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오바마 리더십 ‘퍼거슨 사태’ 해결책 '고심'
위기의 오바마 리더십 ‘퍼거슨 사태’ 해결책 '고심'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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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정당방위’와 유족 ‘무고한 발포’ 주장 충돌...‘제2의 로드니 킹’ 사태 등으로 사회문제화 우려

지난 9일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는 무기도 없던 18세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을 백인 경찰이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매일 흑인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브라운 사건을 이끌고 있는 세인트 루이스 카운티 경찰이 밝힌 바에 따르면 흑인 한 명이 28세의 경관 데런 윌슨을 경찰차로 밀어부쳤고 이후 그가 소지하고 있던 총을 빼앗으려는 몸싸움이 있었으며, 이후 경찰차 밖에서 윌슨이 브라운을 향해 여러 발의 총탄을 발사했고 경찰차에서 35피트(약 10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브라운이 사망했다.

브라운 가족은 이를 반박하며 머리에 2발을 포함해 총 6발의 총을 맞았음을 보여주는 검시 보고서를 공개했다. 브라운이 경찰에 항복했음에도 경찰이 총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경찰·유족 진실공방

이번 사태는 마이클 브라운(18)이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퍼거슨시의 외할머니 집 근처에서 백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것이 주원인이다.

경찰은 당시 경찰관의 총격으로 브라운이 숨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총격 사유나 총을 쏜 경관 등 자세한 내용을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유족과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주민들의 항의시위가 폭력·약탈로까지 크게 번졌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사건 발생 4일째인 12일 미 연방수사국(FBI)이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 이틀 뒤인 14일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지인 매사추세츠주 마서스 비니어드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 약속과 함께 진정과 자제를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자제 당부도 무용지물이 됐다. 소요사태는 계속 번졌다. 퍼거슨 경찰 당국은 사건 발생 6일째인 15일 결국 발포자인 대런 윌슨 경관의 신원과 당시 상황을 공개했다.

그러나 경찰이 사건개요를 설명하면서 브라운을 당일 오전 인근 편의점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의 용의자로 사실상 지목했다. 그러나 다시 몇 시간 만에 ‘절도 사건과 총격 사건은 무관하다’고 수정하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유족과 시민들은 “경찰이 브라운을 절도 용의자로 몰았다. 총격 사건의 본질을 회피하려는 것이다.”며 반발했다.

실제 윌슨 경관은 브라운을 도로 한가운데를 걷고 있다는 이유로 체포하려 했다. 또 경찰의 정당방위 주장과 달리 브라운이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역 주민들의 시위가 계속됐다. 제이 닉슨 미주리주 주지사는 16일 퍼거슨시에 비상사태(a state of emergency)를 선포했다. 이어 야간 통행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사태가 진정되지 않았다. 닉슨 주지사는 17일 주방위군 동원령까지 내렸다.

이런 가운데 브라운이 최소 6발의 총을 맞았다는 증언이 18일 제기됐다.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의 ‘정당방위’와 유족의 ‘무고한 발포’ 주장이 충돌했다. 경찰의 초기 과잉대응 내지 고의성 여부가 문제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족들이 뉴욕시 수석 검시관을 지낸 마이클 베이든에게 요청했다. 별도의 부검을 실시한 결과 브라운이 머리에 2발, 오른팔에 4발을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사태

미국 미주리주의 소도시 퍼거슨시에서 발생한 10대 흑인 청년 총격사망 사건의 파장이 좀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8일(현지시간)일에는 야간 통행금지 조치에 이어 주방위군 동원령까지 내려지는 등 사태가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다.

피해자가 비무장 상태의 흑인 청년이고 총을 쏜 경관이 백인이라는 점에서 애초부터 정치적, 인종적으로 쟁점화될 가능성이 큰 사안인데다 백인 경관 신분 늑장 공개, 수사내용 발표 혼선, 진압경찰 군(軍) 수준 중무장 등 당국의 늑장·과잉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자칫 ‘제2의 로드니 킹’ 사태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1992년에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로드니 킹 사태는 과속 운전으로 도주하는 흑인을 붙잡아 무차별 폭행한 경찰이 무죄를 선고받자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킨 사건이다.

과도한 반응 경찰을 군인 수준으로

당국은 이번 사건이 ‘제2의 로드니 킹’ 사태 등으로 대형 사회문제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지나치게 민감하고 과도하게 반응하는 게 되레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정치인들은 퍼거슨시 상황을 이라크 등의 전장에 비유했다.

존 루이스(민주·조지아주) 연방 하원의원은 17일 NBC 방송 ‘밋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 “TV에서 흘러나오는 퍼거슨시의 장면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이라크 바그다드나 다른 전쟁터에 있는 느낌이다. 퍼거슨시는 중국도, 러시아도, 콩고도 아닌 미국의 일부로, 모든 사람이 평화로운 비폭력 집회를 할 권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대권주자 중 한 명인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도 최근 미 시사주간 타임 기고문에서 “거리 시위에 대처하는 데 있어 경찰의 대응과 군인의 대응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며 경찰의 중무장화 및 과잉 대응 논란을 비판했다.

오바마 대응 엇갈리는 평가

10대 흑인 경찰총격 사망사건을 다루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미 정치권의 의견이 두 갈래로 나눠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퍼거슨 사태의 조사가 끝나기 전에 내가 어느 방향으로든 특정 의견에 무게를 싣는 것처럼 보이면 안된다”고 말해 흑백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이번 사건에서 거리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의 경찰과 시위대 양쪽의 자제를 촉구한 연설 또한 지나치게 일반적이며 차갑고 단절됐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를 두고 미 방송 CNBC는 다음날 대통령의 거리두기를 비난하며 퍼거슨 사태 해결에 대통령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소한 대통령이 더 강하게 브라운의 죽음에 대해 진정성 있는 수사를 요구하고 폭력시위에 대해서도 가차없이 비난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표출한 것이다.

미 정치매체 VOX도 이날 에릭 홀더 법무장관을 퍼거슨시에 급파한다는 결정이 대통령의 현장 방문을 기대하던 지지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면서 대통령이 인종적 갈등을 통합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여러 외신은 현장 방문을 자제한 오바마의 결정을 최선이라 평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인종갈등이 격화된 현장에 오바마가 방문하는 것만으로 흑인 대통령이 문제의 중심에 놓이고 동시에 분열이 증폭될 수 있다”고 의견을 표시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오바마 대통령이 퍼거슨시를 방문한다면 한쪽 편을 드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며 이는 현 사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일”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2009년 흑인 하버드대 교수가 수상하다는 이유로 자택에서 체포됐던 사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경찰의 행동을 ‘멍청하다’고 묘사해 논란이 됐던 과거를 들며 오바마의 개입이 이미 분열된 국론을 악화시킬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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