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포스트 이건희’ 시대 준비
삼성, ‘포스트 이건희’ 시대 준비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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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총정리, ‘21세기 원유’ 빅데이터 몰두...경영권 승계 위한 작업 한창...‘이재용의 무게’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100일이 지났다. 그동안 ‘삼성의 미래’는 이슈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최근 내놓은 2014년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은 그 이전부터 '미래'를 대비하고 있었다. 추가되고 제외된 계열사, 그 과정에서의 지분 변화를 살펴보면 삼성이 바라보고 있는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지배구조와, 확실한 후계자로 낙점받기 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포석’ 다지기가 함께 쌓여가고 있다.

계열사, 73개까지 줄여

삼성그룹 계열사(비상장 포함)가 73개까지 줄어든 건 2010년 이후 4년 만이다.

삼성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삼성그룹에는 전년 말 대비 3개 회사(삼성웰스토리·서울레이크사이드·삼성카드고객서비스)가 증가했다. 또 5개 회사(삼성코닝정밀소재·삼성SNS·글로벌텍·365홈케어·삼성석유화학)가 감소해 73개의 국내 계열회사가 있다.

삼성이 사업영역이 겹치는 회사들을 합병하거나, 수익성이 의심되는 사업은 분리했기 때문이다.

당초 삼성이 LCD산업의 호황을 노리고 미국 코닝과 합작한 삼성코닝정밀소재를 예로 들 수 있다. 삼성은 이로 인해 태양전지용 유리 등 태양광 산업이 커질 경우도 고려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보유지분 전부를 미국 코닝에 넘겼다. 삼성코닝의 계열사인 글로벌텍 역시 계열에서 제외됐다. 삼성은 대신 미국 코닝과 플렉서블(휘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에 대해 직접 협력한단 계획이다.

신사업 몰두, 합병 급물살

반면 차세대 먹거리로 불리는 빅데이터 사업을 위한 ‘포석 쌓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최초로 콜센터(삼성카드고객서비스)를 분리해 삼성카드의 100% 자회사로 만든 것도 고객 맞춤형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도 있지만, 빅데이터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이다. 삼성은 헬스케어 분야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 건강상담 업체인 365홈케어를 삼성SDS 자회사인 오픈타이드코리아와 합병했다. 오픈타이드는 비즈니스 컨설팅, 정보기술(IT) 아웃소싱 업체다.

삼성의 계획은 기존 홈케어 서비스에 정보통신기술(ICT) 시스템을 활용해 고도화 하는 것이다.

현재 삼성카드는 빅데이터 사업의 선점을 놓고 신한카드와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빅데이터를 ‘최초’로 상용화시켰다는 수식어에도 민감하다.

삼성카드는 최근 외부에서 빅데이터 전문가를 영입하고 오는 10월 빅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를 선보인다.

관련 조직도 확대개편했다. 빅데이터 관련 분석 및 마케팅 부서가 소속된 BDA 담당 조직을 BDA실로 키웠다. 삼성카드는 “신규 임원 영입과 함께 빅데이터 전문 조직의 역량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며 “빅데이터 관련 비지니스를 보다 고도화ㆍ전문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격 공격적 선점에 나선 것이다.

삼성의 관심 사업은 최근 인수합병(M&A) 일지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글로벌 IT기업들이 활발한 M&A를 펼칠 때 잔뜩 웅크려 있던 삼성은, 최근 5일에만 2건의 인수합병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미국의 사물인터넷(loT; the lnternet of Things) 업체인 스마트싱스를 인수했다. 19일엔 스마트홈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미국의 시스템 에어컨 유통업체 콰이어트사이드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는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제조회사인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과 결합한 스마트홈 시장을 본격 장악하겠다는 액션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성사시킨 10건의 M&A 중, 의료장비·헬스케어·사물인터넷 등 신사업 개척과 관련한 분야가 많은 것도 눈에 띈다. 비메모리 반도체 등 취약 분야에 법인 인수에만 신경 썼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면 분야에 관계없이 적극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혀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인 M&A를 성사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있다. 이번 2건의 인수합병도 이 부회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물인터넷은 이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온 분야로,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설명이다.

승계 위한 마지막 스타트?

승계를 둘러싼 작업도 재계의 관심을 끌었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이 그 신호탄이다.

이번 반기보고서에 언급된 계열사 중 상당수는 제일모직 사업재조정과 직결된다. 이는 '제일모직 가치 높이기'라는 공통된 목표를 갖는다.

삼성 안팎에선 이 부회장에게 힘이 실리는 행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이 부회장에게 ‘무게중심’을 실어주는 이 작업은 빠르게 진행 중이다.

현재 제일모직 주주명부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5.1%),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8.4%),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8.4%) 등 삼성가 3세들이 올라있다.

당장 옛 에버랜드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가 합병하면서 연 매출은 5조원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또 급식과 식자재 유통사업을 떼어내 삼성웰스토리를 새로 만들어 100% 계열사로 뒀다. 지난 3월엔 수도권 최고의 골프장으로 평가받는 서울레이크사이드CC까지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패션이 빠져나간 제일모직 소재사업부분은 지난 3월 말 삼성SDI와 합병했다. 이 합병으로 '삼성SDI-삼성전기-삼성테크윈-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전자사업 수직계열화가 완성됐다는 평가다.

한편,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은 14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빌딩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주식 액면 분할 등을 의결했다.

지배구조 개편의 가장 중요한 축으로 꼽히는 제일모직의 공개 지분을 최소화하려는 삼성의 의도도 보인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재용 부사장이 갖고 있는 자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제일모직 지분"이라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앞으로 제일모직이 큰 그림의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잇단 합병, ‘입지 강화’

합병도 이 부회장의 입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평이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을 보면, 합병법인인 삼성종합화학의 최대주주는 삼성물산(37%)이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사실상 삼성SDI(7.4%)다. 그리고 삼성SDI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20.2%)다.

이 부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였던 삼성SNS(45.8%)가 삼성SDS에 합병되면서 과징금까지 피하게 됐다.

당초 두 회사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총수 단독 혹은 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에 속해 과징금을 내야했다. 그러나 합병이 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20% 이하로 줄어 오히려 과징금 대상에서 빠졌다.

옛 에버랜드 역시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인수하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확 줄었다.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오너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다만, 그룹의 지배구조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까진 좀 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재계에선 삼성이 앞으로 제일모직을 지주회사로 하고, 그 밑에 나머지 계열사를 두는 구조로 가는 ‘결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먼저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해야 하고, 금융 관련 지주회사를 만들어야 하는 등의 시나리오부터 해결해야 한다.

한편 삼성SDS 기업공개(IPO)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상장 심사가 초읽기에 들어가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상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SDS가 상장을 서두르는 것은 삼성그룹 내 또 다른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는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과 공모ㆍ상장 일정이 겹치지 않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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