는 28CBS 방송에 출연해 정보 당국이 그간 시리아에서 일어나는 일을 과소평가했고 이라크 정부군의 능력을 과대평가해 IS세력이 커지게 됐다며 미국 정부의 실책을 시인했다.

워싱턴포스트(WP)오바마의 이 같은 인정이야말로 국민들이 대통령으로부터 원하는 행동이라며, 발언을 통해 대통령의 정직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무엇이 부족한지 끊임 없이 알려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오바마 대통령이 더 이상 솔직한 인정을 하지 않게 한다면 그것이 진짜 문제가 될 것이다.” 오바마를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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