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정몽구’ 한전부지 매입전쟁
'이건희-정몽구’ 한전부지 매입전쟁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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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선점, 사활 건 현대차 Vs 아직 미공개, 신중한 삼성, 전문가 “10년간 10조원 이상 투입, 최소 2조원 적자 예상”
이건희 삼성 회장

‘황금땅’ 한전부지 매각을 앞두고 재계 1, 2위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대결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두 그룹이 한전 본사 부지를 이용하려는 목적과 자금 조달 방식은 각각 다르다. 여기에 그룹 간 자존심 싸움까지 치열한 가운데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전부지 개발에는 막대한 돈이 투입돼야 하지만, 최소 2조원 가량 적자가 나는 '최악의 투자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필사적인 현대차

현대차는 예전부터 한전부지에 대한 인수 의사를 명확히 밝혀왔다. 2020년까지 현대차 계열사들이 입주할 수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짓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반면 삼성그룹은 입찰 참여 여부를 비롯해 청사진 등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삼성과 현대차가 각각 한전부지 개발에 뛰어들 경우 자금 조달 방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등은 17조6천억원 정도로, 인수 후 1년 내 납부해야 할 부지 인수비용 등을 내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원·달러 환율 하락 여파로 두자릿수의 감소율을 보이는 등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단독 참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단독으로 나서는 방안과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력 계열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한국전력부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고 전해진다.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은 물론 현대차그룹도 한전 부지 매입에 사활을 걸었다. 이처럼 관심이 높은 이유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된 그룹사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기능이 현대차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전부지는 ‘서울 강남 한가운데’에 있다. 현대차로서는 필사적인 매입인 셈이다.

삼성, 유리한 고지

삼성전자가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올 상반기말 기준, 31조4천억원에 달한다.

다만 변수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7조원대로 떨어지는 등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점이다.

따라서 삼성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앞세워 한전부지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한전부지를 인수해 개발하더라도 호텔신라와 에버랜드 등이 운영을 맡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삼성전자 본연의 사업목적과 관련이 없고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선뜻 참여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한전 본사 부지를 추가로 매입해 함께 개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도 한전 본사 부지와 코엑스·감정원·서울의료원·잠실운동장 등을 연계 개발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삼성이 한전 본사 부지 개발에 나설 경우 업무시설과 관광숙박시설 등을 지어 임대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혹은 대규모 연구시설을 만들거나 잠실 롯데타운과 같은 삼성타운으로 개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손실 2조원 가량 예상”

재계 서열 1,2의 자존심 대결이 시작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 대형 컨설팅업체는 한전부지 인수에서 개발까지 최소 10조원 이상이 투입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상업 목적으로 투자할 경우 2조원 가량의 손실이 나는 것으로 추산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전부지는 7만9천342㎡으로, 이는 축구장 12개를 합친 면적이다. 입찰 하한가는 3조3천346억원이다. 여기에 부지 매입자가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의 종상향에 따른 공공기여(기부채납)로 땅값의 40% 안팎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도 따져봐야 한다. 이는 매각 하한가를 기준으로 할 때 1조3천400억원에 달한다.

용적률 800%를 최대한 활용해 지상과 지하를 합쳐 총 연면적 30만평 규모의 건축물을 짓는다고 가정한다면, 공사비로 3.3㎡당 1천만원을 적용해야 한다. 이 때 건축비는 3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금융비용과 세금 및 각종 부대비용 등 2조원을 추가할 경우 총 사업비는 최소 9조6천억원 가량이 되는 것이다.

한전은 입찰 공고에서 하한가 이상 가격을 적어낸 응찰자가 두 곳 이상일 경우에만 유효 입찰로 인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토지 매각 가격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에 따르면 실제 총 개발 비용은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비 회수, 불가능할 것”

이 업체는 한전부지에 들어설 업무 및 상업시설, 컨벤션시설, 관광숙박시설 등을 미래의 한 시점에 매각한다고 가정할 경우, 수익은 8조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업체 관계자는 "쇼핑시설과 업무시설은 미래 매각 시점에 평당 3천만원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광숙박시설과 컨벤션시설 등은 평당 2천만원도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한전부지를 개발하려면 서울시와 공공기여 및 인허가 협상 선행이 필요하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처럼 인허가 과정이 지연되면 투자비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한전부지를 상업 목적으로 개발할 경우 10조원 가까운 자금이 장기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장기 무수익 자산'으로 묶인다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완공 후 임대료 수익을 내거나 직접 시설을 운영하더라도 투자비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업체의 결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전부지 입찰에 나서기 전에 주주를 비롯한 이해 관계자들부터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낙찰자 선정일은 다음달 1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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