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리더십 IS 강경 대응 vs 신중 ‘딜레마’
오바마 리더십 IS 강경 대응 vs 신중 ‘딜레마’
  • 한국증권신문 기자
  • 승인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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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의원 군사개입 증강 필요성 강조...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강경 기조

지난 8일 이후 이슬람 수니파 무장정파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미군의 공습이 계속됐다. 이 와중에 IS가 미국인 기자를 참수했다. 또 다른 기자 1명도 살해를 예고했다. 이라크에 좀처럼 발을 들여놓고 싶어 하지 않았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시름이 하나 늘었다. 다시한번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19일 IS는 유튜브에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란 제목의 4분40초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IS에 대한 공습을 승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 영상은 곧 미국인 기자인 제임스 라이트 폴리(40)가 사막 한가운데 꿇어앉은 모습으로 전환된다. 폴리는 지난 5년간 리비아·시리아 등 분쟁지역을 취재했던 프리랜서 사진기자다. 2012년 11월 시리아의 북부 이들리브에서 실종됐었다. 그의 옆엔 눈만 드러낸 채 온몸을 검은 천으로 가린 IS 대원이 서 있었다.

극단적 카드 내민 IS

폴리는 “나의 진정한 살해자인 미국 정부에 저항하라. 나에게 곧 벌어질 일들은 그들의 범죄에 따른 결과”라고 밝혔다. IS 대원은 영국 억양으로 “오바마의 공습 승인에 대한 보복”이라고 말하곤 왼손에 든 흉기로 폴리를 살해했다. 동영상 종반부엔 다른 남자의 얼굴도 공개됐다.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다. 타임과 포린폴리시에 기고하는 프리랜서 기자다. 지난해 8월 시리아에서 실종됐었다. IS 대원은 “이 남자의 목숨은 오바마 당신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IS는 지난주 시리아 정권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10여 명을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는 등 잔혹한 모습을 보였다. 2011년 시리아 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인을 잔혹히 살해한 건 처음이다. 임기 내내 이라크에서 발을 빼고 싶어 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초 IS에 의한 인종학살이 선을 넘었다는 판단에 인도주의적 차원의 공습을 승인했다. 그 후 미군이 80여 곳에 달하는 IS 거점을 공격했고 한때 이라크의 3분의 1정도를 점령했던 IS가 퇴각하기 시작했다. 18일엔 이라크군과 쿠르드족이 전략적 요충지인 모술댐을 탈환했다. IS가 극단적인 미국인 참수 카드를 꺼내 든 이유가 이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한국도 피해자 발생

과거에도 유사한 일이 종종 발생했다. IS의 전신이랄 수 있는 알카에다가 그랬다. 2002년 파키스탄에서 알카에다 지도자인 칼리드 예이크 무함마드에 의해 월스트리트저널의 미국인 기자 대니얼 펄이 살해됐었다. 2004년에도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가 이끄는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가 미국인 기자인 니컬러스 버그, 잭 헨슬리 등과 한국인 김선일씨를 같은 방법으로 살해했다. 당시 조지 W 부시 정부는 여론의 지원 속에서 대대적 반격에 나섰었다. 알자르카위 자신도 2006년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강경대응 만이 재발 방지

래리 사바토 버지니아대 교수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번 폴리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보다 공격적으로 IS를 다뤄야 한다는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에 참여한 수니파 지도자들도 “공습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때문에 “결국 미군이 이라크의 공군이 되는, 오바마가 공개적으로 원치 않는다고 말한 그런 모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화당 군사개입 증강 주장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인 기자를 참수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시리아·이라크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은 추가파병과 공습 강화 등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나섰고, 유럽국들은 IS와 싸우는 쿠르드족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 IS에 살해된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40)를 애도하면서 “IS가 저지르는 짓은 어떤 신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IS에 맞선 공동대응을 촉구했다. 오바마는 IS를 ‘암 덩어리’에 비유했다.

미군은 이라크 북부 모술댐 부근의 IS 목표물을 이날 14차례 공습했다. 미 국방부는 300여명의 치안병력을 추가로 이라크에 파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1150명 정도의 치안병력과 군사고문단을 이라크에 보냈다.

오바마 정부는 기존의 ‘제한적 공습’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민이 참혹하게 목숨을 잃은 사실이 드러난 이상 IS 문제와 계속 거리를 두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미국 내 여론이 이라크 전쟁 재개에 극히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폴리 사건을 계기로 흐름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미 의회에서는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경론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하원 대테러소위원회의 피터 킹 위원장(공화당)은 의회전문지 더힐 인터뷰에서 IS의 행위가 “사실상 미국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며 군사개입을 늘려야한다며 강경론에 힘을 실었다.

구출작적 실패 리더십 타격

폴리가 실종된 뒤 미군이 시리아에서 비밀리에 구출작전을 했다. 그러나 실패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오바마 정부는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국방부 관리들을 인용, 20여명의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지난달 헬기로 시리아에 투입돼 폴리를 비롯한 미국인 피랍자들을 구출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미군 특수부대원들은 이 과정에서 IS 전투원들과 교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정부는 시리아 내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고 대외적으로 밝혀놓고 비밀리에 작전을 벌였다.

시리아 내전에 대한 미국의 이중적이고 모호한 정책 때문에 IS의 공세를 막는 데 실패했고, 결국 미국인의 사망을 가져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폴리가 기고해온 인터넷매체 글로벌포스트에 따르면 IS는 이미 일주일 전 폴리의 가족들에게 그를 참수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IS가 19일 공개한 동영상에 담긴 예고대로 또 다른 피랍 기자 스티븐 소틀로프를 살해할 경우 오바마 정부에 대한 비난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 ‘강경론’ 우세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폴리 참수사건 뒤 강경 기조로 전환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이 IS와 싸우는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군대 ‘페쉬메르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라크 문제와 거리를 둬왔던 독일과 이탈리아도 페쉬메르가에 무기 공급을 비롯한 군사적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 총리는 19일 이라크를 깜짝 방문해 지원계획을 논의했다. 프랑스는 유럽국들은 물론이고 아랍국과 이란까지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열어 IS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과 유엔은 IS의 참수 행위가 끔찍한 전쟁범죄라며 일제히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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