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정치적 시험무대 ‘우산 혁명’
시진핑 정치적 시험무대 ‘우산 혁명’
  • 이길호 기자
  • 승인 2014.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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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민주 인사들 홍콩 시위 지지, ‘일국양제 체제 유지’에 고단한 중국
▲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홍콩주민들의 민주화 시위

국민(시민)이 지배하지 못하는 정치결정과정은 민주주의 방식이 아니다. 중국 중앙정부는 2017년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의 행정장관을 홍콩시민들이 직접 뽑는 직선제 시행 약속을 어겼다. 이에 2014년 9월 22일 24개 대학교 학생들의 동맹 시위를 시작했다. 시위는 확대 돼 28일 홍콩 금융의 중심가 센트럴(Central)에서 대(對)중국 성향 시위로 대규모 확대 됐다.

중국 중앙정부 개입

홍콩은 중국의 홍콩특별행정구로서 중국 중앙정부와는 독립된 조직이다. 1990년 4월 제정된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에 의하면 홍콩은 중국 영토의 일부이며 자치권이 인정된다. 홍콩 정치제도의 기본 구조는 행정장관이 이끄는 행정회의와 주요정부기관, 입법기능을 가진 입법회, 법원으로 구성된 사법기구로 되어있다. 이번 시위의 발단이 된 행정부의 대표인 행정수반의 임기는 5년 이며, 1차 연임이 가능하다. 행정수반은 1200명으로 구성된 선출인단에 의해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2017년 행정수반은 중국이 개입하지 않는 완전 직선제를 시행하겠다고 했으나 중국 중앙정부가 친중 성향의 인사를 선출하기 위해 이를 어기게 된 것이다. 직선제 선거로 하되 후보자를 선출위원회의 추천으로 정한다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선출위원회 1200명을 중국 당국이 구성하므로 친중 성향의 후보자만 남을 수밖에 없다. 홍콩시민은 직선제 약속은 허울뿐이라며 시위를 시작했다.

민주화를 향한 열망 ‘우산 혁명’

지난 9월 29일 월요일 홍콩의 금융 중심가 ‘센트럴’거리로 10만 명의 시위대가 모였다. 시위대들은 ‘Occupy Central’ “센트럴을 점령하라”며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를 주도하는 인물은 베니 타이(50) 홍콩대 법대 교수와 찬 킨 만(55) 전 중문대 사회학 교수, 추 류밍(70) 침례교 목사다. 이들은 ‘사랑과 평화로 센트럴을 점령하라’는 의미의 센트럴 점령 시위운동을 시작했다. 찬 킨 만 교수는 예일대 출신으로 홍콩의 민주화발전을 위해 연구했다. 베니 타이 교수와 함께 10년 째 홍콩의 보통선거권 확보 운동 중이다. 추 류밍 목사는 1989년 천안문 사태부터 중국 민주화 운동 협력과 시위자들의 은신처를 제공했다. 이들과 함께 시위를 주도 하고 있는 고교생 조슈아 웡(17)은 중, 고등학교 학생운동단체 ‘학민사조(學民思潮)’를 설립한 이력이 있다. 2012년 중국 공산당의 국민교육 과목이 필수 과목으로 지정될 위기에 처하자 반대운동으로 12만 명을 동원해 이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시위 중 경찰에 체포 되면서 “10년 뒤 초등학생들이 홍콩 민주화를 위해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이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 외침은 이번 대규모 시위에 불꽃을 일으켰다. 시위의 목적은 홍콩의 민주주의 요건이 부합한 완전한 직선제 보장과 친중 성향인 렁춘잉 행정장관 퇴진요구다. 시위 현장에는“평화, 이성, 공민 보통선거 쟁취” “렁춘잉 물러나라” “우리는 완전한 보통선거를 요구 한다” “우리는 가짜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다” “공산당을 해체해야 박해가 끝난다” 등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번 시위는 ‘우산혁명’으로 불린다. 시위를 진압하는 홍콩경찰의 최루탄을 막기 위해 우산을 쓰는 것이 이유다. 시위 방식은 평화적이다. 진압하는 경찰을 공격하지 않고 공공기물괴손을 피하며, 시위 후에는 쓰레기를 치우기도 한다. 현장에 있는 시위자들만 시위를 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민주 인사들도 반(反)중국 성향의 ‘우산 혁명’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홍콩 사태에 삭발로 동참하는 이들도 있다. 민주화를 향한 홍콩시민과 민주인사들의 의지가 강하다.

홍콩 반(反)중국 정서 강해

직선제 요구가 도화선이 돼 ‘우산혁명’이 대규모시위로 확산되긴 했으나 시위의 근본적 이유는 홍콩시민들의 반(反)중국 정서다. 매년 7월 1일 반환 기념일이면 홍콩 시민들은 대규모 시위를 벌였으며 민주 선거 도입을 요구해왔다. 특히 올해는 79만 명이 모여 시위하는 등 시위규모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올해 4월 홍콩인들을 또 한 번 분개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홍콩에 관광 온 중국 부부가 거리에서 자녀의 용변을 보게 한 것이 그것이다. 이 사진이 공개된 후 홍콩 시민들은 몰상식한 중국 관광객들이라고 비난 하며 중국 관광객 반대 시위를 벌였다. 중국에 대한 적개심이 쌓여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을 대적하는 이유는 또 있다. 홍콩이 중국화 되어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중국인들의 홍콩 원정출산과 이주로 인해 홍콩 집값 상승과 홍콩 경제가 중국 경제로 편입되고 있는 것에 대해 불안 해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직선제 약속을 불이행 하겠다고 하니 중국에 대한 반발이 거세진 것이다. 중국은 이번 홍콩 사태에 대해 일단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으로 대만과 풀어가야 할 통일 문제에 영향을 끼칠 불리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또한 신장 위구르를 비롯한 자치구와 소수민족들의 폭동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은 17분에 한 번꼴로 파출소 습격 이상 되는 규모의 폭동이 일어나고 있다.

시진핑 “일국양제” 방침

이번 홍콩사태로 시진핑 주석은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앞으로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 방침과 기본법을 관철하고 홍콩, 마카오의 안정을 수호할 것이다.”고 말해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1일 중국과 홍콩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10만명이 넘는 시위대가 홍콩 금융중심가 도로 등을 점령했다. 31개 은행 지점이 휴업하는 등 사실상 홍콩의 도시기능이 마비됐다. 시위 나흘째인 이날도 학민사조를 이끄는 조슈아웡 등 시위대 수백명이 국경절 국기 게양식이 열리는 완차이 골든 보히니아 광장으로 이동해 시위를 벌였다고 현진 언론들이 전했다.

특히 시위대는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이 행사장에 참석하자 ‘퇴진 689’라고 외치며 렁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689’는 지난 2012년 간접선거로 진행된 행정장관 선거에서 1200명의 선거위원 중 렁 장관에게 지지표를 던진 선거위원 수를 의미한다. 시위대는 이날까지 렁 장관의 사퇴와 함께 중국 중앙정부가 2017년 행정장관 선거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더 큰 규모의 반중국 시위를 예고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국경절 전날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일국양제를 부단히 추진하는 것은 국가의 근본 이익과 홍콩, 마카오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한다. 일국양제와 기본법을 관철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시위대가 요구하는 ‘보통선거’에 대해 전인대의 결정은 홍콩 기본법 규정에 따라 홍콩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기 때문에 수정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시위대는 전인대가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꿨지만 친중국 성향의 선거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2~3명만 선거에 나갈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무늬만 직선제’라고 비난했다. 시 주석은 또 “홍콩의 일부 사람들이 일국양제의 기본법을 편파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외부세력이 중국 내정에 간섭하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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