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확장'으로 경기 부양
정부, '예산 확장'으로 경기 부양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4.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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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5일 정부는 ‘2015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확정했다.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을 담은 ‘지침’이다. 각 부처는 이 지침에 따라 예산 계획을 마련한 예정이다.

이 지침엔 ‘회복세 지속’ ‘세입여건 개선’ ‘세출 구조조정’ ‘재정건전성 단계적 회복’ 등이 포함도 있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후 올해부터 ‘점진적 긴축’으로 가려던 정부는 방향을 180도 선회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수차례 공언했듯 ‘확장 예산’으로 전환했다.

총지출 증가율(5.7%)만 보면 확장으로 볼 수 있냐는 의문이 제기될 가망성이 존재한다. 2009년(10.6%)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라지만 2011년(5.5%), 2012년(5.3%) 등과 비교하면 월등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여건을 따져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무엇보다 수입 구조가 비정상이다. 지난해 8조5000억원의 세수 결손을 경험했고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다. 내년 국세수입은 2.3%(5조원) 증가에 불과하다. 총세입은 당초 23조원 증가할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가 예산안엔 13조원 증가로 축소했다.

반면 총지출은 20조원 증액이다. 들어올 돈은 계획 대비 10조원 줄고 쓸 돈은 8조원 늘렸다. 금액 기준으로 통상적 추경 규모(6조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추경 이상의 재정 투입으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의지다. 수입이 줄고 지출이 늘면 적자가 나는 게 당연지사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3조6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1%에 달한다. 2010년(-2.4%) 이후 최악이다. 이 돈은 결국 ‘빚’으로 남는다. 고스란히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35.1%에서 내년 35.7%으로 올라간다. 임기말엔 36.7%까지 치솟는다.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재정적자를 감내하더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예산”이라고 말했다. 재정 건전성과 경기 회복의 두 마리 토끼 중 후자에 방점을 찍었다는 얘기다. 임기말 균형 재정 달성의 목표를 과감히 버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관계자는 “빚을 내서라도 경기를 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확장 예산을 짜다보니 모든 분야의 예산이 늘었다. 올해 예산에선 △산업·에너지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예산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내년 예산은 모두 플러스다. 2조원 가량 줄일 계획이던 SOC 예산마저 7000억원 증액했다. 부양을 외치면서 SOC 예산을 줄일 수는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SOC 과잉 투자를 의식, 노후 도로·교량 등 안전에 중점을 뒀다.

복지·일자리·창조경제 등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 공약을 뒷받침하는 예산안도 주목할 사항이다.

복지 예산의 경우 역대 최초로 총지출의 30%를 넘었다. 복지 공약에 따른 의무 지출 증가로 증가액만 9조1000억원에 달한다. 기초노령연금 등이 모두 반영됐다. 반값등록금 예산도 마무리된다. 정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완성되는 해”라고 밝혔다.

1조1000억원 늘어나는 일자리 예산도 비슷하다. 고용률 70% 달성, 일·학습 병행 제도 등 박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사안들이다. 창조경제 예산 역시 1조2000억원 늘렸다. 안전예산을 빼면 증가율이 가장 높다. 임기 첫 해 헤맸던 창조경제를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다.

최경환 부총리의 의견이 반영된 예산도 있다. 세제 개편 때 가계소득증대 3종 세트를 내세웠던 최 부총리는 이번에 ‘비정규직 생활안정 3종 세트’를 제시했다. 정규직 전환 지원금, 실업 크레딧 등 1097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세월호 참사와 윤 일병 사건을 거치며 안전예산을 대폭 늘린 것도 이번 예산안의 특징이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예산을 풀다보니 각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모두 대만족이다. 부처별로도 감액된 곳이 없다. 하지만 정부의 선심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부양에 무게를 뒀다지만 균형 재정 회복 시점조차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 것은 걱정을 키운다. 정부의 바람대로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재정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다. 3%대 성장에도 불구, 돈이 들어오지 않는 ‘기형적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도 예산과 별개로 정부에게 던져진 숙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기 부양뿐 아니라 근본적 체질 점검을 할 시점”이란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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