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한국축구 외국인 감독 선임
7년 만의 한국축구 외국인 감독 선임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4.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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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파악 아직 안 된 상태, 손흥민 함부르크 입단 시절부터 지켜봐...한국이 축구 강국 대열에 오를 희망 없었다면 감독직 맡지 않았을 것

한국축구가 7년 만에 외국인 감독을 영입했다.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다. 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장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첫 번째 과제는 빨리 한국으로 복귀해 K리그나 13세 이하 선수들을 파악하는 것이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그만큼 한국 대표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이 실제로 유능한 감독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1980년대 말 스위스, 2006년 독일월드컵 이후 코트디부아르 대표팀 감독을 맡은 바 있지만 이렇다 할 대회에 출전한 경력은 없고 클럽에서도 눈에 띌만한 업적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감안한 듯 슈틸리케 감독은 “나는 잘 알고 있다. 나는 매경기 이긴다는 약속을 하지는 못한다. 열심히 일하고 내 경험을 토대로 좋은 결과를 안겨주겠다는 것만큼은 약속하겠다.”며 의문을 종식시켰다.

선수 파악 급선무

슈틸리케 신임 사령탑이 3박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스페인 마드리드로 출국했다. 오는 24일 한국으로 복귀해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이에 앞서 그는 한국에서 나흘간의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며 국가대표 감독직의 첫발을 내딛었다. 우선 슈틸리케 감독은 입국 직후인 지난 8일 오후 공식 가지회견을 갖고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카타르에서는 기자회견 때 2~3명의 기자가 오는 게 전부다. 한국이 축구 대표팀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대한 축구협회 계약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수들에 대한 파악은 아직 안 된 상태다. 손흥민은 함부르크 입단 시절부터 지켜봤고 나머지 유럽파들도 어느 정도 정보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 오늘 온 것도 우루과이 평가전을 보고 선수들을 관찰하기 위해서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수석코치 카를로스 아르모아와 동행했다. 그는 “아르모아와 6년간 함께 했다. 코칭스태프 구성도 궁금해할 것으로 아는데 다른 감독이 4~5명의 스태프를 대동하는 것과 달리 나는 2~3명의 한국 코치를 요청했다. 나는 선수들 마음속으로 들어가길 원한다. 영혼을 울려야 한다. 한국인 코치는 한국 선수들의 습관과 문화를 알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나는 한국 축구에 대해 잘 모른다. 지금부터 공부해야 한다. 앞으로 모든 경기에서 이긴다고 약속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은 드릴 수 있다”고 말해 통상 첫 기자 회견에서 나오는 호언장담을 늘어놓지 않는 신중함을 보여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오후에는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A대표팀 평가전인 우루과이전을 관전한 후 선수들을 만났다. 다음날인 9일에는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 등과 새로운 코칭스태프 선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후 출국 하루 전인 10일 저녁에는 수원 월드컵경기장을 찾아 K리그 클래식 경기를 관전했다. K리그 클래식을 본 슈틸리케 감독은 “인상적”이라는 소감과 함께 “한국 축구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한국적 마인드 이해 최우선

이번 첫 방문에 대해 축구계에서는 의심보다는 기대와 신임을 보여줬다. 더욱이 선임과정에서 그전의 외국인 감독들이 보여주지 않았던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을 비롯해 헌신과 배려를 약속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도전에 자신감을 내보인 점도 합격점을 주는데 크게 작용했다.

지난달 말 영국 런던에서 슈틸리케 감독뿐만 아니라 다수의 후보 사령탑과 접촉을 가진 이 기술위원장도 슈틸리케 감독이 생각하는 철학과 한국 축구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높은 점수를 줬다. 더욱이 슈틸리케 감독은 이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첫 감독직을 맡았던 스위스 사령탑 시절 등 자신의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 등 2시간 동안 허심탄회한 면담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을 최적의 지도자로 낙점한 뒤 유럽으로 떠난 지 4일 만에 흡족한 마음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또 슈틸리케 감독의 당분간 한국에서 머물겠다는 발언도 긍정적이다. 그간 외국인 감독들은 A매치와 각종 대회가 끝나면 휴가를 보내겠다며 협회가 마련해준 호텔 등의 거처를 마다한 채 고국으로 돌아가는 등 한국을 벗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그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로 한국 거주를 꼽으면서 눈길을 끌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집(독일)으로 돌아가서 빨리 짐을 싸 한국으로 올 것”이라며 아내와 함께 당분간 한국에 머물 계획임을 밝혔다.

여기에는 한국 축구를 먼저 이해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이전 외국인 사령탑들은 당장의 대표팀 성적에만 관심이 있었다. 결국 외국인 감독들이 한국선수들의 이해가 동반되지 않은 채 선수와의 충돌을 빚곤 했다. 슈틸리케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한국 축구가 가진 잠재적인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한국행을 결정했다”면서 “한국이 다시 축구 강국 대열이 오르는 데 희망이 없었다면 감독직을 맡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한국 축구의 미래에 정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적 마인드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슈틸리케 선임이 발표될 당시 쏟아져 나온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이끈 독일의 선진 축구가 한국에도 전파 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도 그는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선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살펴봐야 한다. 몇 개월간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독일 축구가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한국과 독일의 장점을 공유할 것”이라며 한국 실정에 맞는 축구를 펼쳐 보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슈틸리케이 강점 탁월한 선수발탁능력

축구협회는 그의 탁월한 선수 발굴 능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소년대표팀 재임 시절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 2회 출전했다. 첫 도전인 2001년 아르헨티나 대회에서 8강에 올랐고 2003년 아랍에미리트 대회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후 독일 클럽 유소년대표팀을 기반으로 성장한 선수들은 독일 축구계의 중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당시 독일 축구계는 심각한 재목난에 처했다. 이때 슈틸리케 감독은 파격적인 발탁 행보를 보이며 독일 축구 부흥을 이끌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순혈주의를 고집해온 가운데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를 둔 저베인 존스를 비롯해 폴란드 이민자 집안 출신의 피로트르 트로초프스키, 로베르토 후트 등을 발굴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함브르크와 세비야, 스토크 시티에서 맹활약하며 주축 선수로 거듭났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사령탑을 맡으면서 “유럽파는 파악이 쉽다. 좋은 국내 선수들을 발굴해 비교하겠다”면서 독일의 브라질월드컵 우승 원동력이 국내 선수 육성에 있음을 설명했다. 그 역시 K-리그에서 한국 축구 부활의 해답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축국 철학 명확한 ‘명장’을 믿어야 할 때

한국 축구는 7년 만에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며 승부수를 띠웠다. 아직 슈틸리케 감독에 대해 호의적이다. 하지만 경기 결과에 따라 전임 감독들의 길을 되풀이할 위험도 존재한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도 우승만이 감독을 대변한다고 밝혔다.

현역 시절 슈틸리케 감독은 화려했다. 1977년~85년까지 스페인 프로축구의 명문구단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프라메라리가에서 외국인 선수상을 네 차례나 수상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독일 축구의 전설적인 존재 베켄바워의 후계자로 주목받은바 있다. 10년간 독일 대표선수로 A매치 42경기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88년 은퇴한 그는 스위스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돼 이후 스위스와 독일 등에서 클럽 감독으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독일대표팀 수석 코치와 코트디부아르 감독도 역임했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는 카타르리그의 알 사일리아와 알 아라비 감독을 지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낮은 자세로 거창한 목표를 남발하지 않았지만 지휘 철학은 분명했다. 그는 “모든 감독들이 여러 문제들을 갖고 있다. 한 경기만 패배하고도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어려운 결과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잘 준비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볼점유율이 몇 %인지 패스를 몇 번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승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에서 어떤 전술과 스타일을 구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그가 ‘이기는 축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철저한 실리주의자임은 확실해 보인다. 이제 한국 축구는 그를 믿고 지원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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